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아이들을 지키지 못하는 사회

@최민석 입력 2020.11.25. 18:30

또 한 명의 어린이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지난 17일 오전 광주 북구 운암동 벽산블루밍아파트 1단지 어머니와 세 자녀가 횡단보도를 건너다 8.5톤 트럭에 깔려 3살 여아가 숨지고 나머지 3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은 운전자가 전방 미주시로 사고를 낸 것으로 보고 이른바 '민식이법'을 적용, 구속했다.

앞서 이곳에서는 지난 5월에도 7살 남아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은 바 있다. 당시 경찰은 무신호 횡단보도를 설치했지만 사망사고를 예방하지는 못했다.

광주를 비롯, 해마다 전국 각지에서 크고 작은 교통사고로 인명 피해를 낳는 '스쿨존'에서의 사고는 운전자들의 난폭 운전과 부주의, 이기심이 주원인으로 꼽힌다.

이번 사고도 신호등이 없고 평소 교통량이 많은 점을 감안해도 사고를 낸 트럭 외에 같은 시각 인근을 지나던 운전자들의 보행자 보호를 위한 배려심만 있었어도 충분히 예방이 가능한 사고였다는 것이 목격자와 시민들의 한결 같은 주장이다. 아무리 예고 없는 사고라 해도 '인재'(人災)라는 얘기다.

이 사고는 최근 코로나 환자가 급증으로 묻혀가는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하다.

어린이 교통사고 소식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어른으로서 미안함과 죄책감까지 든다. 필자도 오래 전 교통사고로 가족을 잃은 피해자 중 한 사람이기에 더욱 가슴이 미어진다. 아이의 죽음은 죽음 그 자체로 끝나지 않는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는 말을 빌리지 않아도 남은 가족에겐 평생 고통과 상처를 남긴다. 특히 아이를 잃은 부모들은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고 산다'는 말처럼 죽을 때까지 떠나보낸 자식에 대한 그리움과 애틋함을 놓지 못한다.

무엇보다 이번 사고도 어른들의 이기심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신호등과 감시카메라 설치, 규정속도 제한 등 대책이 나와도 사람이 지키지 않는다면 '사후약방문'에 지나지 않는다.

사람의 부주의와 이기심으로 인한 교통사고에는 백신도, 방역도. 치료제도 없다. 오직 방심과 부주의가 야기한 참혹한 결과만이 뒤따를 뿐이다.

모두가 나서 우리 아이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어린이를 누구보다 사랑했던 소파 방정환 선생의 '어린이를 두고 가니 잘 부탁하오'라는 유언을 되새겨 봐야 할 때다. 최민석 문화체육부부장 cms20@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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