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기적의 도서관

@이윤주 입력 2023.11.09. 18:51

기적이 시작된 건 2003년이었다.

MBC 예능 프로그램 '느낌표'의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코너에서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본부와 기적의도서관 건립 프로젝트에 나서면서다.

매월 한 권의 책을 선정해 그 책을 판 수익금으로 전국에 도서관을 짓겠다는 계획이었다. 도서관이 들어설 땅과 운영은 지자체가 책임지는 협업방식이었다.

전국 각지에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도서관을 지어달라는 요청이 쏟아졌고, 회를 거듭할수록 온 나라가 도서관 열기에 휩싸였다. 그 시절, 젊었던 김용만과 유재석은 진행자로 매월 선정도서를 발표하고 시민들을 찾아 나섰으며, 그 도서가 베스트셀러가 돼 수익금이 더해지면 모두가 제 일인 양 환호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해 11월, 온 국민의 열망속에 첫 번째 문을 연 것이 바로 국내 첫 어린이도서관인 '순천 기적의도서관'이다.

20년전 도서관 열풍을 일으켰던 순천 기적의도서관이 올해로 개관 스무해를 맞았다.

많은 이들의 열망을 담아낸 것도 의미가 컸지만 더욱 특별했던 건, 도서관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렸기 때문이다.

엄격했던 도서관의 틀에서 벗어나 어린이들이 마음껏 뒹굴며 책을 읽고, 머물 수 있는 공간이 탄생해서다. 설계부터 어린이들 눈높이에 맞춘 도서관에 들어서면 소지품과 신발을 보관하는 '괴나리 봇짐'을 지나 책을 읽기 전 손을 씻고, 온돌로 된 바닥 어디에서든 편안하게 뒹굴며 책을 읽을 수 있다. 또래인 '어린이 사서'가 있으며, 초등학교 입학생에게 '생애 첫 독서카드'를 발급하는 것도 2005년부터 시작했다.

개관 이듬해인 2004년에는 도서관에서 1박2일을 보내는 '도서관에서 하룻밤자기' 프로그램과 생후 6개월에서 18개월 사이 영아들에게 그림책이 든 꾸러미를 선물하는 '북스타트'를 시작해 지금껏 이어오고 있다. 그동안 이곳을 다녀간 이용객도 273만명을 넘어섰다.

아름다운 기적은 지금도 계속돼, 올해 문을 연 인제 기적의 도서관까지 전국에 15개의 기적의도서관이 생겼다. 전국에 어린이를 위한 공공도서관도 2021년 기준 105곳이 운영 중이다. 우리곁에 도서관을 있게 해 준 고마운 선물이다. 스무번째 생일을 맞은 오늘,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

이윤주 지역사회에디터 storyboard@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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