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별들의 무덤

@양기생 신문잡지본부장 입력 2022.01.02. 16:04

제대를 한 달 앞두고 있었다. 마지막 휴가를 갔다 온 지 이틀이 지난 새벽녘 잠을 깨는 사이렌 소리가 부대 안에 울렸다.

놀란 병사들은 군복을 허겁지겁 챙겨 입고 연병장에 집결했다.

비상사태 발생이냐 아님 전쟁발발이냐 병사들이 수군거렸다. 집결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무런 설명 없이 해산명령이 내려졌다. 아침을 먹고 하루 일과를 정상적으로 소화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사단 예하 부대 병사 1명의 월북이 의심되어 병력을 소집했다는 것이었다.

소총수 부대원이었던 병사는 새벽 근무를 마치고 남방 철책을 넘어 북으로 넘어갔다.

30년 전 군 생활을 하며 겪었던 실화다. 대학을 다니다 입대했던 월북 병사는 일주일 뒤 화려한 꽃목걸이를 두르고 만세를 부르는 사진이 담긴 삐라가 발견되면서 월북이 확인됐다.

월북 사건의 후유증은 컸다. 사단 전 부대가 비상근무에 들어갔다. 부대원의 월북을 확인하고자 비무장지대(DMZ)로 들어갔던 해당 부대 중대장과 수색 중대장 등 대위 2명은 수색 도중 발목 지뢰를 잇달아 밟아 중상을 입었다.

새해 벽두부터 강원도 동부전선 최전방 감시망이 뚫렸다는 보도가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월북자가 철책을 넘을 때 감시 장비에 포착됐는데도 3시간 정도 월북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드러나 경계 감시망 허점과 초동조치 부실이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월북 사고가 발생한 부대는 그동안 부실 경계로 인해 '별들의 무덤'이라 불리고 있다. 경계망이 자주 뚫리면서 별 두 개짜리 사단장이 자주 바뀌는 것을 빗댄 풍자다.

지난해 2월에는 북한 남성 1명이 통일전망대 인근 해안을 통해 '오리발'을 착용하고 뚫린 배수로를 통해 월남한 사건이 발생했다. 2020년 11월에는 북한 남성이 최전방 철책을 넘은 지 14시간 30분 만에 기동 수색팀에 발견돼 초동 조치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앞서 2012년 10월에는 북한군 병사가 군 초소 문을 두드려 귀순의사를 표시한 일명 '노크 귀순'이 발생하기도 했다. 월북 사건은 잊을 만하면 발생하고 있다. 2020년 7월 강화도에 이어 1년 6개월 만이다. 역사적 비극을 끝내는 길은 남북 화해와 통일이 답이다. 임인년 새해에는 남북 분위기에 훈풍이 불길 기대한다.

양기생기자 gingullove@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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