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호러 그 자체, 모기

@선정태 입력 2021.07.25. 19:19
취재3부 부장대우 선정태

여름만 찾아오면 우리를 괴롭히는 모기. 며칠 몸을 가렵게 만드는 귀찮은 벌레라 생각하지만, 고작 1.5㎝의 모기에 목숨을 잃는 일은 의외로 자주 발생한다.

모기가 원인이 되는 말라리아가 그것이다. 팬데믹을 불러일으킨 페스트와 스페인독감을 비롯해 천연두 등 오랫동안 인류를 괴롭혔던 질병도 있지만, 모기가 가장 많은 사람 목숨을 앗아간 위험하고 무서운 동물이다.

모기가 죽인 가장 유명한 사람은 그리스의 알렉산드로스 대왕일 것이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그리스를 통일하고 당시 유럽과 지금의 중동까지 통일 제국을 노렸지만 모기 때문에 좌절됐다. 기원전 323년 인도 정벌에 나섰던 알렉산드로스는 33세 나이에 갑작스러운 열병으로 10일 만에 돌연 사망하면서 세계 정복의 꿈은 끝이 났다.

유럽의 대항해가 시작된 15세기 아메리카 대륙을 정벌할 당시 구대륙의 유럽인들은 여러 질병을 신대륙에 전파시켰다. 구대륙의 총과 칼보다 더 많은 신대륙의 인디언들을 죽인 것이 말라리아를 포함한 병원균이었다. 홍역이나 인플루엔자, 발진 티푸스, 볼거리, 백일해 페스트, 결핵 등은 이제 치료가 가능하거나 박멸됐지만 말라리아만은 아직도 치료제가 나오지 못하고 있다.

모기는 지금도 인류를 죽음의 공포로 몰아넣고 있지만, 말라리아의 발병 원인이 모기라는 것을 알아챈 것은 100년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수천년 동안 그저 나쁜 공기 때문에 아픈 거라고 생각하며 며칠 동안 고열에 시달리다 죽어갈 뿐이었다. 말라리아라는 이름 자체가 나쁜 공기라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말라리아는 동남아시아나 인도, 아프리카 등의 열대지역 국가의 경제발전을 저하하는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우리는 질병을 치료하지 못하면 원인을 제거하자는 신념으로 지구상의 모든 모기를 박멸하기 위해 유전자 조작 모기까지 만들었지만, 모기가 사라졌을 때의 부정적인 파장 때문에 찬반이 뜨겁다.

우리나라도 매년 500명 정도의 말라리아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올해 장마가 예년보다 길어질 거라는 예보로 모기도 늘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국지성 호우와 폭염으로 모기 개체수가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여름 모기가 줄었다고 좋아하기만 할 수도 없다. 가을 모기, 겨울 모기가 기승을 부릴지 모르니까.선정태 취재3부 부장대우 wordflow@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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