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시걸·자코메티·앤디워홀 등
국내외 유명 작가 작품 한자리서
의도 등 설명 쉽게 담아 캡션 붙이고
전시 해설 운영…관객 이해 도와
인간 존재 대한 다양한 생각 기회

■이리보GO 저리보GO GOGO 리뷰
멀리서는 전쟁에 출정하는 장군과 병사들처럼 보이더니 가까이서 보니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바삐 움직이는 현대인들의 모습이다. 조지 시걸의 '러시아워'다. 작품명에서 알 수 있듯 작품은 직장으로 나가는 군상들의 모습을 담았다. 밝은 구석 하나 없이 무표정한 이들의 얼굴은 작품이 만들어진 1982년에나 2022년에나 달라진 것이 없다. 구체적으로 표현되지 않은 얼굴 때문인지 꼭 나를 보는 것 같기도 하다.

다른 사람과 뒤섞여 살아가고 있지만 개개의 익명성이 높아지는 현대 사회를 표현한 이 작품은 도립미술관 전시층 로비에 세워졌다. 이번 리움미술관 순회전 '인간, 일곱개의 질문'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번 주제는 인간으로 존재함에 대한 의미를 살펴보고 미래를 내다보는 자리다.
전시장으로 막 들어서면 하얀 벽을 배경으로 단 하나만의 작품이 서있는데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거대한 여인Ⅲ'이다. 앞서 설명한 '러시아워'와 함께 이번 전시의 주요 작품이기도 하다. 교과서에서나 볼 법한 의미 있는 작품으로 불필요한 부피감과 세부 묘사를 걷어내 마치 뼈대만 남은 것 같이 보인다. 이런 표현을 통해 작가는 인간이란 존재의 본질에 한 걸음 더 다가간다.
전시 동선을 따라 움직이면 또다른 거장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미술 교과서 등서 이미 만난 바 있는 앤디워홀의 '마흔 다섯개의 금빛 마릴린'이다. 이 작품은 마릴린 먼로가 삶을 마감한 이후 제작된 작품으로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영화 포스터 속 마릴린 먼로의 초상을 반복해 찍어냄으로써 스타의 죽음조차도 가십으로 소비되는 매스미디어의 이면을 보여준다.

이어지는 작품들의 면면도 발길을 사로잡는다. 인간의 몸을 붓 삼아 새로운 실험을 즐기며 인간이 만들어내는 생명력과 에너지를 화폭에 담은 이브 클렝의 작품, 개인의 정체성은 운명처럼 주어진 것이 아닌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임을 보여주는 니키 S.리의 작품, 똑같은 구조의 아파트에서 저마다 가장 행복한 모습을 과시하듯 내보이는 32가구의 사진을 통해 한국 중산층이 생각하는 규격화된 이상적 가정의 모습을 보여주는 정연두의 작품, 길거리에 버려진 껌이나 담배꽁초 등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DNA 정보를 가지고 소유자의 얼굴을 3D 프린팅해 보여주며 고도의 과학발달과 그로인한 개인 정보 유출·악용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헤더 듀이-해그보그의 작품까지.
인간의 존재를 시대상에 비춰서, 사회 관계 안에서, 그 자체의 가치로서 생각할 수 있게 하는 작품들로 가득 채워졌다.
그렇다고 전시가 어려운 것만은 아니다. 도립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미술사에서 가치 있는 작품들을 과시하듯 선보이는 자리로 끝내지 않았다. 작품이 관객들에 한걸음 더 가까워져야 그 가치가 더욱 빛날 수 있다 판단이다. 이에 따라 각 작품마다 이 작품이 의도하는 바는 무엇인지, 작가는 생애 어떤 작업을 펼쳐왔는지 등을 친절히 설명한 캡션을 붙여놨다. 뿐만 아니라 전시 해설 프로그램을 시작해 매일 3회 운영 중이다.

이지호 도립미술관장은 "리움미술관 측에서 순회전을 이곳서 하며 전남의 어린 학생들이 이번 전시를 많이 봤으면 하는 바람을 전해왔다"며 "세계적 거장들의 작품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기회인만큼 우리도 같은 생각이다. 이번 전시는 특히 많은 분들이 작품을 실제로 보고 또 메시지를 얻어갔으면 하는 바람에서 열심히 준비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전남도립미술관 리움순회전은 5월 29일까지이며 별도의 입장료가 적용돼 성인 5천원, 어린이·청소년·대학생·군인·예술인 1천원이며 전남도민은 50% 할인된다.
광양=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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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자도 악보도 없는 새로운 시도 전남도립국악단 전남도립국악단의 정기공연 '아버지가 집에 와 계신 날 같은, 국악'이 오는 12월 2일과 9일 이틀에 걸쳐 남도소리울림터에서 진행된다.이번 공연은 부서별·장르별 예술적 역량을 구축해 경쟁력 있는 작품을 선보여 지역민의 문화향유 기회 확대를 제공하기 위해 기획했다.첫 시작은 오는 2일 열리는 기악부 정기공연으로, 도립국악단 기악부 단원들이 지난 1년에 걸쳐 공동 작곡한 작품을 중심으로 선보인다.22분의 긴 러닝타임을 지휘자 없이, 악보와 보면대 없이 추임새와 발림을 곁들여 연주하는 새로운 콘셉트의 국악 관현악 산조합주가 우선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소리가 걸어 다니고 기어다니고 엉엉 울고 깔깔 웃는 국악기의 다채로운 매력이 작품 속에 녹아있는 게 특징이다.이어 컨템퍼러리 이면 가락 시나위 합주 '내가 보이거든 울어라. Hunger Stones'는 기후위기의 엄중한 상황 속 문명에 대한 뿌리 깊은 성찰을 거듭하면서 지난 1년을 준비한 공동창작품이다. 국공립 예술단원들이 직접 대규모 작품 제작에 참여했다.오는 9일에는 창악부의 '컨템퍼러리 창극 - 심봉사, 뺑덕이네 고발 사건'을 무대를 만날 수 있다.판소리와 창극 연출에 독보적인 족적을 남기고 있는 정종임이 연출을 맡았고, 탄탄한 실력을 바탕으로 재기 넘치는 작곡가 최덕렬이 음악을 담당했다.익살과 해학, 질펀한 재담, 그리고 현대적 감성의 무대가 다채롭게 어우러져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관람료는 1만원이며 자세한 사항은 전남도립국악단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총 연출을 맡은 류형선 전남도립국악단 예술감독은 "과거 전통에 기반해 오늘의 국악이 이뤄지듯이, 도립국악단의 '오늘'은 미래가 기억하고 싶은 새로운 도전들로 가득 차 있는 공간이다. 도립국악단은 전남 전통예술의 본산의 역할을 지속적으로 감당해 낼 것"이라면서 "이번 공연을 통해 도립국악단의 새롭고 행복한 고뇌의 진가를 맛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이관우기자 redkcow@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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