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3~4일 광주문예회관 소극장
오월 주제로 한 판소리 1인극
2014년 초연 국립극장 매진 기록
해학과 한 오가며 메시지 드러내
"무거운 마음… 진심 다해 무대할 것"
"판소리를 시작하면서 '5·18을 꼭 무대에서 이야기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5·18은 제게 창작의 원동력입니다."
다음달 3~4일 광주문화예술회관 소극장에서 열리는 '방탄철가방-배달의 신이 된 사나이'(이하 '방탄철가방') 공연을 앞둔 최용석 소리꾼은 5·18 판소리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1인 창작 판소리극 '방탄철가방'은 최용석 소리꾼 작품으로 지난 2014년 초연 때 국립극장 전석이 매진될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은 작품이다. 판소리에 연극요소를 접목, 1980년 5월 광주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시민들의 삶을 이야기한다. 작곡에는 소설가 황석영의 아들 황호준이 참여해 눈길을 끈다.
1980년 최씨는 목포에 사는 일곱살난 꼬마였다. 5월 어느날 집 밖에서 놀다 광주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 목포에 온 시민군과의 만남을 아직까지 기억한다. 중학생이 된 그는 광주의 오월을 쉬쉬하던 시절 '목포까지 온 시민군들은 어떤 사람이었을까'하는 호기심으로 광주비디오와 책, 강연을 통해 80년 5월에 대한 진실을 일부분 알게 됐다.
판소리를 전공하는 대학생이 되고 창작판소리를 하겠다고 나서면서부터 5·18은 그의 목표가 됐다. 언젠가 작품으로 만들겠다는.
'내 주변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던 그는 '방탄철가방'을 영웅의 서사보다 소시민, 시민군, 이름 없이 스러져간 사람들의 이야기로 꾸려냈다. 주인공인 짜장면 배달원 최배달도 그런 사람 중 하나다.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했다기 보다 내 주변 사람들을 먹이기 위해, 자신이 살기 위해 배달 작전을 세운다.
그를 주역으로 극은 해학과 한을 오고 가며 시종일관 웃음을 자아낸다. 판소리의 환상성을 기반으로한 황당한 장면 장면에는 비극성이 조금씩 비쳐진다. 제목인 '방탄철가방'은 당시 시민군들이 계엄군 앞에 나설 수 있었던 마음을 뜻한다. 짜장면을 배달하는 철가방이 절대 방탄일리 없는 것처럼 시민군들의 무력 또한 압도적 무력 앞에서는 보잘 것 없는 작은 존재이나, 그것을 방탄이라 믿을 수 있었던 것은 그 무엇도 뚫지 못할 '마음의 무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의미다.
최씨는 "40주기라는 숫자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긴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진상규명이 되지 않고 책임자도, 발포명령자도 나오지 않는 이런 상황들이 답답하다"며 "항상 부끄럽고 무거운 마음으로 무대에 오르는데 이번 무대는 더욱 마음이 무거운만큼 진심을 다해 공연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공연은 3일 오후 8시, 4일 오후 3시·7시에 진행된다. 관람료는 전석 3만원이며 광주 시민에는 특별할인 40%가 적용된 티켓가로 제공된다.
'방탄철가방'은 제2회 창작국악극대상 남자창우상, 2014년 국립극장 전석매진, 2020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올해의 레퍼토리 전통예술부문에 선정됐다.
중앙대 한국음악과 출신의 최용석 소리꾼은 안애란, 성우향 명창을 사사했고 김세종제 춘향가 이수자다. 2002년 창작 판소리·민요·소리극을 제작하고 공연하는 판소리공장 바닥소리를 세운 바 있다.
김혜진기자 hj@srb.co.kr
- 산에 안겨 강에 기대어 이어 온 우리네 삶 오상조 작 '영산강' 예로부터 산과 강은 아주 좋은 회화 소재였다. 실제로 많은 예술가들은 산과 강을 애호하며 화폭에 담아 왔다. 왜일까. 산과 강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그 지역 만의 풍경을 만들어 내는 것을 넘어 산과 강은 이들의 넉넉한 품에 안긴 민중의 정신을 이루는 뿌리다. 우리는 무등산과 영산강의 품에 안겨 어떤 삶을 살고 어떤 생각을 할까. 이같은 일상이 너무나도 당연해 어미와 같은 무등산과 영산강의 소중함을 잊고 있지는 않나. 이같은 다양한 질문을 던지는 자리가 마련된다.광주시립미술관이 '무등에서 영산으로'전을 지난 20일부터 5월 19일까지 본관 1, 2실에서 진행한다.이번 전시는 지역 공립미술관으로서 우리 지역의 미적 가치와 무등이 주는 인문 사상, 영산강이 주는 미래에 대해 조망하는 자리다.우리 가까이에 있어 너무나도 익숙한 나머지 그 가치를 제대로 보지 못했던 무등산과 영산강의 아름다움과 가치, 풍경, 삶, 문화, 역사를 회화, 사진, 설치, 아카이브 등에서 찾아본다.배동신 작 '무등산'전시는 소장작품을 통한 광주인의 삶과 멋, 역사를 주제로 한 작품으로 시작해 무등산을 소재로 한 전통적 회화와 현대의 예술인 사진을 통해 무등산의 무한한 아름다움과 기상을 보여준다. 대형 사진 작품은 점으로 우주와 같은 무등산을 그린 회화작품과 어우러져 무등산의 아름다운 풍경을 색다르게 선사한다. 영산강을 소재로 한 대형 벽면 설치 작품은 무등산과 영산강은 하나로 연결돼 있으며 영산강이 어머니의 강인 이유를 눈으로 확인하게 해준다.계단을 지나서는 특별 섹션이 이어진다. 시립미술관 순수 소장품 중 1946년부터 1999년까지 그려진 무등산 그림 8점을 한 번에 전시해 20세기 화가들이 무등산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표현했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김형수, 양수아, 배동신, 임직순, 김영태, 박상섭 등 20세기의 지역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광주미술사적, 조형적으로 무등산을 살필 수 있다.정송규 작 '무등을 바라보다'아카이브 자료도 풍성하다. 무등산과 영산강에 대한 방송 프로그램을 배치하고 무등정신을 문화적, 사상적, 예술적으로 공부하고 체화해 새로운 무등의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는 무등공부방의 미술작품과 활동자료 등 아카이브 자료를 선보인다.사진의 기록성을 중시하는 철학을 바탕으로 꾸려진 5명의 영산강 사진그룹은 3년 간 계절과 밤낮을 가리지 않고 영산강의 시원지인 담양에서부터 목포 하구언까지 136.66㎞를 답사하며 찍은 사진도 만날 수 있다. 영산강의 아름다운 자연풍광과 더불어 강가를 따라 자리한 역사유적, 삶의 모습 등이 담겼다. 영산강에 대한 최초의 대형 프로젝트로 영산강의 모든 것이 오롯이 담겨 의미를 더한다.조진호 작 '소쇄원'김준기 시립미술관 관장은 "무등산과 영산강을 한 번에 다룬 최초의 대형 전시로 지역민 마음의 고향인 무등산과 영산강에 대한 위로와 더 큰 도약을 꿈꾸는 자리다"며 "이번 전시가 무등산과 영산강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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