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5월이다. 광주에서 5월은 5·18민주화운동으로 통용된다. 올해 5월은 오월단체간 갈등에서 촉발된 분열과 반목으로 더없이 위태로웠다. 게다가 보수 정당 안팎에서 5·18 정신을 훼손하는 망언을 쏟아내는 등 왜곡과 폄훼 역시 되풀이됐다.
제43주년 5·18 기념식을 앞두고 광주 안팎으로 불길한 징조들이 감지되면서 '행여', '혹시' 등의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다행히 기념식에서 오월영령 앞에 낯부끄러울 만한 유혈 충돌 등 불미스러운 일은 없었다. 그렇다고 기대에 부응한 기념식도 아니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보수정권 대통령 최초로 2년 연속 5·18 기념식에 참석하면서 광주의 기대감은 한껏 치솟았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기념식 당일 '오월정신이 곧 헌법정신 그 자체'라고 오월정신 계승을 재강조했을 뿐 기대했던 헌법전문 수록과 진상규명 의지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없었다. 게다가 지난해와 별반 다르지 않는 기념사에 역대급 짧은 기념사로 더 큰 실망감을 줬다. 5·18 개헌이 아닌 윤 대통령의 말 뿐으로는 매년 5월이면 휘둘리고 흠집 나는 오월정신을 바로 세우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전국화와 세계화를 43년째 부르짖고 있지만 여전히 지역에 머물고 있는 오월광주가 이에 대한 증거다. 헌법전문 수록과 온전한 진상규명만큼이나 오월 갈등 봉합도 시급한 과제로 보인다. 반복되는 오월 갈등은 대중에게 피로감을 안겨주며 5·18을 관심 밖으로 밀어내고 있다. 5·18에 대한 식어버린 관심은 올해 치러진 5·18 기념행사에서도 여실히 확인할 수 있었다. 코로나19 이전만 해도 5·18 기념행사는 광주를 상징하는 행사로 여겨졌으나 올해는 시민들의 참여와 관심을 끌어내지 못했다. 오월 갈등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헌법전문 수록과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힘을 잃은 것처럼 5·18 행사 역시 관련 단체들의 연례행사로 그쳤다. 5월의 끝자락에서 오월 광주를 돌아보니 최근 성황리에 공연 중인 뮤지컬 '광주'의 노래 하나가 불현듯 떠오른다.
넘버 '높은 담장이 광주를 가두네'에는 '진실은 거짓이 되고, 거짓은 진실이 되네. 거짓과 거짓이 손을 잡고 높은 담장이 되어 광주를 가두네'라는 가사가 있다. 80년 5월에는 거짓이 진실이 됐을 지 몰라도 내년 5월에는 이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길 바라본다.
김현주 사회에디터 5151k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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