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애완견과 보신탕

@류성훈 입력 2021.10.12. 19:30

예로부터 개는 인류와 함께했던 동물이다. 우리나라도 반려견을 키우는 인구가 크게 늘어 1천500만명에 달한다. 한국인 4명 중 1명이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셈이다.

개는 반려동물로 여겨졌지만 더불어 여러 민족에게 훌륭한 식재료이기도 했다. 개고기는 조선시대 평민들이 자주 먹던 고기였다고 한다. 특히 임진왜란이나 일제 강점기, 한국전쟁 등 먹을 것이 귀했을 때 많이 먹었다.

소는 농사일에 필요했고, 돼지는 잔칫날에나 잡는 귀한 동물이었으니 서민들이 만만하게 먹을 수 있는 고기는 개나 닭이었을 것이다. '동의보감'에 '개고기는 오장을 편안하게 하고 장과 위를 튼튼하게 한다'고 적혀 있을 정도다.

그래서 보신탕(補身湯)은 한국의 여름철 대표 보양음식으로 자리잡았다. 여름철 삼복(三伏)날에는 삼계탕과 더불어 가장 큰 인기를 누리는 음식으로 보신탕집 앞에 길게 줄을 서기도 했다.

하지만 반려견 인구가 늘면서 복달임 음식으로 개 식용 문화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아져 몇 년 전부터 개고기를 먹는 사람들이 급격하게 줄었다.

개고기 논란은 오랫동안 전통 관습과 국민 정서 사이에서 팽팽한 논쟁이 돼왔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개고기 먹는 걸 신중하게 검토할 때라고 말한 뒤 해묵은 이 문제가 다시 쟁점이 됐다.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도 앞다퉈 개 식용 금지 공약을 꺼내 들었다. 개 식용을 금지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은 20대 국회 때부터 발의됐지만 번번이 무산돼온 터다.

동물권 단체들은 개 도축은 이미 43년 전부터 불법이었다고 주장하며 대통령의 발언을 환영하고 있다. 반면 육견단체는 개고기 먹을 자유를 제한해서는 안 된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반려견을 키우는 가정에서는 개는 개가 아닌 가족이다. 그런 사람들은 개 식용이 식인행위로 느껴질 수 있기 때문에 개 먹는 걸 막는 법제화를 요구하고 있다.

반대론자들은 왜 개만 가지고 그러냐며 먹기 싫은 사람은 안 먹으면 되고 먹는 사람은 놔둬야 한다는 입장이다. 음식에 대해 정부가 관여해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시대에 따라 식문화가 변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개를 둘러싼 거센 논쟁을 잠재우기 위한 구체적이고 현명한 방안부터 찾아야 한다.

류성훈 취재3부장 rsh@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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