인구소멸 1위 소도시의 대반전···섬에 예술의 옷을 입히다

입력 2024.01.03. 18:59 김만선 기자
[1004섬 신안-1섬 1뮤지엄ⓛ]프롤로그
노동인구 감소 ‘위기를 기회로’
문화·예술 꽃피는 섬 만들기 돌입
흑산면 새공예미술관 ‘유일무이’
김환기 화백 생가 부근 안좌도엔
수상미술관인 플로팅뮤지엄 조성
비금면 바다·도초 대지미술관 등
세계적 작가 다수 참여로 품격 UP
지역 특색 기반 독보적 볼거리 제공
전남 신안군이 컬러마케팅으로 '1섬 1뮤지엄'과 '1섬 1정원' 정책을 펼쳐 호응을 얻고 있다. 신안 자은도에 조성된 자연휴양림과 수석공원. 신안군 제공.

무등일보에서 발행하는 문화관광전문매거진 '아트plus'가 '1004섬 신안-1섬 1뮤지엄'을 기획연재하고 있다. 인구소멸 위기 1위에 재정자립도 역시 최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는 신안은 섬에 예술의 옷을 입힘으로써 주목을 끌고 있다. '1섬 1뮤지엄'은 각각의 섬이 지닌 특징을 활용해 1개의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건립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1섬 1정원' '1섬 1뮤직'과 병행해 사계절 내내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지역민에게 자긍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인구 고령화와 공동화현상으로 갈수록 침체되는 지방 소도시들의 새로운 모델이 되고 있는 '1004섬 신안-1섬 1뮤지엄'을 지면에 소개한다.

[1004섬 신안-1섬 1뮤지엄ⓛ]프롤로그

섬은 찾아가기 힘들고 세상과 단절돼 고립된 공간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조선시대 죄인에게 가해진 형벌 중 중죄인에게 내려진 것이 바닷길 멀리 떨어진 섬에 유배시키는 절도안치(絶島安置)였다. 절도안치는 섬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세상과 격리되는 형벌이지만, 당시에는 유일한 이동 수단이었던 배의 안전성도 보장할 수 없었기에 가는 도중에 목숨을 잃는 경우마저 적지 않았다.

섬 주민의 정주여건 역시 좋을리 만무하다. 태풍과 해풍은 물론이고 바다와 싸워 이겨야 하는 하루하루의 삶은 결코 녹록지 않다. 가난과 역경은 섬을 지키는 이들에게 주어진 숙명과도 같은 것이었다.

섬이 새롭게 주목을 끌기 시작한 것은 근래의 일이다. 영토로서의 섬의 중요성뿐 아니라 관광·생태·문화 자원 등 그동안 발견하지 못했던 가능성을 지닌 소중한 자원으로 인식하면서부터다. 정부는 지난 2019년부터 섬의 가치와 중요성을 높이기 위해 '섬의 날'(8월 8일)을 운영하고 있다.

안좌도 퍼플교. 신안군 제공.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가겠다

전라남도 신안은 섬들의 천국이다. 74개의 유인도를 비롯해 모두 1천25개의 섬이 바다에 발을 담그고 있다. '1004섬 신안'은 군의 상징이 됐다.

신안군(군수 박우량)의 공간 면적은 매우 넓다. 서울시의 무려 22배에 달하고, 충청북도의 2배에 해당한다.

반면 각종 지표는 낙관할 수 없는 수치를 보이고 있다. 인구 3만7천 명 가운데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38%에 달한다. 인구소멸 지수는 0.088로 고위험지역 1위에 해당하고, 재정 자립도 역시 215위에서 220위권을 오르내릴 정도로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타 지역에서 신안을 찾는 방문객의 접근성도 떨어지는 것은 마찬가지. 날이 궂거나 그 여파로 여객선 운항이 하루 이상 통제된 날이 1년 중 115일에 이른다. 서울에서 목포까지 KTX로 2시간 30분이 소요되지만 정작 목포에서 신안 섬 지역까지는 30분에서 최고 7시간까지 걸리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노동인구 감소에 따른 새로운 소득 창출이 절실한 상황에서 군이 선택한 길은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가겠다'는 것이었다.

