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6.06(토)
현재기온 0°c대기 매우나쁨풍속 0m/s습도 0%

(약수터) 코로나와 코리아

@도철 입력 2020.04.01. 18:21 수정 2020.04.01. 18:27

"하이 헬로, 기부 미 초코" 70년대 초 초등학교 입학 전 우리 동네에는 '튀기'가 살고 있었다. 큰 덩치에 유난히 까만 피부를 가진 또래 아이들이, 내게는 낯설고 무서웠다. 하지만 동네 사람들은 아이들의 아버지인 미군에게 습관처럼 이렇게 말했다.

"기부 미 초코"

사실 당시 우리나라 경제를 따져 볼 때 사탕, 과자는 물론 치약이나 비누 등 기본 생필품 수준이 형편없던 시절이었다. 껌은 단물만 빠지면 딱딱해져 턱이 아플 정도였고 설탕만 가득한 초콜릿은 무슨 맛인지 알 수가 없었다.

시간이 흐른 80년대 중반에도 비슷한 상황은 이어졌다.

"기부 미 시가렛, 기부 미" 국군과 미군의 대규모 합동훈련인 '팀 스피릿' 도중에 만난 미군을 향해 소대 선임하사가 "담배 달라"며 외치는 소리다. 부대원들을 이끌어야 할 선임하사 행동은 민망하고 부끄러웠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이 모습 또한 우리의 실제"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비슷한 시절, 코끼리 밥솥과 보온 물통도 대표적인 상품이다. 지금은 할머니 세대지만 당시 주부들에게 최고의 선물 중에 하나가 바로 일본에서 가져온 밥솥이었다.

국내산으로 밥을 하면 밥맛이 살아나지 않는데다 보온시간도 짧고 누렇게 변하지만 일본 밥솥은 기능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전자제품을 사기위해 일본 관광을 떠나고 나라에서 허락한 금액보다 더 많은 전자제품을 들여오다 세관에 빼앗기는 뉴스가 자주 나오기도 했다. 워크맨을 비롯한 일본의 크고 작은 전자제품도 청소년들 사이에 큰 인기를 끌었고 심지어 손톱깎이에 볼펜은 물론 몰래 들여 온 담배까지 외국 제품을 선호했다.

운동화도 빠지지 않는 품목이다. 미국의 나oo를 필두로, 독일의 아디oo, 일본의 아oo는 국내산 보다 두 배 이상 비싸지만 여전히 좋은 상품으로 인기를 이어갔고 당시 색다른 필기구로 떠오른 디자인이 예쁜 샤프펜슬은 신기하기까지 했다. 세월이 흐른 2020년. 최소한 우리 세대에는 색다른 광경이 벌어졌다. '코로나19'가 유행병이 된 가운데 한국의 검사방법과 의료체계, 검사키트 등을 원하는 나라가 많아졌다.

각국의 석학들과 언론들은 "한국을 배워라" 외치고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와 관련한 한국 의료장비 등의 지원을 바라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코로나19'는 싫지만 왠지 '기부 미 코리아'는 반갑다.

도철 경제부 부장 douls18309@srb.co.kr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srb.co.kr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