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권익위원 칼럼] 근로시간 개편 논의 '동상이몽아닌 동주상구로'

@조선익 공인노무사·참여자치21 대표 입력 2023.03.09. 14:39

고용노동부는 지난 6일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을 확정, 발표했다. 핵심내용은 11시간 휴식권을 보장하면서 일주일 최대 69시간까지 근무하는 방법 또는 휴식권 보장 없이 최대 64시간까지 근무하는 것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에서는 1주를 단위기간으로 해 12시간까지 연장근로가 가능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번 정부안은 노사간에 합의하는 경우 단위기간을 1개월로 하는 경우 1개월 평균 연장근로가 52시간 가능하고 단위기간을 3개월, 6개월, 1년으로 하는 경우 각각 연장근로의 총량을 분기 90%, 반기 80%, 연 단위 70% 감축하겠다는 것이다. 개정된 근로기준법이 시행되는 경우 1주간의 연장근로 한도 12시간을 초과할 수 있는 것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라 어떤 회사에서 매주 연장근로를 12시간씩 1년을 하는 경우 총 시간은 625.68시간이고,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이 입법화돼 노사간에 연 단위 연장근로 총관관리제도를 도입하는 경우 총 연장근로시간은 437.97시간으로 30%가 줄어들게 된다.

필자가 공인노무사로서 11년간 산업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경험에 비추어 현실적 노사관계에 연장근로 총량관리제도를 도입하게 된다면 생기는 의문이 있다. 노사간의 업무량을 사전예측해 1개월 이상의 연장근로 총량관리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쉬울까? 업무량의 예측이 상대적으로 가장 쉬는 1개월의 연장근로 총량관리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쉬울까? 만약 1개월 이상의 단위 기간인 분기, 반기, 연 단위 연장근로 총량관리제도를 도입하게 되는 경우 정부의 입장대로 근로시간을 감축하고 획일적, 경직적인 근로시간 문화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산업은 대기업 중심의 원하청 관계가 많은 상황이기에 원청의 주문과 하청의 생산계획을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예측하기 어렵다. 이같은 환경에서 근로기준법의 소비자인 사업주와 근로자가 1개월 연장근로 총량관리제도를 가장 많이 선택하게 되는 경우(1년에 12번의 1개월 연장근로 총량관리제도를 도입하는 경우) 현행 근로기준법상 1년간 근무가능한 연장시간은 유지되는 반면 1개월 단위기간 동안 주 12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가 가능해 근로시간 제도 개편의 효과는 미비할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노사 입장차이로 제도를 도입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또 현실적으로 매주 12시간의 연장근로를 1년간 하는 회사는 많지 않기 때문에 1개월 이상의 연장근로 총량제도를 도입하는 회사는 상대적으로 적을 수 밖에 없다.

연장근로 총량관리제도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노사합의로 단위기간을 정하도록 하고 근로자 개인의 동의를 추가하도록 하고 있다. 현행법상 근로자의 동의는 사전동의, 사후동의가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연장근로를 많이 하는 회사일수록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근로계약서에 근로일별, 주별 연장시간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여 근로자가 일과 생활에 대한 계획을 할 수 있도록 정보를 주고 사전동의를 구하기 보다는 한달 총량 정하고 근로자가 사전동의를 하면 사업주가 경영사정을 감안해 근로일별 연장근로에 대해서 지시하는 방법이 많이 사용되는데 이른바 포괄임금제도이다. 사실상 근로자는 한달에 연장근로 총량에 대한 사전동의만 했지, 주나 어떤 날에 연장근로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동의를 한 것이 아니라고 봐야 한다. 이와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포괄임금제 남용에 대한 근로감독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포괄임금제도의 개선이 없을 경우 연장근로 총량관리제도 도입에 대한 노사합의 내용에 연장근로시간 사전확정이 필요 없기 때문에 근로자의 동의 특히 일별, 주별 구체적 정보가 없는 포괄적 사전동의를 방치한다면 terrible 포괄임금제도가 굳어질 위험성이 존재한다.

이러한 현상은 회사에서 연장근로에 대한 사전예측성과 계획성이 떨어지는 문제, 근로자에게 연장근로가 필요한 한데 사후동의를 얻지 못하는 경우 회사운영의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연장근로 총량관리제도를 도입하면서 포괄임금제 남용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더라도 근본적인 문제는 회사에서 연장근로에 대한 사전예측과 구체적 정보가 노사간에 공유되는 문화, 원하청 등 기업간 사전예측 가능한 거래문화가 필수적이다. 산업구성원들의 문화적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선진국의 제도를 수입해 사용하는 접근법의 유효기간은 길지 않을 것이다. 근로기준법 등 노동법의 개정에 대해서 정부가 주도하는 문화에서 노사가 자율적으로 문화를 형성하고 정부가 노사문화에 맞는 제도를 만드는 방법적 전환으로 노사정간 갈등이 최소화 되기를 희망해본다. 조선익 공인노무사·참여자치21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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