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한국과 너무 다른 獨 의사들

@류성훈 입력 2020.09.09. 18:45

정부·여당과 의료계가 지난 4일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하면서 전국에서 의료 현실이 가장 열악한 전남의 30년 숙원사업인 의대·대학병원 설립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 국난시기인 점을 감안, 정부·여당과 의료계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안정화에 접어든 시점에서 협의체를 구성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재논의하기로 했지만 감염 공포로 국민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의료 공백'을 '투쟁 수단'으로 이용했다는 점에서 의료계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정부·여당이 의료계의 '집단휴진' 사태를 종료시키고도 '사실상 백기투항', '굴욕적 협상'이라는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전남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열악한 의료 기반 혁신이라는 명분 아래 해묵은 지역 숙원사업을 풀려던 지역사회는 실망감이 역력하다. 전남은 전국 17개 시·도에서 유일하게 의과대학이 없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전남은 전국에서 의료 환경이 가장 열악하다. 전남은 1만 명당 의사 수가 25.3명으로 전국 평균보다 4.4명이 부족하다. 고령인구(22.6%)와 장애인(7.6%) 등 의료취약계층 비율도 전국에서 제일 높고 섬도 가장 많아 의료 접근성이 매우 취약하다. 이 때문에 전남권 의대설립은 의대 증원이나 공공의대 설립과는 별건의 사업으로 진행돼야 한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절박한 상황에 김영록 전남지사는 정부와 정치권, 의료계를 향해 "전국 시·도 중 유일하게 의과대학이 없는 전남에 의대를 신설해 도민들의 건강권을 지켜달라"고 간절히 호소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 독일에서는 같은 사안을 두고 정반대의 결과를 도출했다. 독일 집권당이 의대 입학 정원 50% 확대를 추진하자 의료계가 환영의 뜻을 밝혀, 한국과 여실히 다른 국격의 차이를 보여줬다. 더구나 독일은 매년 의대 졸업생의 10%가 지방에서 일하도록 하는 '농촌지역 의사 할당제도'도 주마다 확대되고 있어 부러움을 사고 있다.

인구 1천 명당 의사 비율이 4.3명으로 한국(2.6명)보다 두배 가량 높은데도, 독일 의료계는 국민들의 의료서비스 질을 선택했다. '의사 선생님'이라는 존경의 마음이 담겨있는 호칭을 들을 수 있는 자격이 충분하다. 한국 의료계도 '의술'이 아닌 '인술'을 먼저 생각했으면 한다. 정부와 여당은 지역숙원인 전남권 의대 설립에 빠른 응답을 해주길 간곡히 바란다. 류성훈 사회부장 rsh@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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