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오시아노 관광단지 딜레마

[이슈& 해남오시아노 관광단지 딜레마 ⑦·끝] '장밋빛 남발' 헛된 꿈인가

입력 2021.07.04. 17:25 김봉일 기자
세차례 완공기한 넘긴채 여전히 나대지
민간에 부지 팔아 조성비 마련 발상 실책
국가는 단지 조성하라 지시해놓고 뒷짐
정치적 속셈만 “호남”…당장 개발 나서야
해남 화원반도 오시아노관광단지 전경

쪽빛 바다 위 60여개 똘박한 섬들이 보석처럼 박혀 있는 땅끝마을 해남 화원반도의 오시아노관광단지. 그곳에 고품격 해양리조트가 들어선다고 개발의 열풍까지 불었던 때가 있었다. 당시 지역민들의 가슴 속에는 이미 관광단지가 멋들어지게 그려져 있었음은 물론이다. 바로 그 시기 1991년 7월 관광공사는 자회사까지 설립하면서 팡파르를 울렸다. 그것도 잠시, 이제나저제나 개발된다던 관광단지는 10년이 가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벌써 30년이라는 기나긴 시간만 흘렀다. 아직도 오시아노관광단지는 책상서랍 해묵은 서류 속에서만 빛을 발하는 청사진인 것이다. 국제적 수준의 호텔과 요트 마리나시설, 해양공원은 고사하고 남도문화를 느낄 수 있는 변변한 카페나 음식점조차 없는 황량한 나대지다. 기껏해야 임시 야영 캠핑장에 딸린 조그만 편의점과 골프마니아를 위한 클럽하우스와 27홀 골프장이 고작이다.

시행사인 한국관광공사(이하 관광공사)는 관광단지로의 조성계획 승인 및 사업시행 허가가 떨어진 1994년 6월부터 착공에 들어가 2015년까지 마무리하겠다고 장담했다. 그리고서 6년을 연장한 2021년까지 완공될 예정이라 했고, 여론의 질타가 두려웠을까 또다시 계획을 수정 변경해버렸다. 아예 준공연도도 적시하지 않고 준공 때까지로 무기한 연기한다고 발표하면서 말이다. 이를 숨죽이며 지켜본 지역민들은 "늦게 개발해도 문제될 게 전혀 없다는 무사안일과 행정편의주의가 똘똘 뭉쳐 작금의 사태를 낳았다"며 "헐값으로 사들인 부지가 해마다 인상될 것이 뻔한데 굳이 분양에 신경을 곤두세울 필요가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애당초 민간 투자자에게 부지를 팔아 단지를 조성하겠다던 관광공사의 발상자체가 모순덩어리의 실책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전국 주요 도시와의 접근성이 좋지 않고 사회간접자본시설(SOC)도 보잘 것 없는데다 3.3㎡(1평)당 분양가마저 70만~80만원으로 터무니없이 비싼 그곳에 어떤 투자자가 선뜻 투자의향을 나타낼지 시쳇말로 안 봐도 비디오이기 때문이다. 총 사업비의 70%를 민간자본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특별한 계산법(?)은 아마도 관광공사가 아니라면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입만 열면 늘 민간투자자를 찾고 있다는 말이 앞설 뿐,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관광단지라는 게 냉엄한 현실이라는 얘기다.

신주광리마을 주민들

그렇다고 국가가 미리 나서 챙기지도 않는 오시아노관광단지다. 걸핏하면 국토의 균형발전과 환황해권 시대를 운운하며 뭔가 골몰히 생각해주는 모양새를 보이다가도 현실에서의 돈줄은 항상 다른 프로젝트로 건너가기 일쑤다. 딴은 전직 대통령이 국가의 균형발전 차원에서 개발하라고 지시한 사항이고 정부당국의 사업시행 허가를 거쳐 추진한 프로젝트가 분명하거늘, 언젠가는 완공의 실마리를 풀게 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만 넘치고 있다.

