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여름나기

@양기생 신문잡지본부장 입력 2021.07.26. 18:09

무더위가 기승이다. 연일 계속되는 땡볕 더위에 불쾌지수가 높아진다. 코로나19 감염 예방 차원의 마스크도 짜증을 부채질한다. 방송에서는 연일 폭염 경보 목소리가 반복되어 흘러나온다. 작년 보다 여름나기가 쉽지 않을듯하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작년에는 찜통더위를 우려했었다. 폭염에다 코로나19 예방에 따른 마스크 착용으로 숨쉬기가 힘들어 질 것이란 예측이었다. 모두가 걱정했지만 다행히 길어진 장마가 살렸다. 53일이라는 사상 최장의 장마가 무더위를 누그러뜨리며 한 숨 돌리게 만들었다.

올해는 짧은 장마 끝에 찾아온 더위여서 그런가 여느 해 보다 더 덥게 느껴진다. 열대야로 제대로 잠을 자기도 어렵다. 밤새 뒤척이다 날이 밝아오곤 한다. 아침이면 머리가 지끈거린다. 제대로 숙면을 하지 못한 후유증이리라.

여름 밤 하면 떠오르는 추억이 있다. 중학교 3학년 때 어느 여름밤이었다. 늘 그렇듯이 동네 친구 4명과 마을 앞 다리 밑에 모였다.

딱히 즐길만한 거리가 없었던 때라 냇가에 앉아 모래사장에 모닥불을 피워 놓고 물고기 잡이에 나섰다.

도구도 없이 맨손으로 물고기 잡이에 나선 우리는 밤 9시가 넘어서자 지치기 시작했다. 물고기는 잡히지 않고 배꼽시계는 '밥 달라'며 뻐꾹뻐꾹 울기 시작했다.

허기를 채우기 위해 뭘 먹을까 고민하던 끝에 라면을 먹기로 결정했다. 냇가에서 가장 가깝다는 이유로 필자에게 라면을 집에서 몰래 가져 오라고 요구했다. 나머지는 냄비와 나무를 책임지기로 했다.

필자는 잠시 머뭇거리다 친구와 함께 작은 방 옆에 붙어있는 창고로 들어가서 라면 5개를 가지고 나왔다.

그 사이 친구들은 돌덩이로 아궁이를 만들고 그 위에 냄비를 올려놓고 물을 끓이기 시작했다. 우리는 나무젓가락으로 탱탱 불어터진 라면을 허겁지겁 먹었다. 배가 부른 우리는 모래사장에 벌러덩 누워 별세상을 바라보았다.

누군가 목이 마르다며 마을에 가서 물 주전자를 가져왔다. 그는 컵 대신 소주잔 1개를 가지고 왔다. 마지막에 라면 국물을 들이 킨 필자는 소주잔으로 맹물 23잔을 마셨다. 그날 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시골 촌뜨기들의 여름나기 한 장면이다. 코로나와 무더위 속에 무탈하게 여름나기를 빌어본다. 양기생 취재4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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