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메타버스라는 메타언어

@선정태 입력 2021.08.29. 17:37

멀지않은 미래, 전 세계는 OZ라는 인터넷 시스템을 통해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다. 이 네트워크는 컴퓨터와 태블릿은 물론 구형 핸드폰으로도 접속이 가능해 수십억 명이 가입, 자신이 만든 아바타를 통해 쇼핑, 스포츠, 여행 등 현실과 똑같은 방식으로 즐기고 활동하고 있다.

의료, 교통, 비즈니스, 쇼핑도 할 수 있어 시청과 소방서 등 관공서는 물론 대부분의 기업들도 이곳에 가상 사무소를 두고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사람들은 OZ를 통해 쇼핑하고 공과금을 납부하는가 하면 병원 예약도 한다. 다른 언어도 즉시 번역이 돼 어려움 없이 외국인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이는 2009년 개봉한 재패니메이션의 설정이다. 지금 가장 많이 언급되고 있는 메타버스를 이미 13년 전에 예견하고 풀어 썼다.

영화에서 OZ라는 가상의 세계는 현실의 세계와 구분이 안 되는 것이다. 아니 OZ를 통해 현실 세계의 일을 해결하는 제2의 현실이자 또 다른 사회로 묘사되고 있다. 영화는 지금 구현되고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을 넘어 앞으로 발전할 것으로 보이는 메타버스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영화는 메타버스가 우리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꿀 미래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면의 부작용과 심각한 위험성에 대해서도 경고하고 있다. AI가 계정을 해킹하면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일반 사용자는 OZ에 접속하지 못해 일상의 불편함을 느끼는 수준에 머물지만, 구급대 관련 사용자 계정이 해킹되면서 동시 다발적인 신고가 접수돼 혼란을 겪는다.

AI는 수도 통제 관련 계정을 해킹해 수압을 높이기도 하고, 신호를 멋대로 바꾸거나 교통 통제 시스템을 엉망으로 만들어 수 시간째 도로를 정체에 빠트린다. 시시각각으로 변화 추이를 주시해야 하는 고령자의 의료 정보가 제대로 전송이 안되면서 제 때 치료받지 못해 사망하기에 이른다. 종국에는 AI가 위성을 멋대로 조종해 추락시켜 살상을 시도하기도 한다.

SF에 머물던 메타버스가 기술 발전으로 현실로 다가오고 있지만 개념이 명확히 잡히지 않았는데도 메타버스라는 단어가 유행하면서 혼란이 커지고 있다. 단순한 게임 속 아바타나 AR·VR, 증강 현실도 메타버스로 함축해 사용하고 있다. 새로운 용어가 현상의 이해를 돕는 것이 아니라 더 어렵게 하고 있다. 선정태 취재3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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