컬러마케팅은 그 대표적인 프로젝트로 꼽힌다. '1섬 1뮤지엄'과 '1섬 1정원'을 통해 문화와 예술이 꽃피는 섬을 만들자는 것이다.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가겠다]

'1섬 1뮤지엄'은 각 섬에 박물관과 미술관을 설치하는 사업이다. 일본의 '예술의 섬' 나오시마와 같은 관광명소를 조성함으로써 문화예술로 섬 주민들의 자긍심을 높이고자 하는 데 뜻을 두고 있다. 각 섬의 특성에 맞는 주제를 정하고 마을 식당, 펜션, 폐교와 마을 회관의 리모델링, 환경 정비, 섬 둘레길 조성 등을 통해 관광 자원을 활성화하게 된다.

군은 박물관 11개, 미술관 13개, 전시관 2개 등 26개 건립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15개를 완성했다.

'1섬 1뮤지엄' 중 흑산면의 새공예미술관은 세계에서 유일한 곳이다. 브론즈와 깃털, 목각, 유리, 도자기 등으로 제작된 다양한 새 관련 공예품들을 한눈에 살필 수 있는 공간이다.

세계적인 거장들도 잇따라 참여해 관람객들에게 볼거리를 선사한다.

신안 안좌도에는 한국 추상미술 선구자로 꼽히는 김환기 화백의 생가 부근에 세계 최초로 물 위에 떠 있는 수상미술관 '플로팅뮤지엄'을 만들고 있다. 뮤지엄은 일본의 유명한 야나기 유키노리 작가가 설계했다. '이누지마 아트 프로젝트'를 주도한 작가로, 구리제련소가 문을 닫으며 소멸위기에 놓였던 이누지마 섬을 나오시마에 버금가는 예술의 섬으로 탈바꿈시켰다.

플로팅뮤지엄은 신촌저수지에 7개의 사각 상자 모양 큐브가 물 위에 떠있는 형태로 구현된다. 물에 4면이 반사되면서 아름다운 조형미를 뽐내게 된다. 바다 위에 떠 있는 1천4개 신안의 섬과 하얀빛, 네모난 모양의 천일염을 모티브로 했다. 올해 상반기 준공 예정이다.

비금도 이세돌 기념관. 신안군 제공

비금면에 조성될 바다의 미술관은 영국의 유명한 안토니 곰리(Antony Gormley) 작가가 참여했다. 안토니 곰리는 소멸 직전의 탄광촌이었던 게이츠헤드에 '북방의 천사'라는 거대 철제 조각상을 세운 바 있다. 200t의 철근을 사용해 제작된 220m 높이의 이 조각상은 높은 언덕에서 마을을 굽어보며 관람자를 압도한다. 이로 인해 이 작은 도시는 세계적인 예술 도시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곰리는 신안군에서 보낸 계절별 동영상을 보고 아름다운 경관에 매료됐으며, 바다에 작품을 설치키로 결정했다. 그는 물이 차면 바닷 속으로 잠겼다가 물이 빠지면 모습을 드러내는 이색적인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도초도의 '대지의 미술관'은 울라퍼 엘리아슨(Olafur Eliasson)이 참여했다. 덴마크 출신의 세계적인 설치 미술가다. 보는 사람의 경험을 강화시키기 위해 빛, 물, 대기 온도 등 요소적 재질을 활용하는 조각과 대형 설치미술로 유명하다.

자은도에 들어설 인피니또 뮤지엄은 마리오 보타(Mario Botta)와 박은선 작가의 공동 작품이다. 보타는 라움미술관, 남양성모성지 등을 설계한 스위스 출신의 건축가다. 프랑스 메디아 하우스, 샌프란시스코현대미술관 설계 등 세계 5대 종교건축물을 설계한 건축계 거장이다. 웅장하고 고요하며 지형과 조화를 이루는 그의 건축물의 아름다움은 전 세계에 널리 알려졌다. 이탈리아에서 활동 중인 조각가 박은선은 올해 3월 '베르실리아의 명사' 상을 한국인으로 처음 수상했다.

