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라떼는 말이야

@이정민 입력 2023.05.30. 17:13

수년전부터 직장인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말이 있다. 바로 '라떼는 말이야'다.

카페에서 즐겨 먹는 카페라테 등 마시는 음료가 아니라, '나 때는 말이야'라는 말에서 비롯됐다.

직장 상사들이 '나 때는 그렇지 않았다'면서 부하직원들에게 핀잔을 주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이를 비꼬기 위해 젊은 세대가 만들어낸 신조어다.

이런 것들을 보고 우리는 꼰대 문화라고 한다. 필자도 사실 '젊은 꼰대'라고 자평하는 사람으로서 이 '라떼는 말이야'를 자주 사용하곤 한다.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요즘 세대를 보면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필자는 적어도 강요는 하지 않는다.

요즘 세 개라고 불리는 청년들이 살아온 세상과 내가 살아온 세상이 분명 다르기 때문이다.

겪어온 경험과 생각이 다른데 어떻게 강요를 할 수 있겠는가. 그냥 이해가 안되더라도 '그러려니'하고 지나칠 수밖에. 물론 업무적으로 크게 잘못 됐거나, 도덕적으로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지적해줘야 마땅하다.

그러나 어떠한 일에 대해 '강요'는 문제가 될 수 있다.

최근 광주지역 모 지방공기업에서 벌어진 일이 그랬다.

해당 공기업에서는 최근 전 직원을 대상으로 환경정화 활동을 추진했다. 그 과정에서 근무 외 시간에 봉사활동을 강요하면서 내부에서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사내 인트라넷에는 이 사안으로 시끌벅적해졌고, 사측은 강요가 아니라는 해명 아닌 해명을 내놓았다.

사측의 이 같은 해명해도 일부 사원들은 게시글을 통해 "강요는 아니지만 조직 내 분위기상 강요다"고 맞서기도 했다.

특히 통상근무자는 업무시간 내 환경정화 활동에 참여하고 있지만, 교대 근무자들은 자리를 비우기 어려워 별도로 진행한 뒤 인증을 하기도 했다. 여기서 별도란 휴무일을 뜻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사측은 "교대 근무자들은 업무 특성상 희망할 경우 자원봉사를 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며 "오해가 있었던 거 같다. 직원들이 속한 노동조합과 합의해 추진했다"고 밝혔다.

이번 일로 해당 공기업은 많은 것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환경정화 활동은 공익적인 목적으로 물론 좋은 일이지만 조직 내부의 충분한 공감을 얻어야 한다는 것을. 특히 사측에서 말했듯이 '희망자만 진행하라'는 것에 대한 해석을 조직원 모두가 '사실상 강요'라고 느끼지 않고 "희망자면 하면 되는 거구나"라고 느낄 수 있도록 사내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이정민 취재2본부 차장 ljm7da@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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