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우리를 멈추게 하는 것들

@최민석 입력 2022.01.09. 14:06

우리를 멈추게 하는 것들

지난 96년 세상을 떠난 가객 김광석의 노래는 해마다 찬바람이 부는 가을 무렵부터 유난히 많은 전파를 탄다. 단풍이 들고 낙엽이 떨어지면 김광석의 노래는 차안 라디오에서 혹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다가 길거리를 지나다 무심코 들리는 경우가 많다.

많은 이들이 김광석의 노래가 귓전을 두드릴 때쯤 뻥 뚫린 가슴에 총이라도 맞은 것처럼 멈춰 선다. 생전에도 김광석의 목소리는 유독 울림과 반향이 컸다. 국내 가수로는 드물게 슬픔과 한을 간직한 목소리에 팔세토 창법을 구사한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요절가수지만 지금도 팬층이 두텁다. 한창 나이인 32세에 요절한데다 인기 절정기에 삶을 등져 말 그대로 그의 음악은 박제가 되버렸다. 김광석 노래가 지금도 많이 불리는 이유는 음악 자체가 가진 매력과 반향도 크지만 가사의 힘 덕분이다. 그의 노래 가사는 누구나 특히 20∼30대 터널을 지나는 젊은이들이 살면서 느끼는 감정과 방황, 사유들을 오롯이 담고 있어서다.

대학을 다니다 입대를 앞둔 청춘들은 '이등병의 편지'에, 가슴 저린 사랑을 하다 이별의 생채기를 겪는 이들은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에, 담배연기처럼 홀연히 사라지는 20대를 뒤로 하고 30대로 접어드는 청년들에게는 '서른 즈음에'를 들으며 공감하고 아파하며 그 시기를 이겨낸다.

살면서 우리를 멈추게 하는 것들은 김광석 노래 뿐만이 아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2월에나 있었던 졸업식을 1월에 치르는 학생들은 자동차 안에서 선생님에게 받는 졸업장으로 정겨웠던 학교와 친구를 만나 멈춰선 채 학창시절을 반추한다. 사랑하는 이들과 죽음으로 이별해야 하는 이들은 무덤 앞에서 망자와의 추억을 가슴에 새긴다.

이렇듯 멈춤은 우리 생의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며 순간들을 통과한다. 코로나 19가 엄습한 지 3년째에 들어서면서 개인은 물론 사회의 많은 것이 멈춰서 있다.

날마다 마시는 공기처럼 당연한 줄 알고 누렸던 일상의 모든 것들이 멈춰서며 우리 삶의 지형도를 바꾸고 있다.

2022년 임인년 호랑이해를 맞아 저마다 희망과 바람을 담아 일상 회복의 원년이 되기를 기원하고 있다. 올해는 3월 대선과 6월 지방선거도 치러진다. 건강한 멈춤이 모두에게 행복과 기쁨을 가져다주는 동력이 되길 소망한다. 최민석신문제작국부장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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