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작가 이인성·이세현·유지원·하루K
야요이 쿠사마 등 국내외 유명작가와
작품세계·지향점 등 공통분모로 매칭
관심 환기·쉬운 소개…새 방식 '눈길'
그간 다소 활동이 조용했던 광주롯데갤러리가 새해를 맞아 새 도약을 다짐하며 의미 있는 기획전을 마련해 눈길을 모은다. 지역에서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청년 작가들을 보다 접근하기 쉬운 방식으로 소개하는 신년기획전 'Match Making : 호.연.지.기. 虎. 緣. 知. 期.'가 그 자리.
전시명 '호연지기'는 우리가 알고 있는 '浩然之氣'가 아닌 '虎緣知期'다. 호랑이 호, 인연 연, 알 지, 기약할 기를 써서 '호랑이해에 만나서 서로를 이해하고 다음을 기약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우리 지역 청년 작가들을 소개해 이해하게 하고 이들이 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 자리가 되길 바라는 전시 의도가 담겨있다.
이번 전시에는 이인성, 이세현, 유지원, 하루 K가 참여한다. 40대 전후의 지역 청년 작가들로 '비엔날레 키즈'이자 광주미술 3세대의 출발점이라 볼 수 있는 이들이다. 이들은 1·2세대와는 전혀 다른 환경과 네트워크를 가지고 전혀 다른 세계를 직면하고 있다. 꾸준히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으며 그만큼 인정 받고 있는 이들이다.
이들 작가에는 각각 윤정선, 무스타파 훌루시, 허구영, 야요이 쿠사마 등 국내외의 유명 작가가 매칭됐다. 매칭 기준은 작품 세계의 결, 작가 지향점, 예술적 주제이다.
이인성x윤정선는 작가 자신의 내면과 사회적 자아의 기록을 회화로 표현해낸다는 점이, 이세현x무스타파 훌루시는 공간에 남아있는 역사와 문화의 흔적을 모티프로 역사와 현재를 진단하고 연결하는 점이 공통 분모로 작품에 작용한다. 유지원x허구영은 버려지거나 필요에 의해 잊혀진 개념이나 물질, 관계에 새로운 질서를 부여해보거나 해체해 다시 배열, 배치, 접속하는 작업을 한다는 점이, 하루 Kx야요이 쿠사마는 현대인의 이상향과 시각적 즐거움을 추구함과 동시에 예술을 통해 물질과 정신의 조화로움을 찾는 점이 같다.
이번 매칭전이 갖는 의미는 지역 작가 소개 방식에 변주를 뒀다는 점이다. 그간 지역 청년 작가를 소개하는 전시는 많았으나 국내외 유명 작가와 매칭해 소개하는 방식은 극히 드물었다. 지역 청년 작가에 대한 다소 박한 관심으로 그동안 '발굴'에서 소외된 것을 유명작가와의 매칭으로 다시 한번 관심을 환기시키고 이들의 작품 세계를 보다 쉽게 설명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특히 그간 지역 미술계와의 네트워크가 약했던 롯데갤러리가 최근 본사에 아트비즈니스실을 신설하고 각 지역 롯데갤러리 활성화에 시동을 걸면서 지역 문화예술계와 소통을 확대하고 자신들의 플랫폼을 통해 지역 작가를 널리 알리겠다는 다짐이 녹아있기도 하다. 실제로 롯데갤러리가 국내외로, 온오프라인으로 갖고 있는 플랫폼을 통해 이번 전시가 알려지면서 실질적 반응으로까지 이어지고 있기도 하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지역에서 활동 중인 독립큐레이터 이은하 콜렉티브오피스 대표는 "활동이 눈이 부신 작가 4명을 선정해 이 작가들과 활동이나 결이 비슷해 서로에게 영향을 줄 수 있을 만한, 또 재밌는 시너지를 낼만한 외부의 작가들을 매칭시켜봤다"며 "이번 전시가 이들에게 더 큰 추진력이 된다면 더 힘차게 전진해줄 수 있는 이들로 지역 후배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는 "묵직한 작품부터 유쾌한 작품까지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돼있고 유명 작가의 작품까지 볼 수 있는 자리다"며 "많은 분들이 찾아와 우리 지역 작가들을 발견하고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전시는 3월 13일까지 롯데백화점 광주점 11층 롯데갤러리에서.
