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코로나 19와 일상(日常)

@최민석 입력 2020.03.18. 18:22

오랜 만에 격조했던 사람들을 만나면 기장 먼저 안부를 묻는다. 별다른 사건 없이 보낸 이들은 대부분 "아무 일 없다"고 대답한다. 부침이 가득한 우리네 삶 속에서 평화와 평범한 일상(日常)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엿보게 해 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지난 2001년 제작돼 TV를 통해 방영된 미국 영화 '밴드 오브 브라더스'(Band of Brothers)는 제2차 세계대전에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 10부작 미니시리즈이다. '밴드 오브 브라더스'는 미국 육군 101 공수사단 506 낙하산 보병 연대 제2대대 5중대(일반적으로 알파벳의 E를 딴 Easy 중대)의 초기 훈련부터 노르망디 상륙 작전, 히틀러 별장인 독수리 둥지(Eagle's Nest) 점령 등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한국 주둔 미 8군 사령관을 지낸 맥스웰 테일러(1901∼1987) 장군이 이 부대를 이끈 사단장 출신이기도 해 우리와 인연이 깊다.

영화 '밴드 오브 브라더'에는 종전이 임박해 오면서 이지 중대원들이 본국 귀환을 앞두고 팀으로 나눠 야구경기를 하는 인상적인 장면이 나온다. 중대장 리처드 딕 윈터스와 병사들은 군복을 벗고 방망이와 글러브를 든 채 망중한을 즐긴다. 중대원들의 모습은 전쟁이 끝나고 비로소 평화가 찾아왔음을 상징한다. 또 병사들에게는 개인 신분으로 돌아가 각자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는 오버랩이기도 하다. 공을 주고 받으며 뛰는 병사들의 모습은 평화를 매개로 한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웅변한다. '코로나 19'는 두달째 우리 일상을 송두리째 바꿔버렸다. 외출할 때는 마스크를 써야 하고 수시로 손을 비누로 씻는 것이 일상사가 됐다.

'밴드 오브 브라더스'의 마지막 회에는 노년의 주인공 윈터스 소령과 손자의 인상적인 대화가 삽입돼 있다. 할아버지는 영웅이었느냐는 손자의 질문에 그는 "나는 영웅이 아니었고, 다만 영웅들과 함께 싸웠다"고 말한다. 일선 현장에서 코로나 19와 싸우고 있는 의사와 간호사, 담당 공무원 등 방역 당국 관계자를 비롯, 일상을 지켜내고 있는 우리 국민 모두가 진정한 영웅이다. 댓가 없는 자유는 그 누구에게도 주어지지 않는다. 코로나 19 퇴치를 위한 모든 이들의 노력과 배려가 절실한 때이다. 작은 냇물이 모여 대하(大河)를 이루는 법이다. 하루 빨리 모두 힘을 모아 코로나 19를 극복하고 소중한 일상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민석 문화체육부부장 cms20@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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