인피니또 뮤지엄은 '1섬 1뮤지엄' 정책의 중심에 있다. 새로운 미술 장르인 야외조각과 미디어 전시콘텐츠를 통해 지속적인 관람 동기를 부여하고 예술가의 창작지원에 기반해 국제레지던스 미술관을 목표로 삼고 있다.

신의도에 조성되는 동아시아 인권평화 미술관도 주목할 만하다.

신의도 출신의 홍성담 작가가 참여해 작업을 진행중이다. 동아싱아 인권평화미술관이 건립되면 동아시아 일본과 평화 활동을 펼쳤던 예술가들의 거점 지역이 되고 그들이 소통하며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의도 천사상 미술관. 신안군 제공.

◆꽃이 만발한 섬, 겨울에도 꽃피는 섬

'1섬 1정원'은 꽃이 만발한 섬, 숲이 울창한 섬, 겨울에도 꽃피는 섬을 표방하며 추진하는 사업이다. '1섬 1뮤지엄'과 함께 각 섬마다 특색을 살리고 스토리를 입히기 위해 진행하고 있다.

반월·박지도는 퍼플섬으로 탈바꿈했다. 유엔 세계 관광기구에서 선정한 세계 최우수 관광마을로 선정되고, 한국 관광의별 본상을 수상하며 언론에서도 주목한 핫플레이스다. 라벤더, 버들마편초, 아스타 등 사시사철 보라색 꽃을 볼 수 있도록 꾸미고 꽃축제를 개최해 연중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다. 136명의 주민이 사는 섬에 지난 한 해만 38만 5천명이 다녀감으로써 명소로 발돋움했다.

선도는 수선화의 섬이다. 주민들이 선호하는 마늘이나 양파 대신 수선화를 심도록 유도해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었다. 수선화가 지면 금영화가 꽃을 피워 방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맨드라미 섬 병풍도는 수선화섬을 본 고령의 주민들이 직접 돌을 주워내고 흙을 채워 만들어졌다. 가을 맨드라미가 섬 전체를 주홍색으로 물들여 장관을 연출하는데 지난해에만 5만 1천명이 다녀갔다.

영화 '자산어보' 촬영지인 도초도는 5만여평의 면적에 수국 40만본이 관광객을 유혹한다. 수국정원과 연결된 10리길에는 60~100년 된 팽나무 740그루가 장관을 이룬다. 경남과 전남, 전북 등 전국 곳곳에서 버린 나무들을 식재했다.

이밖에도 비금도는 붉은배롱, 하의도는 인동초와 하귤을 심고, 장산도는 흰꽃을 식재하는 화이트 섬을 추진 중이다.

증도 소금박물관. 신안군 제공.

◆미술관과 정원·음악이 있는 섬 만들기

신안군은 '1섬 1뮤지엄', '1섬 1정원'에 이어 '1섬 1뮤직' 사업을 진행한다. 섬마다 미술관과 정원, 음악이 조화를 이루도록 함으로써 섬 주민의 문화지수와 관광객들의 만족지수를 높이겠다는 포부다.

군은 자은도에서 지난 10월 20~22일 이색적인 피아노축제를 개최했다. 104개의 피아노를 자은도 해변 곳곳에 두고 온 섬을 무대로 피아노 연주를 들을 수 있도록 했다. 박우량 신안군수와 강형기 신안 예술총감독이 기획하고, 임동창 예술감독이 연출한 거대 설치 미술이다.

처음으로 섬에서 열린 문화의 달 행사에 3일 동안 4만 여명의 관람객이 다녀갔으며, 이 축제를 촬영한 '피아노의 섬, 자은도' 영상도 SNS에서 연일 조회수가 상승하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박우량 신안군수는 "우리나라 대도시에만 문화예술이 꽃피는 것이 아니고 우리 섬도 문화예술이 꽃피는 섬을 만들자는 뜻에서 시작된 것이 예술성 사업"이라며 "1도 1뮤지엄, 1섬 1정원에 1섬 1뮤직 사업을 진행해 주민들이 자긍심을 갖고 생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만선기자 geosigi22@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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