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성 인지 감수성

@양기생 신문잡지본부장 입력 2020.04.29. 18:17

21대 총선은 보수당의 궤멸적 참패로 끝났다. 공천잡음에서 막말 파동까지 끊임없는 논란 끝에 보수 세력의 자멸로 막을 내렸다. 진보 세력이 개헌을 제외하고 자유로운 입법 활동이 가능할 정도의 180석 확보는 초유의 사건으로 회자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 속에 막을 내린 총선의 열기가 식어갈 무렵 국민들은 또 다른 충격파에 놀랐다.

오거돈 부산시장이 성추행 파동으로 사퇴한 것이다. 오 시장은 기자회견을 갖고 여성 공무원을 집무실에서 5분 정도 성추행했다고 시인하고 사과한 뒤 시장직에서 물러났다.

17개 광역단체장 중 2위 규모의 막강한 자리에 있던 사람이 저질렀다고 보기에는 선뜻 인정하기 어려웠다. 민주당은 성추행 사퇴와 관련해 사과를 표명했고 통합당은 총선 전에 발생한 사건을 선거 뒤에 밝힌 것은 정치적 커넥션이 있는 것 아니냐고 공격했다.

부산 시민사회단체는 성 인지 감수성이 낮은 오 시장의 행태에 대해 몇 년 전부터 지적을 해왔다고 주장하며 사법 당국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성 인지 감수성은 성별 차이에 따른 불평등 상황을 인식하고 성차별적 요소를 감지하는 것으로 '젠더 감수성'이라고도 한다.

오 시장의 성 비위 사퇴는 우리 사회의 낮은 성 인지 감수성의 단면을 보여준 사건이다. 사회지도층 인사의 저급한 수준의 성 인지 민낯이다. 이번 파문은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과거 성비위 사건을 소환했다. 골프장에서 추태를 보인 박희태 전 국회의장, 비서 성폭행 혐의의 안희정 전 충남지사, 별장 성접대 파문의 김학의 전 차관, 가사도우미 성폭행 혐의 김준기 전 동부그룹 회장 등은 과거 성 비위에 관련된 사회지도층 인사들이다.

성 인지 감수성 결여의 결정판은 텔레그램에서 운영됐던 n번방이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만들어 배포했던 '박사방' 운영 주범 조주빈을 비롯한 n번방 운영자와 참여자들은 왜곡된 성문화가 낳은 괴물들이다.

이런 괴물의 탄생을 막기 위해서는 건전한 성 문화 정착에 모두가 나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성 인지 감수성 교육 강화가 필요하다. 그리고 사법당국의 성범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뒤따랴야 한다. 세심한 성 인지 감수성 교육과 성범죄에 대한 철저한 처벌이 절실한 때다.

양기생 부국장겸 지역사회부장 gingullove@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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