김혜진기자 hj@mdilbo.com
- 산에 안겨 강에 기대어 이어 온 우리네 삶 오상조 작 '영산강' 예로부터 산과 강은 아주 좋은 회화 소재였다. 실제로 많은 예술가들은 산과 강을 애호하며 화폭에 담아 왔다. 왜일까. 산과 강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그 지역 만의 풍경을 만들어 내는 것을 넘어 산과 강은 이들의 넉넉한 품에 안긴 민중의 정신을 이루는 뿌리다. 우리는 무등산과 영산강의 품에 안겨 어떤 삶을 살고 어떤 생각을 할까. 이같은 일상이 너무나도 당연해 어미와 같은 무등산과 영산강의 소중함을 잊고 있지는 않나. 이같은 다양한 질문을 던지는 자리가 마련된다.광주시립미술관이 '무등에서 영산으로'전을 지난 20일부터 5월 19일까지 본관 1, 2실에서 진행한다.이번 전시는 지역 공립미술관으로서 우리 지역의 미적 가치와 무등이 주는 인문 사상, 영산강이 주는 미래에 대해 조망하는 자리다.우리 가까이에 있어 너무나도 익숙한 나머지 그 가치를 제대로 보지 못했던 무등산과 영산강의 아름다움과 가치, 풍경, 삶, 문화, 역사를 회화, 사진, 설치, 아카이브 등에서 찾아본다.배동신 작 '무등산'전시는 소장작품을 통한 광주인의 삶과 멋, 역사를 주제로 한 작품으로 시작해 무등산을 소재로 한 전통적 회화와 현대의 예술인 사진을 통해 무등산의 무한한 아름다움과 기상을 보여준다. 대형 사진 작품은 점으로 우주와 같은 무등산을 그린 회화작품과 어우러져 무등산의 아름다운 풍경을 색다르게 선사한다. 영산강을 소재로 한 대형 벽면 설치 작품은 무등산과 영산강은 하나로 연결돼 있으며 영산강이 어머니의 강인 이유를 눈으로 확인하게 해준다.계단을 지나서는 특별 섹션이 이어진다. 시립미술관 순수 소장품 중 1946년부터 1999년까지 그려진 무등산 그림 8점을 한 번에 전시해 20세기 화가들이 무등산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표현했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김형수, 양수아, 배동신, 임직순, 김영태, 박상섭 등 20세기의 지역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광주미술사적, 조형적으로 무등산을 살필 수 있다.정송규 작 '무등을 바라보다'아카이브 자료도 풍성하다. 무등산과 영산강에 대한 방송 프로그램을 배치하고 무등정신을 문화적, 사상적, 예술적으로 공부하고 체화해 새로운 무등의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는 무등공부방의 미술작품과 활동자료 등 아카이브 자료를 선보인다.사진의 기록성을 중시하는 철학을 바탕으로 꾸려진 5명의 영산강 사진그룹은 3년 간 계절과 밤낮을 가리지 않고 영산강의 시원지인 담양에서부터 목포 하구언까지 136.66㎞를 답사하며 찍은 사진도 만날 수 있다. 영산강의 아름다운 자연풍광과 더불어 강가를 따라 자리한 역사유적, 삶의 모습 등이 담겼다. 영산강에 대한 최초의 대형 프로젝트로 영산강의 모든 것이 오롯이 담겨 의미를 더한다.조진호 작 '소쇄원'김준기 시립미술관 관장은 "무등산과 영산강을 한 번에 다룬 최초의 대형 전시로 지역민 마음의 고향인 무등산과 영산강에 대한 위로와 더 큰 도약을 꿈꾸는 자리다"며 "이번 전시가 무등산과 영산강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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