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다사다난'

@류성훈 입력 2020.12.29. 18:40

그 어느 해보다 다사다난했던 경자년이 저물어가고 있다. 다사다난(多事多難)은 한 해를 마무리 짓는 세밑, 이맘때면 늘 따라붙는 대표 수식어다. 여러 가지 일도 많고 어려움이나 탈도 많다는 뜻이다. 매년 다사다난한 해였지만, 올해처럼 다사다난했던 해는 흔치 않았던 것 같다. 필자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2020년은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라는 강력한 바이러스 여파로 엄청난 시련과 고난을 겪은 어려운 한 해였다. 1년 내내 삶의 방식에 큰 영향을 미치고 미래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많은 사람이 경제적·심리적·육체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해 12월31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폐렴환자 27명이 발생한 뒤 그 원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밝혀지면서 코로나가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올해 1월20일 코로나 첫 확진자가 발생했고, 이후 모든 일상에 크고, 작은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빠른 속도로 퍼졌고 지금까지 전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다.

국내 확진자가 매일 1천여명에 이르는 환란 속에 어느덧 한 해의 끝자락에 와 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만큼 코로나로 인한 충격은 이루 말할 수가 없을 정도다. 특히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이들은 IMF보다 더 혹독한 위기라고 입을 모은다.

연말연시, 여느 해 같았으면 북적대고 활기 넘치던 도심 밤거리는 인적이 끊겨 을씨년스러울 정도다. 한파를 녹이던 기부의 손길은 언감생심처럼 느껴진다. 학교도 취업도 아르바이트 자리까지도 코로나에게 빼앗긴 청년들의 군 입대 행렬이 늘고 있다. '잃어버린 1년'으로 오래도록 기억될 한 해의, 잊지 못할 세밑 풍경이다.

그러는 동안 모두가 손꼽아 기다렸던 코로나 백신이 드디어 개발돼 미국과 영국, 독일 등에서 접종이 시작됐다. 러시아와 중국도 자체 개발한 백신 접종에 돌입했다. 국내에서 만든 코로나 치료제도 일부 사용되고 있다.

코로나가 백신만으로 '해결'될 수도 없겠지만, 안전성과 효능·공급망 확보·분배의 공평성 등 백신과 관련한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은 많다. 그렇더라도 새해에는 코로나가 만들어낸 어둡고 긴 동굴을 빠져나갈 수 있는 출구의 빛이 보인다.

당장 백신 없이 혹독한 겨울을 나야 하는 현실이지만, 그래도 새해 신축년에는 희망을 꿈꾸시길 바란다. 올해의 다사다난이 교훈이 돼 새해에는 힘든 날보다, 좋은 날이 더 많은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류성훈 사회부장 rsh@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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