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한국판 '목요클럽'

@윤승한 입력 2020.05.14. 18:34

목요클럽은 오늘날 스웨덴을 세계 최고의 복지국가 중 하나로 만든 노·사·정 소통 모델이다. 타게 에를란데르 전 총리가 고안했다. 매주 목요일 저녁 기업대표, 노조대표들과 만찬을 함께 나누며 대화한 데서 비롯됐다. 여름엔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별장으로 초대해 사회적 동반성장을 모색했다고 한다. 모임은 그가 재임했던 1946년부터 1969년까지 23년간 지속됐다.

에를란데르가 45세의 나이로 처음 총리에 당선된 1946년은 2차 세계대전 직후였다. 척박한 경제적 토양 위에서 먹고살기 힘들었던 탓에 파업은 일상이었고, 노사관계는 팽팽한 긴장의 연속이었다. 사회적 불안도 가중됐다. 이 시기, 그가 선택한 해법이 대화였고 그 결정체가 목요클럽이었다.

"우리는 성장할 것이다. 그러나 다 함께 성장할 것이다. 사람들에게 돈을 풀자는 게 아니다. 사람들이 돈을 벌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나는 돈보다 사람을 믿는다." 이 믿음 하에 그는 노·사간 화합을 통한 경제성장과 무상교육, 무상의료보험, 주택수당법 등 복지국가의 근간을 구축했다.

23년 동안 11번 선거에 승리했고, 1969년 스스로 사임할 때까지 장기집권을 했으면서도 그는 여전히 '국민의 아버지'라 불릴 만큼 존경받는 정치인으로 남아있다. 이름 앞에 '소통의 정치인'이란 수식어도 빠지지 않는다. 그 바탕에 목요클럽이 자리하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사회적 갈등 해결과 미래 준비를 위한 소통 모델로 '목요대화'를 추켜들었다. 한국판 '목요클럽'인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 총리의 시도에 대해 "새로운 협치와 소통의 모델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응원과 함께 꾸준한 운영을 당부하기도 했다.

목요대화는 그동안 두 차례 진행됐다. 1차는 지난달 23일, 2차는 지난 7일 있었다. 정·관·학계 등 내로라하는 사회 각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일상 준비'란 주제로 총론 수준에서 다양한 의견이 교환됐다. 경제·산업·고용 등을 주제로 앞으로 4차례 더 진행될 예정이다.

소통에 대한 구호는 넘치지만 소통의 장은 부족한 게 현실이다. 중앙정부, 지방정부 할 것 없다. 지역 상생 프로젝트인 광주형일자리 사업도 한때 불통으로 좌초 위기로까지 내몰렸었다. 정 총리의 목요대화가 한국사회의 새로운 소통 모델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윤승한 논설 위원 shyoon@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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