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솔로 가수인 이효리와 비(정지훈), 여기에 '부캐'(부캐릭터) 트로트가수 '유산슬'을 통해 새로 거듭난 개그맨 유재석이 '혼성그룹' 결성을 예고했다.
MBC TV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를 통해 성사되는 프로젝트인데, 예능계를 넘어 가요계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사실 1990년대 초중반은 혼성그룹 전성시대였다. 철이와미애를 필두로 잼, 뮤, 투투, 영턱스클럽, 룰라, 유피(UP), 자자, 스페이스 에이(A), 샵, 코요태, 쿨 등 댄스음악을 기반으로 한 혼성그룹들이 큰 인기를 누렸다.
'칵테일 사랑'의 마로니에 같은 이지 리스닝 팝 그룹, '다시 만나줘'의 업타운 같은 흑인 음악 기반의 실력파 혼성그룹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1990년대 중후반부터 'H.O.T'와 '젝스키스', 'S.E.S'와 '핑클' 같은 파괴력 있는 보이그룹과 걸그룹이 등장하면서, 약세를 보이더니 2000년대 들어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다.
룰라 멤버이자 샵 제작자였던 이상민은 '놀면 뭐하니?'에서 혼성그룹의 인기가 시들어진 것에 관해 "남녀노소가 좋아하나 특정 세대가 좋아하지는 않는다"고 꼬집었다.
보이그룹과 걸그룹에 대한 아이돌 팬덤 중심으로 가요계 팬문화가 바뀌면서 "혼성그룹은 팬덤이 약하다. 무대 위 '나만의 아이돌'이 다른 이성과 서는 모습을 원치 않는 것"이라고 짚었다.
실제 한국 대중음악 신에서 인기를 끈 혼성그룹은 대중적인 음악과 친근한 이미지로 어필했다. 잼 뮤 등 여성 멤버가 속해 있으면서도 퍼포먼스로 승부를 본 그룹들의 수명은 길지 못했다. 팬들이 멤버들과 각자 1대 1 관계로 감정을 이입할 지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즌별로 걸그룹과 보이그룹만 따로 뽑은 엠넷의 '프로듀스' 시리즈가 크게 흥한 반면, 남자그룹과 여자그룹을 대결시킨 JTBC '믹스나인', 남성그룹과 여성그룹을 함께 뽑은 KBS 2TV '더 유닛'이 덜 주목받은 까닭이기도 하다.
현재 K팝 신에서 혼성그룹으로 활동하고 있는 팀은 '카드(K.A.R.D)' 정도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한 이 팀은 혼성이라는 점 때문에 해외에서 통했다. 두 남성 멤버인 비엠과 제이셉, 여성 멤버인 전소민과 전지우로 구성됐다.
남녀가 함께 춤을 추는 퍼포먼스와 그로 인한 성적인 긴장감이 해외 팬들 사이에 통하면서 신 한류그룹이 됐다. 팬덤을 넘어서는 호소력이 발휘된 것이다.
이번에 이효리, 비, 유재석은 특정 팬덤을 넘어선 '대중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효리는 시대를 풍미한 걸그룹 핑클 리더 출신의 대표적인 팝 디바이며 비는 최근 '깡 신드롬'으로 젊은 층까지 팬으로 흡수하는 중이다. '국민 MC' 유재석은 어린 층에 개그맨이 아닌 가수 유산슬로 기억되고 있다. 이들 조합이 특정 팬덤 이상의 시너지를 불러 오기에 충분한 셈이다.
게다가 이들은 '놀면 뭐하니?'에서 그룹 콘셉트에 대해 의견을 주고 받으며 기린, 박문치 같은 뮤지션을 언급했는데, 이들과 협업이 성사되면 또 다른 시너지가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젊은 나이에도 1990년대 복고풍의 음악 스타일을 섭렵한 '뉴트로'의 최전선에 있는 음악가들이기 때문이다.
가요계 관계자는 "이번 이효리, 비, 유재석의 조합이 성공하면 혼성그룹의 부활 이상으로 가요계에 다양성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긍정했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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