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김정은도 우산 혼자 드는데

@류성훈 입력 2021.09.01. 19:56

'의전(儀典)'의 사전적 의미는 행사를 치르는 일정한 법식 또는 정해진 방식에 따라 치르는 행사이다. 일정하게 틀을 갖춘 조직단위, 국가 또는 국제간의 공식적 관계에서 적용된다.

국가의전 서열은 외교부에서 발간하는 의전 실무편람에 따른다. 그렇다고 이 서열이 실제 권한이나 권력의 서열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국가의전 서열 1위는 대통령이다. 2위 국회의장, 3위 대법원장, 4위 헌법재판소장, 5위 국무총리 등의 순이다.

하지만 공직사회에서나 정치인 사이에 통하는 의전은 따로 존재한다. 윗사람에게는 힘을 보여주는 수단이, 아랫사람에게는 윗사람 신경에 거슬리지 않고 눈에 들기 위한 불필요한 도구가 되는 게 현실이다.

최근 사진 한 장이 논란이 됐다. 아프가니스탄 특별입국자가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도착한 날이다. 강성국 법무차관이 빗속에서 브리핑을 하는 내내 정장 차림의 법무부 젊은 직원이 젖은 땅바닥에 무릎 꿇고 몸을 낮춘 채 10여분간 우산을 쳐들고 있는 '우산 의전'을 선보였다. 충격을 넘어 해당 직원이 애처로워 보였다. 앞에서 아무렇지 않게 '우산 의전'으로 비를 피하며 브리핑을 하는 차관이 못되게 보이기까지 했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많은 언론이 '황제 의전', '과잉 의전'이라고 비판했다. 논란이 커지자 차관은 몰랐다며 사과했다.

그 후 현장에서 한 영상 기자가 우산 든 직원이 카메라가 나오지 않게 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는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보도가 나왔다. 애초 차관 옆에서 우산을 들었던 직원은 브리핑하는 차관만 화면에 담기 원했던 영상 기자 요청으로 그런 자세까지 취한 것으로 보인다. 누구도 이런 결과를 예측하지 못했지만, 기자가 요구했고 법무부가 따르면서 발생한 불상사다. 전말을 따졌을 때 차관의 '황제 의전'은 본질이 아니다.

설령 그랬더라도, 누군가는 무릎 꿇은 직원을 일으켜 세웠어야 했다. 폭우가 쏟아지는데도 꼭 야외에서 브리핑을 해야 했는지도 생각해볼 일이다. 차관이 직접 우산을 들고 브리핑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상식을 벗어난 의전은 받지도, 하지도 말자. 김정은도 우산을 혼자 드는 시대다.

류성훈 취제3부장 rsh@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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