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매화·홍매화 연작 등 40여점 선봬
문인화 전통성에 참신성 더해 '눈길'
남도는 남종화의 본향이다. 추사 김정희의 애제자이자 남종화의 대가인 소치 허련을 시작으로 남종화 종가가 시작돼 이곳에서 꽃을 피웠다. 미산 허형, 남농 허건, 의재 허백련으로 이어진 남종화의 맥은 현재까지도 살아숨쉰다.
이런 남도미술사의 흐름을 읽어내 정립하고 있는 광주시립미술관이 남종화를 현대적 감성으로 재해석하며 계승하고 있는 직헌 허달재 초대전을 23일부터 오는 6월 13일까지 연다. 현대화한 남도 한국화를 통해 남종화의 정통성과 허달재 작가의 참신함이 만나 남도 미술의 또다른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자리다.
본관 3, 4 전시실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현대적 감성으로 재해석한 남도 한국화 40여점이 관람객들을 만난다.
전시 제목은 '가지 끝 흰 것 하나'. 고려시대 정도전의 칠언절구인 '매설헌도'의 마지막 구절 중 앞의 네글자를 차용한 것이다. 가지 끝에 맺힌 매화 한송이로부터 자연 만물에 대한 통찰과 이해까지 사고의 확장이 펼쳐진다. 허달재 작가는 이를 통해 문인화의 정수가 단순한 미적 표현 욕구를 넘어 화가의 수행과 정신성의 산물임을 이야기한다.
전시는 '필묵의 향기' '문인의 정원' '붓의 정신' 세가지 주제로 펼쳐진다.
특히 '필묵의 향기'는 작가가 사군자 중 즐겨 그리는 매화 작품을 모아놓았다. 허달재의 여백에 대한 과감한 해석이 돋보이는데 절제와 화려함이 공존한다. 백매화 연작과 홍매화 연작을 통해 전통 문인화 속 대표 소재가 현대 미술로 새롭게 재탄생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문인의 정원'은 다양한 꽃과 식물, 문인의 취미가 곁들여진 그림들로 구성되며 '붓의 정신'은 그의 초기 추상작업과 문인화의 정신적 면을 시각적 기호로 나타낸 작품들을 선별해 기획됐다.
전승보 시립미술관장은 "문인화의 전통성과 현대 한국화의 참신한 표현법이 조화로운 허달재 작가의 이번 전시는 남도미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전시 시점이 봄인 만큼 중외공원에 가득 피어난 매화와 함께 허달재의 매화 그림을 즐기며 봄을 만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관람은 코로나19 확산 예방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온라인 예약이나 현장접수 등을 통해 가능하다. 미술관 홈페이지를 통한 온라인 전시도 감상할 수 있다.
한편 직헌 허달재는 광주 출신으로 홍익대 동양학과를 졸업했다. 1983년 화니화랑 개인전을 시작으로 1996년 파리 피에르 가르뎅 미술관 개인전, 2011 중국 베이징 화원미술관 개인전, 2001 국립현대미술관 기획전, 2009 국립광주박물관 기획전, 2019년 광주시립미술관 기획전 등에 참여하는 등 국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혜진기자 hj@srb.co.kr
- 산에 안겨 강에 기대어 이어 온 우리네 삶 오상조 작 '영산강' 예로부터 산과 강은 아주 좋은 회화 소재였다. 실제로 많은 예술가들은 산과 강을 애호하며 화폭에 담아 왔다. 왜일까. 산과 강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그 지역 만의 풍경을 만들어 내는 것을 넘어 산과 강은 이들의 넉넉한 품에 안긴 민중의 정신을 이루는 뿌리다. 우리는 무등산과 영산강의 품에 안겨 어떤 삶을 살고 어떤 생각을 할까. 이같은 일상이 너무나도 당연해 어미와 같은 무등산과 영산강의 소중함을 잊고 있지는 않나. 이같은 다양한 질문을 던지는 자리가 마련된다.광주시립미술관이 '무등에서 영산으로'전을 지난 20일부터 5월 19일까지 본관 1, 2실에서 진행한다.이번 전시는 지역 공립미술관으로서 우리 지역의 미적 가치와 무등이 주는 인문 사상, 영산강이 주는 미래에 대해 조망하는 자리다.우리 가까이에 있어 너무나도 익숙한 나머지 그 가치를 제대로 보지 못했던 무등산과 영산강의 아름다움과 가치, 풍경, 삶, 문화, 역사를 회화, 사진, 설치, 아카이브 등에서 찾아본다.배동신 작 '무등산'전시는 소장작품을 통한 광주인의 삶과 멋, 역사를 주제로 한 작품으로 시작해 무등산을 소재로 한 전통적 회화와 현대의 예술인 사진을 통해 무등산의 무한한 아름다움과 기상을 보여준다. 대형 사진 작품은 점으로 우주와 같은 무등산을 그린 회화작품과 어우러져 무등산의 아름다운 풍경을 색다르게 선사한다. 영산강을 소재로 한 대형 벽면 설치 작품은 무등산과 영산강은 하나로 연결돼 있으며 영산강이 어머니의 강인 이유를 눈으로 확인하게 해준다.계단을 지나서는 특별 섹션이 이어진다. 시립미술관 순수 소장품 중 1946년부터 1999년까지 그려진 무등산 그림 8점을 한 번에 전시해 20세기 화가들이 무등산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표현했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김형수, 양수아, 배동신, 임직순, 김영태, 박상섭 등 20세기의 지역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광주미술사적, 조형적으로 무등산을 살필 수 있다.정송규 작 '무등을 바라보다'아카이브 자료도 풍성하다. 무등산과 영산강에 대한 방송 프로그램을 배치하고 무등정신을 문화적, 사상적, 예술적으로 공부하고 체화해 새로운 무등의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는 무등공부방의 미술작품과 활동자료 등 아카이브 자료를 선보인다.사진의 기록성을 중시하는 철학을 바탕으로 꾸려진 5명의 영산강 사진그룹은 3년 간 계절과 밤낮을 가리지 않고 영산강의 시원지인 담양에서부터 목포 하구언까지 136.66㎞를 답사하며 찍은 사진도 만날 수 있다. 영산강의 아름다운 자연풍광과 더불어 강가를 따라 자리한 역사유적, 삶의 모습 등이 담겼다. 영산강에 대한 최초의 대형 프로젝트로 영산강의 모든 것이 오롯이 담겨 의미를 더한다.조진호 작 '소쇄원'김준기 시립미술관 관장은 "무등산과 영산강을 한 번에 다룬 최초의 대형 전시로 지역민 마음의 고향인 무등산과 영산강에 대한 위로와 더 큰 도약을 꿈꾸는 자리다"며 "이번 전시가 무등산과 영산강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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