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곰탕

@도철원 입력 2023.05.24. 16:05

날이 점차 무더워지기 시작하면서 보양음식으로 원기를 충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아지는 요즘이다.

예전 같으면 보양음식하면 '삼계탕'과 '보신탕'이 가장 먼저 떠올랐겠지만, 지금은 가장 선호하는 음식이 된 '곰탕'이 1순위인 듯하다.

맑은 국물과 살코기, 그리고 막 무친 듯한 김치와 시원한 깍두기만 있으면 언제 먹어도 만족스럽다.

어릴 때는 '곰으로 끓인 탕이 곰탕인가'라는 다소 어이없는 생각을 했었던 기억도 나지만 가장 헷갈렸던 건 '설렁탕'과 차이였다.

국물 색깔이 맑으면 곰탕, 흰색으로 뽀얗게 보이면 설렁탕이라고 구분하기도 했지만 어떤 식당에서는 뽀얀 국물의 곰탕을 판매하기도 한다는 점에서 색깔만으로는 두 음식을 구분할 수는 없었다.

가장 손쉽게 구분할 방법을 알고 있는 인터넷 검색 찬스를 이용해 확인해 보니 두 음식의 차이는 딱 하나였다.

국물, 즉 육수를 내는 재료의 차이였다. 소의 사골과 머리 따위의 잡뼈를 이용해 하루 이상 푹 고아서 국물이 뽀얗고 국물 맛이 더 좋으면 설렁탕, 고기로 육수를 내어 국물이 맑은 빛이며 끓이는 시간이 짧고 고기 건더기가 더 많은 쪽은 곰탕이라고 한다.

하지만 어릴 적 기억에 어머니가 집에서 찜통에 뼈를 푹 고아서 일주일 내내 먹어야만 했던 음식도 '곰국', '곰탕'이라고 불렀던 걸 보면 두 음식의 구분은 무의미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냥 몸을 따뜻하게 만들고 맛있게 먹었으면 된 거다.

더 이상 집에서 예전처럼 오랜 시간 푹 고아서 먹는 곰탕은 이제는 만나기 어려워졌지만, 포장해서 먹거나 멸균 포장된 '레토르트 음식'으로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어머니의 손맛은 아니지만 대중화된 곰탕으로 따뜻한 한 끼를 보내고 나면 왠지 뭔가 제대로 된 음식을 먹었다는 생각이 드는 건 비단 나 혼자만은 아닐 것 같다.

항상 경제는 어렵고, 삶은 팍팍하고 힘들겠지만 가족들과 함께 따뜻한 곰탕 한 그릇씩 하면서 몸과 마음을 추스를 수 있었으면 한다. 잠시나마 시름은 내려두고 가족들과 '따뜻한 밥 한 끼'의 여유를 누릴 수 있다면 그 또한 좋지 않을까.

오늘 저녁 따뜻한 곰탕 한 그릇씩 하시면서 원기도 보충하고 마음도 재충전해 보길 추천드린다.

도철원 취재1본부 부장대우 repo333@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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