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까치설'은 언제?

@유지호 입력 2022.01.27. 15:08

전라도 보성 벌교·조성 등을 무대로 한 소설 '태백산맥'엔 가슴 먹먹한 설 풍경이 그려진다. 벌교·보성지구계엄사령관의 눈에 비친 '술찌기를 먹고 취한 아이'를 통해서다. 어린 아이가 술찌기를 먹은 이유를 묻자, "배가 고픈디 묵을 것 옳응께 밥 대신 묵었제라." 다른 아이들이 퉁을 놓는다. 설 명절이라 술을 거르고 남은 찌꺼기라도 먹을 수 있었다.

민족 최대 명절인 설은 정월 초하루, 음력 1월 1일이다. 옛부터 한 해가 시작되는 날이자 봄이 시작되는 날로 사절기중 우수가 든 달의 첫날을 뜻했다. 구한 말, 양력이 들어온 이후에도 여전히 설을 쇘다. 일제 강점기 시련을 겪는다. 구정이라 깎아내리면서 일본 설인 신정(양력 1월 1일)을 쇠라고 강요했다. 우리 고유 문화와 민족 정기 등을 말살하기 위해서다.

이 때 나온 노래가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아동문화운동가 고 윤극영 선생이 1924년 만들어 발표했다. '까치설'은 표준어다. 국어대사전을 보면 '설날의 전날 곧 섣달 그믐날을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돼 있다. '섣달'은 한 해의 맨 끝 달을 의미한다. '그믐'은 그 달의 마지막 날을 뜻한다. '섣달그믐'은 음력으로 한 해의 마지막 날을 가리킨다.

'한국문화 상징 사전'에 따르면 까치설은 '아치설'에서 왔다는 설(說)이 유력하다. '아치'와 '아찬'은 '작은'의 뜻을 지닌 순 우리말인데, 지방에 따라 아치에 설을 붙여 아치설로 불렀다. 이후 아치란 말이 쓰이지 않으면서 발음이 비슷한 까치설로 불리게 됐다는 것이다. 즉 음력 정월 초하루가 '큰 설'이고 그 전날인 섣달그믐은 '아치설(작은 설)'이었다.

육당 최남선은 설의 어원을 '섧다'로 풀이했다. 한자어로는 신일(愼日). 1년의 행·불행은 초하룻날에 결정된다고 믿었기에 경거망동을 삼가고 탈없이 근신하라는 의미에서 나온 말이다. 조선시대엔 설날 일년의 신수점을 간단히 보는 청참(聽讖)이 있었다. 설날 꼭두새벽에 무작정 거리에 나가 맨 처음 들려오는 소리로 1년간의 길흉화복을 점치는 것이다. 이 때 행운으로 치는 소리는 까치 소리였다.

2022년 새해가 밝아온다. 올해엔 대선·지방선거가 잇달아 예정돼 있다. 위정자들이 청참을 통해 들어야 할 소리는 가감없는 '국민들의 말' 아닐까. 임인년의 첫 날, 그들이 듣게 될 청참이 궁금하다.

유지호 디지털편집부장 겸 뉴스룸센터장 hwaone@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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