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송규 화백 근작부터
초기작까지 60년 화업
3부로 나눠 돌아보는 자리
내년 3월까지 차례로
흑색의 점들이 모였다 퍼지기를 반복한다. 소용돌이 치듯, 아우성 치듯 점들은 살아 움직이는 듯하다. 2014년 세월호 사건을 마주하고 가만 있을 수 없던 정송규 화백이 아이들의 외침을 담아낸 작품으로 그가 대표작으로 꼽은 '생명의 소리'다.
1981년에도 그랬다. 80년 5월 광주의 상흔이 채 가시지 않아 모두가 쉬쉬할 수 밖에 없었던 때, 광주의 아픔을 담아낸 개인전을 열었다. 전시는 오픈도 하기 전에 들이닥친 경찰 때문에 끝내 관객에 오픈하지 못했다. 2020년도 마찬가지였다. 팬데믹으로 예술계 모두가 가라앉아있을 때 20대의 젊은 작가부터 지역의 다양한 작가들을 참여토록하고 70대인 자신까지 동참해 작품으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냈다.
최근 만난 정송규 화백은 지난 세월을 회상하며 최근 2년 동안 자신의 화업 인생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전했다.
무등현대미술관이 개관 14주년을 기념해 정 화백의 작품인생을 만나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모두 3부로 전개되는데 1부 '오늘이 기적입니다'가 먼저 선을 보인다. 근작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에서는 '점' 작업과 레고 작업 등을 볼 수 있다. 2000년 초입 정체성을 고민하던 중 규방 문화를 형상화한 것들이다. 친정 어머니와 시어머니의 조각보, '어머니의 정서'를 작업 전면에 내세우게 된 것.
정 화백은 "조각보를 발견하자마자 '이것이 현대 미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배색도 멋지고 조형성도 아주 좋았다. 아녀자들이 만든 것이라 알려지지 못한 것이지 전세계에도 내놓을만하더라"고 회상했다.
동시에 그는 자투리 천을 이어가며 가족들의 수명 연장과 건강을 바랐던 어머니들의 사랑과 삶을 조각보에서 읽게 된다. 그런 삶의 시간들이 더해지고 더해지며 면들은 점점 작아졌고 이것은 점 작업으로 연결된다.
세월호 사건에 대한 목소리를 담은 '생명의 소리'는 정적인 점에서 동적인 점으로 변화하는 계기가 된다. 이 점들은 또 면 위에 뿌려져 자유로워지며 '축제'를 표현하기도 한다. 레고 작업 또한 점 작업의 연장선상이다. 보통 레고를 쌓아서 집이나 성을 만드는 것에서 벗어나 면에 하나씩 하나씩 붙여 다양한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정 화백은 "최근에 2년 동안 작업한 것을 정리해봤는데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10년 단위로 작업이 변화하더라"며 "고등학생 때 운이 좋게도 오승우 선생님을 만나 시작한 것이 60여년 동안 이어지며 많은 변화가 있었다. 나를 되돌아보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전시는 다음달 1일까지다. 정 화백의 최근 작품을 살펴볼 수 있는 이번 전시 뿐 아니라 총 3개 전시로 진행된다. 2부 전시에서는 작가의 대표작 '그리움' 등을 만나볼 수 있으며 3부 전시에서는 작가의 초기작 회화 작품과 인체의 미를 기반으로 제작한 드로잉 250점을 확인해볼 수 있다. 전시는 차례로 내년 3월까지 이어진다. 김혜진기자 hj@srb.co.kr
- 산에 안겨 강에 기대어 이어 온 우리네 삶 오상조 작 '영산강' 예로부터 산과 강은 아주 좋은 회화 소재였다. 실제로 많은 예술가들은 산과 강을 애호하며 화폭에 담아 왔다. 왜일까. 산과 강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그 지역 만의 풍경을 만들어 내는 것을 넘어 산과 강은 이들의 넉넉한 품에 안긴 민중의 정신을 이루는 뿌리다. 우리는 무등산과 영산강의 품에 안겨 어떤 삶을 살고 어떤 생각을 할까. 이같은 일상이 너무나도 당연해 어미와 같은 무등산과 영산강의 소중함을 잊고 있지는 않나. 이같은 다양한 질문을 던지는 자리가 마련된다.광주시립미술관이 '무등에서 영산으로'전을 지난 20일부터 5월 19일까지 본관 1, 2실에서 진행한다.이번 전시는 지역 공립미술관으로서 우리 지역의 미적 가치와 무등이 주는 인문 사상, 영산강이 주는 미래에 대해 조망하는 자리다.우리 가까이에 있어 너무나도 익숙한 나머지 그 가치를 제대로 보지 못했던 무등산과 영산강의 아름다움과 가치, 풍경, 삶, 문화, 역사를 회화, 사진, 설치, 아카이브 등에서 찾아본다.배동신 작 '무등산'전시는 소장작품을 통한 광주인의 삶과 멋, 역사를 주제로 한 작품으로 시작해 무등산을 소재로 한 전통적 회화와 현대의 예술인 사진을 통해 무등산의 무한한 아름다움과 기상을 보여준다. 대형 사진 작품은 점으로 우주와 같은 무등산을 그린 회화작품과 어우러져 무등산의 아름다운 풍경을 색다르게 선사한다. 영산강을 소재로 한 대형 벽면 설치 작품은 무등산과 영산강은 하나로 연결돼 있으며 영산강이 어머니의 강인 이유를 눈으로 확인하게 해준다.계단을 지나서는 특별 섹션이 이어진다. 시립미술관 순수 소장품 중 1946년부터 1999년까지 그려진 무등산 그림 8점을 한 번에 전시해 20세기 화가들이 무등산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표현했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김형수, 양수아, 배동신, 임직순, 김영태, 박상섭 등 20세기의 지역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광주미술사적, 조형적으로 무등산을 살필 수 있다.정송규 작 '무등을 바라보다'아카이브 자료도 풍성하다. 무등산과 영산강에 대한 방송 프로그램을 배치하고 무등정신을 문화적, 사상적, 예술적으로 공부하고 체화해 새로운 무등의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는 무등공부방의 미술작품과 활동자료 등 아카이브 자료를 선보인다.사진의 기록성을 중시하는 철학을 바탕으로 꾸려진 5명의 영산강 사진그룹은 3년 간 계절과 밤낮을 가리지 않고 영산강의 시원지인 담양에서부터 목포 하구언까지 136.66㎞를 답사하며 찍은 사진도 만날 수 있다. 영산강의 아름다운 자연풍광과 더불어 강가를 따라 자리한 역사유적, 삶의 모습 등이 담겼다. 영산강에 대한 최초의 대형 프로젝트로 영산강의 모든 것이 오롯이 담겨 의미를 더한다.조진호 작 '소쇄원'김준기 시립미술관 관장은 "무등산과 영산강을 한 번에 다룬 최초의 대형 전시로 지역민 마음의 고향인 무등산과 영산강에 대한 위로와 더 큰 도약을 꿈꾸는 자리다"며 "이번 전시가 무등산과 영산강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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