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초 미술관 규모 전시
2019년 광주 방문해 신작 작업
도시 야경 연상케 하는 화려함
지역 역사적 맥락 짚는 작품도
"관객이 100명이면 100개의 해석이 있으면 좋겠다."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광주시립미술관에서 미술관 규모의 개인전을 열고 있는 리암 길릭의 평소 작업관이다. 세계적 현대미술 작가의 전시인만큼 어렵진 않을지 지레 겁먹을 수 있다. 그러나 미술을, 리암 길릭을 알지 못해도 당신이 느낀 그것이 그의 작품이다.
그는 답을 정해놓지 않고, 작품을 위해 소재를 만들어내지 않는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이 예술이 될 수 있다고 여긴다. 그의 작품에 쓰이는 재료들도 우리들의 일상 곳곳에 있는 것들이다.
특히 이번 전시는 지난 2019년 가을, 리암 길릭이 광주를 찾아 여러 리서치 후 만든 작품들이다. 한 작품을 제외한 모든 작품은 그가 광주에 와서 받은 인상이나 분위기, 또 광주의 역사성이나 도시특성을 반영해 만든 대표 유형의 신작들이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화려한 불빛과 피아노 소리가 반긴다. 조명 사용을 최대한으로 줄여 어두운 전시장을 소리와 빛으로 가득 채웠다.
실제 영국에서 실내 조명으로 많이 쓰인다는 조명이 입구 천장에서 파도와 같이 위아래로 움직이며 은은한 빛을 발산하고 '인간의 행복을 계산하는 공식'이 초록, 빨강의 네온사인으로 표현돼 공간을 메운다.
언뜻 외국 도시의 밤 풍경을 보는 듯도 하다. 작가는 실제로 이번 전시 자체를 하나의 추상 작품이라 생각하고 '도시가 꾸는 꿈'이라는 주제 아래 전시관을 꾸몄다.
1층 가운데에는 하나의 큐브 공간이 있다. 작품을 설치하는 벽이 되기도 하고 하나의 작품이 되기도 하는 이 큐브는 천장이 없고 앞쪽 벽은 유리 등 그 어느 것으로도 가려져 있지 않다.
제도권 밖의 건축을 통해 새로운 상상들이 생겨나도록 하는 공간이다. 1층 큐브 안에는 건축물의 중심 재료가 아닌 부차적 재료로 만든 작품이 걸려있기도 하다.
2층으로 올라가면 또다른 큐브 안에 있는 피아노를 발견할 수 있다. 전시장을 가득 채운 소리의 주인공이다. 피아노 위로는 검은 눈이 내리는데 계속해서 연주되고 있는 이 단순한 멜로디는 '그란돌라 빌라 모레나(Grandola Vila Morena)'의 것이다. 1974년 군사정부에 대항하는 포르투갈 카네이션 혁명의 신호탄이 된 곡이다. 광주의 역사적 맥락과 비슷하다는 점에서 리암 길릭이 광주에 보내는 헌정작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리암 길릭은 전시관 뿐만 아니라 미술관 1층 전체를 전시장으로 활용했다. 1층 로비 유리벽에는 여러 텍스트들이 나열돼 있다. 이 텍스트들은 실제 업무 용어들로 만든 일종의 시(詩)이다. 수많은 업무용어에 쌓여 일과 쉼의 균형이 깨져가는 세태를 표현한 패러디다.
로비 안에는 물결치는 모양의 알록달록한 벤치를 둬 관람객들이 쉬어갈 수 있도록 했다. 중심 요소가 아닌 주변적 요소가 경험과 기억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개념이 스며있는 작품이다. 미술관에서의 기억이, 대단한 작품이 아닌 앉아서 보내는 시간이 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북라운지에는 '마음의 키오스크'라는 작품이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유리벽에 시트지로 작업된 이 작품은 키오스크(임시판매대)를 많은 사람들이 만나고 마주친다는 점에서 매개의 공간으로 해석한다. 시원하게 펼쳐진 유리벽으로 중외공원의 풍경과 미술관의 내부를 매개하는 북라운지의 공간성에서 영감을 얻었다.
