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아동학대

@조덕진 입력 2021.01.07. 18:00

'정인아 미안해' 어린 아이의 죽음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새해 벽두를 몰아치고 있다. 태어난지 16개월 만에 양 부모의 학대로 사망한 정인이의 아픈 죽음을 놓고 정치권도 관련 법안을 정비하는 등 부산이다.

아이가 고문에 가까운 학대로 사망한 것도 가슴 아픈 일이지만 그 어린 생명을 구할 기회가 3번이나 있었지만 놓쳤다. 어린이집 교사와 의사, 양부의 지인 등이 세 차례나 신고했지만 경찰은 무혐의 처리했다. 지난 12월엔 검찰이 양모만 학대 치사 혐의로 구속하고 양부는 아동방임 및 학대 혐의만 적용해 불구속 기소했다. 엄마들이 경찰도, 검찰도 공범이라고 외치는 이유다.

정치권까지 나서 법안을 정비하고 있지만 법이나 정비하고, 현장은 변하지 않는 쳇바퀴가 반복되는 것 아닌가 걱정된다. 또 입양가정에 대한 편견이 강화될까도 걱정이다. 그렇지 않아도 혈연주의가 강한 우리나라에서 입양이 어려워 아이들이 해외로 내몰리는고 있는데 입양이 더 어려워지는 건 아닐까. 실재 아동학대의 70%가 친부모일 정도로 학대는 혈연이나 비혈연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주변 아이들이다. 행여 우리가 놓친 건 없는지, 정인이 사례의 반복은 없는지 살펴볼 일이다.

광주에서도 한해 1천 건이 넘는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7년 957건이던 아동학대 신고는 2018년 1139, 2019년 1089건에 달했다. 아동학대가 범죄라는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고 신고 의무자들의 참여가 높아지면서 아동학대 신고가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다만, 한해 100건에 달하는 무혐의 처분이 맘에 걸린다. 신고된 의심사례 중 한해 평균 100~200건이 무혐 처분됐다. 2017년부터 각 161건, 177건, 213건에 달했다. 혹여 이번 정인이 같은 사례가 숨어있는 것은 아닌지 보다 더 꼼꼼히 살펴야겠다.

무엇보다 코로나 19로 아이들이 집에서 거주하면서 피해가 노출되지 못한 것 아닌가 걱정이다. 지난해도 학교나 아동보호기관이 코로나로 문을 닫으면서 아이들이 부모에게 학대 당하다 뒤늦게 발견되는 사례가 있었다.

신고된 아이들 뿐 아니라 취약한 아이들에 대한 보다 섬세한 관심과 살핌이 필요한 시절이다. 조덕진 논설위원 mdeung@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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