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진기 전남대 명예교수 대담 "코로나 시대, 대동정신으로 어려움 이겨내야"

입력 2020.12.30. 17:25
상식 따르고 용기 있는 태도 필요
어려운 이들 국가가 돌봄 나서야
80년 '광주정신' 지금이 실천할 때
자발적 시민의식이 공동체 살려

코로나 19는 우리 삶과 일상의 지형도를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사적 활동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중단됐고 일상은 사실상 올스톱됐다. 경제활동 위축으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와 이에 기반해 살아가는 수많은 이들의 삶이 존립 위기에 내몰렸고 사람들은 우울감을 호소하고 있다.

지역 대표적 지성으로 꼽히는 원로 성진기 전남대 명예교수를 만나 코로나 위기를 건너 도약과 희망으로 나아가는 길에 관한 조언과 지혜를 청했다.

"깨어 있는 시민의식이 필요한 시기다.

누군가 나서야 한다. 지금 당장 해야 한다.

'정의로운 감정'의 발로에서 도와야 한다. 어느 때보다 정의감을 바탕으로 한 시민의식이 필요할 때다.

광주는 80년 5·18 당시 대동정신을 발휘했다. 바로 지금 실천해야 한다.

이같은 연대와 공감에 있어서 중요한 것이 바로 시민의식이다. 시민적 동의에서, 자발적으로 우러나와야 한다. '공동체 의식'이다. 우리 광주 시민들은 다른 지역보다 내면화돼 있어 모범이 될 수 있다. 이는 칸트의 정의에서도 언급됐다. 보편적 실천에 근거한다."


- 코로나 팬데믹 상황은 인류에게 어떤 질문을 던지는가.

▲코로나를 바라보는 시선은 많다. 비관주의자도 낙관주의자도 아니다. 코로나로 모든 사람이 집에 갇혀있다시피하는 이 현상은 '집콕'의 역설이다. 현재로써는 '집콕'이 최상의 극복방법인데 이 불행한 상황이 역설적으로 삶의 근본적인 질문과 만나는 상징적 시간이라는 거다.

집에 콕 박혀 있다는 것은 자기와 만나는 시간이다. 코로나 이전은 핸드폰 들고 부산하게 다니는 것이 우리네 일상이었다. 그런데 모든 일상을 집에서 보내야하고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 여기서 코로나가 강제한 '집콕'의 역설이 작동한다. 나를 돌아볼 수 있고 인간과 세상을 사유하게 된 것이다.

현실에서 슬퍼하고 한숨만 쉴 수 없다. 수많은 사건과 현상 속에서 건강하고 용기 있는 태도를 만들어야 한다.

모든 인생 세상살이에는 상식이 있다. 의료인들의 이야기, 당국의 방역정책 등 국민들이 상식에 충실해야 한다.


- 이런 사회적 재난에 취약한 사람들이 더 힘들다. 상처 받고 힘든 사람들, 누군가의 도움이 당장 생존의 문제가 되는 이들이 있다.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은.

▲몸과 마음의 질병에 처한 사람들,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 취약계층은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국가의 의무고 공동체의 책임이다.

깨어 있는 시민의식이 필요한 시기다. 누군가 나서야 한다. 불우이웃돕기는 연말에 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 당장 해야 한다.

이는 '정의로운 감정'의 발로에서 도와야 한다. 어느 때보다 정의감을 바탕으로 한 시민의식이 필요할 때다.

광주는 80년 5·18 당시 대동정신을 발휘했다. 바로 지금 실천해야 한다.

정의 중 분배의 정의가 가장 중요하다. 예를 들어 환자수용시설 병상 부족이 심각하다. 이럴때 의료 서비스 제공도 우선 순위를 둬야 한다. 그 우선 순위가 사회적 정의이고 분배의 정의다. 강제적으로 해서 안된다.

이같은 연대와 공감에 있어서 중요한 것이 바로 시민의식이다. 시민의식은 자발적으로 우러나와야 한다. '공동체 의식'이다. 우리 광주 시민들은 다른 지역보다 내면화돼 있어 모범이 될 수 있다. 이는 칸트의 정의에서도 언급됐다. 보편적 실천에 근거한다.

'백신' 문제는 특정집단의 독점 우려가 높은만큼 적절한 정책이 나와야 한다.

어느 때보다 정의감을 바탕으로 한 시민의식이 필요한 때다.