전승보 광주시립미술관장은 "팬데믹이 길어지며 많은 사람들이 그 어느 때보다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되새기고 있다"며 "지친 시민들에게 이 전시가 명상을 통한 치유와 희망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이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본 광주가 광주사람들에게 어떤 반응을 얻게 될지 궁금하다'는 현대미술 거장 리암 길릭의 이번 전시 '워크 라이프 이펙트(The Work Life Effect)'는 6월 27일까지 진행된다.
김혜진기자 hj@srb.co.kr
- 산에 안겨 강에 기대어 이어 온 우리네 삶 오상조 작 '영산강' 예로부터 산과 강은 아주 좋은 회화 소재였다. 실제로 많은 예술가들은 산과 강을 애호하며 화폭에 담아 왔다. 왜일까. 산과 강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그 지역 만의 풍경을 만들어 내는 것을 넘어 산과 강은 이들의 넉넉한 품에 안긴 민중의 정신을 이루는 뿌리다. 우리는 무등산과 영산강의 품에 안겨 어떤 삶을 살고 어떤 생각을 할까. 이같은 일상이 너무나도 당연해 어미와 같은 무등산과 영산강의 소중함을 잊고 있지는 않나. 이같은 다양한 질문을 던지는 자리가 마련된다.광주시립미술관이 '무등에서 영산으로'전을 지난 20일부터 5월 19일까지 본관 1, 2실에서 진행한다.이번 전시는 지역 공립미술관으로서 우리 지역의 미적 가치와 무등이 주는 인문 사상, 영산강이 주는 미래에 대해 조망하는 자리다.우리 가까이에 있어 너무나도 익숙한 나머지 그 가치를 제대로 보지 못했던 무등산과 영산강의 아름다움과 가치, 풍경, 삶, 문화, 역사를 회화, 사진, 설치, 아카이브 등에서 찾아본다.배동신 작 '무등산'전시는 소장작품을 통한 광주인의 삶과 멋, 역사를 주제로 한 작품으로 시작해 무등산을 소재로 한 전통적 회화와 현대의 예술인 사진을 통해 무등산의 무한한 아름다움과 기상을 보여준다. 대형 사진 작품은 점으로 우주와 같은 무등산을 그린 회화작품과 어우러져 무등산의 아름다운 풍경을 색다르게 선사한다. 영산강을 소재로 한 대형 벽면 설치 작품은 무등산과 영산강은 하나로 연결돼 있으며 영산강이 어머니의 강인 이유를 눈으로 확인하게 해준다.계단을 지나서는 특별 섹션이 이어진다. 시립미술관 순수 소장품 중 1946년부터 1999년까지 그려진 무등산 그림 8점을 한 번에 전시해 20세기 화가들이 무등산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표현했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김형수, 양수아, 배동신, 임직순, 김영태, 박상섭 등 20세기의 지역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광주미술사적, 조형적으로 무등산을 살필 수 있다.정송규 작 '무등을 바라보다'아카이브 자료도 풍성하다. 무등산과 영산강에 대한 방송 프로그램을 배치하고 무등정신을 문화적, 사상적, 예술적으로 공부하고 체화해 새로운 무등의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는 무등공부방의 미술작품과 활동자료 등 아카이브 자료를 선보인다.사진의 기록성을 중시하는 철학을 바탕으로 꾸려진 5명의 영산강 사진그룹은 3년 간 계절과 밤낮을 가리지 않고 영산강의 시원지인 담양에서부터 목포 하구언까지 136.66㎞를 답사하며 찍은 사진도 만날 수 있다. 영산강의 아름다운 자연풍광과 더불어 강가를 따라 자리한 역사유적, 삶의 모습 등이 담겼다. 영산강에 대한 최초의 대형 프로젝트로 영산강의 모든 것이 오롯이 담겨 의미를 더한다.조진호 작 '소쇄원'김준기 시립미술관 관장은 "무등산과 영산강을 한 번에 다룬 최초의 대형 전시로 지역민 마음의 고향인 무등산과 영산강에 대한 위로와 더 큰 도약을 꿈꾸는 자리다"며 "이번 전시가 무등산과 영산강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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