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봄모기 주의보

@선정태 입력 2023.05.18. 19:16

아직 5월밖에 되지 않았는데, 잠들기 전 귓가를 윙윙거리며 한밤 중의 분노게이지를 높이는 불쾌한 불청객이 출몰했다. 예년보다 두 달이나 일찍 만났다는 안타까움과 함께 가려운 곳을 긁으며 잠들기 전 문단속을 잘했는지, 뚫린 방충망은 없는지 다시 한번 점검하지만 도대체 어디로 들어왔는지 알쏭달쏭할 뿐이다. 사실 집안에서 활개 치는 모기 대부분은 사람과 함께 들어온다. 사람이 집을 들락날락하며 현관문을 여닫을 때, 사람과 함께 혹은 사람 몸에 붙어 잠입한다. 모기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하기 때문에, 고층에 산다고 안심할 수 없다. 모기는 물이 고인 곳에 알을 낳고 유충인 장구벌레는 물속에서 자란다. 장마철 이후 모기가 급증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화초를 키우는 집에서는 화분 물 받이나 꽃병의 물을 자주 비우거나 교환해 줘야 한다.

대부분의 모기는 가려움이나 수면 방해 등 귀찮음의 대명사지만 적도 근처 아프리카나 중남미 모기는 말라리아나 뎅기열을 퍼트려 1·2차 세계대전보다 더 많은 사망자를 낼 정도다. 파나마 운하 공사가 30년 이상 늘어진 이유도 모기가 퍼트린 말라리아 때문이다. 인부가 죽는 이유를 모를 공사 초기에는 공기가 질병을 전파한다고 착각, 병명도 모기와는 전혀 상관없는, 나쁜 공기라는 뜻의 말라리아로 지었다. 원인을 파악한 후에야 물웅덩이를 없애면서 감염이 줄고 공사도 수월해질 수 있었다.

지구에서 인간을 가장 많이 죽인 동물로 낙인찍힌 모기를 박멸할 기술이 개발되면서 찬반 논란도 뜨겁다. 모기가 사라지면 의료경제적 손실이 감소하면서 인간은 더 안전해질 것이다. 반면에, 생태계 한 축을 인위적으로 없애면 예측하기 힘든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는 반대 목소리도 만만찮다. 우선 장구벌레를 먹는 동물 개체가 감소해 먹이사슬 균형이 깨져 생태계 파괴로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모기가 사라져도 먹이사슬이 무너지는 것은 일시적이고, 대체 생물이 나타나 생태계 붕괴를 우려할 필요 없다는 재반박도 나왔다.

일상의 귀찮음과 짜증에서 벗어나고 동남아 여행 후 안전하게 귀국하기 위해 모기가 사라지는 것도 바라지만, 초콜릿을 계속 먹고 싶다는 욕심 때문에 내적 갈등을 벌이기도 한다. 어쨌든 올 장마가 슈퍼 엘리뇨 때문에 6월 말부터 7월 말까지 2~3일을 제외하고 매일 비가 내린다고 하니 벌써 모기와 사투를 단단히 준비해야 할 것 같다.

선정태부장 wordflow@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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