하지만 세월의 무게가 30년이다. 적어도 지금쯤이면 완공의 깃발을 높이 세우고 의기양양해 있거나 마무리 단계에 와 있어야하는 게 당연한 일이다. 기나긴 세월동안 대통령은 무려 일곱 명이나 바뀌었고, 호남에서 정치적 물꼬를 트고 다졌던 민주정권이 벌써 네 차례나 갈린 현실을 어떻게 해석해야 좋을까. 호남지역은 원래 발전과 개발속도가 더딘 곳으로 세뇌돼있는 만큼 조금 더 기다려도 문제될 게 없다고 치부하고 있는 건 아닐지 모르겠다. 역지사지로 비교견적을 뽑아 경주 보문단지와 제주 중문단지의 개발을 오시아노처럼 차일피일 미루고 지지부진하게 진행했더라면 어떤 결과가 도출됐을지 정말 궁금하다.

정치적 속셈이 있을 때만 이슈몰이로 호남에 가장 먼저 찾아와 머리를 조아리고 표심을 흔들어대는 정치권 인사들이 아니던가. 이제 그들의 두 얼굴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평가를 내려야 할까.

누군가에게 오시아노관광단지에 대한 개발의 고삐를 당기라고 채근한 것도 아니다. 국가가 스스로 나서 개발의지를 드러내 보이면서 어벌쩡한 장밋빛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애꿎은 민초들만 지역사랑과 나라사랑이라는 미명아래 희생을 강요당하더니 여태껏 나 몰라라 방관 방치되고 있다. 앞으로 어찌 국가를 신뢰하고 따라야할지 가늠하기조차 힘들다. 관광공사는 자체예산이 여의치 않고 민자유치도 생각처럼 쉽지 않으니 국가의 눈치만 살피고 있고, 지방자치단체인 전남도와 해남군은 나름 애로사항은 말하건만 다람쥐 쳇바퀴 도는 건의만 일삼는 성과없는 모드로 세월을 까먹고 있다.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신선한 아이디어도, 장기 표류하는 사업에 대한 관련법 정비 노력도 하지 않은 채 그저 돈줄에 목매여 예산타령만 하고 있다.

경제성 논리로 개발의 우선순위가 자꾸 밀려만 간다면 차라리 이 차제에 백지화를 선언하는 건 어떨까 싶을 정도다. 이미 투입된 토지매입비와 기반시설공사비는 어떻게 하고 이제 와서 백지화를 하느냐고 따져 묻는다면 구워먹든 삶아먹든 이제 관광공사 소유의 땅이니 알아서 하라는 게 정답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단지개발이 계속 길어질수록 개발비 상승은 불보듯 뻔한 이치이고, 애지중지 하던 땅을 빼앗긴 신주광마을 주민들도 기억 속에서 훌훌 털어버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겠다는 답답한 생각에서다.

그러나 이는 결코 머릿속의 상념일 뿐, 중앙정부와 관광공사, 전남도와 해남군이 반드시 풀어야할 과제다. 이들 관계기관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순방향의 소통으로 해법의 접점을 찾아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 관계기관끼리 이해관계가 얽혀있고 상충된다면 해답은 국가가 이를 해결하는 게 순리다. 국가가 해상국립공원과 함께 하는 환황해권 경제발전의 축으로 오시아노관광단지 조성을 지시했을 때처럼 궁극적으로 그 책임 역시 국가가 짊어지는 것이 마땅하기 때문이다. 관광공사가 개발의 주체라고 한들, 관광단지 조성이 국책사업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도 국가는 절대 자유로울 수 없다. 프랑스의 유명한 사상가 볼테르(Voltaire)는 "국가만큼 소중한 것이 없다. 국가는 우리가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터전이요, 생활의 바탕이며, 방패가 되기 때문"이라고 설파했다. 만약 국민의 마지막 보루인 국가마저 그 책임을 전가하고 탈피하려 든다면 이미 국가로서의 자격을 상실했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30년이 지난 현재까지 관광단지로서의 제 역할은커녕 면모도 갖추지 못하고 있는 사실에 대해 신주광마을 한 주민은 "국가가 지금까지 이주민들을 상대로 사기를 친 것과 다름없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던 그 절규가 못내 아픔으로 다가온다. 그 동안 국가가 우선순위를 따져 오시아노관광단지 개발을 미뤄왔다면 이제라도 서둘러 마무리하는 게 국토의 균형발전 차원에서도 바람직한 일이다. 중국인들이 밀려오지 않는 코로나시대, 환황해권 발전축에 위치한 오시아노관광단지의 조성이야말로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임과 동시에 빛나는 도약이라는 사실을 명심하면서 말이다.

김봉일기자 amazingreporter@mdilbo.com·해남=박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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