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노잼 도시

@양기생 입력 2021.10.07. 19:52

'노잼 도시'라니 다소 생소하다. 사전에는 노잼이 '재미가 전혀 없음'으로 나온다. 노잼 도시이니 재미가 전혀 없는 도시라는 의미다.

낯설은 단어인데 요즘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예향·의향·미향이라는 광주 이야기다. 외지인이 둘러볼 관광지가 없다는 말이다. 무등산,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동명동, 양림동 등이 있지만 광주를 대표하는 관광지라고 하기엔 부족하다. 랜드마크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딱히 광주 관광지라고 내세울 곳이 없다는 지적에 에피소드가 떠오른다. 20여 년 전 중국과 무역업을 하던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중국에서 거래처 사람 3명이 왔는데 광주 관광을 시켜달라는 것이었다. 소통 때문에 꺼려하던 나는 친구의 간절한 부탁에 어쩔 수 없이 중국인 3명을 데리고 관광에 나섰다.

소쇄원과 5·18국립묘지를 둘러봤는데 중국인 3명은 심드렁한 표정이었다.관광에 흥미를 느끼지 않자 서둘러 식당으로 향했다. 술을 좋아한다니 관광보다는 술로 접대하자는 생각에서였다. 고기 집에서 술을 마시면서 중국인은 100만이 넘는 대도시에 가볼 만한 곳이 없다고 지적했다.

술이 거나하게 취한 뒤 식당을 나섰으나 갈 곳이 마땅치 않았다. 그 때 식당 인근에 있는 나이트클럽의 휘황찬란한 네온사인이 눈에 들어왔다.

중국인 일행과 나이트클럽으로 향했다. 30대의 중국인들은 나이트클럽에서 계속 마셨지만 귀를 때리는 댄스 음악에 눈살을 찌푸리곤 했다.

잠시 뒤 나이트클럽 옥상 문이 열리자 모두의 시선이 하늘로 집중됐다. 컴컴한 하늘에서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홀 안을 가득 채웠던 모두가 환호성을 질렀다. 중국인 3명도 믿기지 않는 다는 듯 한 표정으로 브라보를 외쳤다.

나이트클럽 옥상 문이 열리는 것이 처음이고 대단하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 그들은 술에 , 분위기에 취해 새벽까지 시내를 떠돌았다.

웃픈 기억이 소환된 것은 광주가 노잼 도시라는 반증이다. 예향·의향·미향이라는 광주가 어쩌다 노잼 도시가 됐을까. 관광산업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고 부족한 자원 확충에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늦지 않았다. 무등산 케이블카가 됐던 대형 쇼핑몰이나 할인마트가 됐던 광주를 대표하는 랜드마크 조성에 중지를 모아야 할 때다. 양기생 취재4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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