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김대우 입력 2020.03.11. 18:42

봄 소식을 가장 먼저 전하는 광양시 다압면 청매실농원에 하얀 매화가 흐드러지게 피었다. 상춘객들의 애타는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예년보다 보름 가량 빨리 피었다고 한다. 노란 꽃망울을 터트린 산수유도, 절정의 순간에 하나 둘 땅으로 몸을 떨구는 붉은 동백도 봄이 왔음을 알리고 있다.

지난 5일(경칩·驚蟄)엔 개구리도 겨울잠에서 깼다. 만물이 태동하는 완연한 기운에 봄을 찾아 밖으로 고개를 내미는 이들이 하나 둘 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한달 넘게 야외 활동을 하지 못한 이들에게 알록달록 봄꽃과 살랑 부는 봄바람은 견디기 힘든 고역이다.

코로나를 피해 집안에서만 생활하다 보니 개학이 연기된 아이들도 답답함에 짜증이 한 가득이다. 봄 바람이라도 맞으며 마음을 달래보고 싶지만 무턱대고 봄을 찾아 나설 수도 없는 노릇이다. 코로나19가 여전히 기세를 꺾지 않고 떡하니 버티고 있으니 말이다.

봄이 왔으나 봄 같지 않은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딱 그 형국이다. 화친정책으로 흉노왕에게 강제로 시집을 가게 된 중국 전한시대 절세미녀 왕소군(王昭君)을 떠나보내야 했던 원제(元帝)의 마음이 이러했을까? 훗날의 시인 동방규는 그 안타까움을 '이 땅에 꽃과 풀이 없으니 봄이 와도 봄 같지 않다(胡地無花草 호지무화초 春來不似春 춘래불사춘)'라고 읊었다.

기습적으로 찾아와 전 세계를 '팬데믹(pandemic·대유행)'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코로나19는 우리의 일상을 확 바꿔 놓았다. 지역사회 전파 차단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이 전개되면서 엘리베이터에서 조차 이웃 간 인사를 나누지 않는다. 마스크로, 장갑으로 중무장하고 재택근무, 화상회의, 혼밥 등 대면접촉 줄이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하루 1천명에 육박하던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200명대로 다소 진정되는 효과를 거뒀다. 그러나 후유증은 심각하다. 골목상권 등 지역경제가 마비를 넘어 아사 직전이다.

새로운 생명력이 소생하는 봄을 맞아 하루 빨리 코로나19가 종식돼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학수고대한다. 그래서 이 봄이 가기 전에 만개한 매화를, 산수유를, 벚꽃을 만끽할 수 있었으면 한다. 그 전에 어려운 여건에서도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들의 불굴의 의지에 경의를 표한다. 그대들이 있기에 봄은 오고 있다.

김대우 정치부 부장대우 ksh430@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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