광주는 80년 5·18 당시 대동정신을 발휘했다. 바로 지금 실천해야 한다.

- '광주정신'을 삶 속에서 확장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이고 개인 단위에서 어떤 자세가 필요한가.

▲광주는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인간 존중, 존엄성에 대한 의식이 각별한 도시다. 이 존엄성에 대한 자각과 존중이 아니었다면 80년 5월도 그냥 스쳐지나간 시간이 됐을 것이다. 1980년 광주는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인권 탄압에 대한 저항, 폭력에 대한 저항이었다. 이는 인류사에 기록될 숭고한 정신이다.

5월은 정치적으로만 해석될 수 없는, 숭고한 인류의 소중한 정신이 담겨있다. 5·18이 정치적으로만 해석되는 것은 오월을 한정하고 인류적 소중함이 희석되는 것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 예를 들어 프랑스혁명의 경우 자유 평등 박애라는 상징적 정신이 있다. 광주정신도 그런 보편적 개념에 대한 관련분야의 연구와 일반화가 뒤따라야한다고 생각한다. 이념 정신 모두 인문학적 개념으로 정립돼야 한다. 광주 시민과 학생들이 주창했던 그 때 그 마음 정신을 이어받아야 한다.

철학자로서 나는 당시 광주 시민들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사람들이었다고 생각한다. 인간다운 삶을 지키기 위해 모두가 나섰던 때였다.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 온전히 극복하기 위한 모두의 문제다. 지금 코로나 정국에서 마스크를 쓰는 것은 모두가 살아남기 위한 개별적 의무이자 타인을 위한 배려이고 이는 각 개별자로서 인간의 존엄을 향한 최소한의 노력이다.

배려이고 책임이다.


- 자본주의 사회, 무한경쟁 상황에서 비롯된 상황들을 코로나가 바꿔버렸다. 코로나 19가 바꾼 변화에서 시민들은 어떤 것들을 함께 해가야하는가.

▲코로나로 인해 이제 더 이상 혼자서는 살 수 없다는 것을 체험했다. 긍정적 힘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달라진 우리 삶을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확장해갈 필요가 있다.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합리적 거리두기가 필요하다. 니체의 '거리의 파토스'를 지금 시점에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일정한 심리적 거리를 유지함으로써 남과 비교하지 않고 자신의 힘을 긍정하는 것을 말하는데 현대인에게, 특히 정서와 유대감이 강한 우리나라에 매우 필요한 정서다.

거리두기가 나쁜 것만 아니다. 한국 사람들은 정이 많아 거리두기가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 합리적인 면이 요구된다. 좋은 것이 좋은 식으로 보는 경우가 많았는데 '합리적 거리두기'가 필요하다. 공동체에서는 더욱 그렇다.

작은 변화에도 큰 일반화가 숨겨져 있다. 이를테면 위생의식 같은게 그런거다. 우리가 코로나 19 대응을 위해 식당 등에서 다양한 변화가 일고 있는데 이는 단순한 위생의 문제가 아니라 개별화, 개인화 속에 타인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담겨있는 경우다.


- 코로나 19로 공동체 의식은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이것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는데.

▲공동체 의식이 오래 가려면 합리성이 필요하다. 사람들이 이성적· 합리적으로 공감해야 한다.

일시적 감정에 치우친 것은 지속성이 없다. 재난을 버티고 이겨내는 근력이 필요하다. 개인이건 나라건 근력이 필요하다. 어려울 때 참고 견디는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공동체 의식, 시민의식의 발로로 이뤄지기도 하지만 사회적 약자들에게는 무리한 요구가 될 수도 있다. 경제적인 것은 서로 도와야 한다. 여유 있는 자들이 가진 자들이 나서야 한다. 마음의 여유가 중요하다.

말보다 행동 실천이 문제다. '아름다운 행동 몸짓'이 필요하다. 문화 예술의 역할도 중요하다. 가슴에 호소할 수 있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자영업자들 어려움 실제적 도움은 마음의 위로가 더 중요하다. 경제적 지원은 정부가 맡아야 한다.


- 코로나 종식 이후에도 우리가 주변을 생각할까. '함께'의 공동체 정신이 지속되려면.

▲코로나가 또 다른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다. 정신적 위생도 강화될 것이다.

바이러스가 문제가 아니라 정신의 감염이 문제다.

좀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경험을 통해 교훈과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합리적으로 타인을 배려하는 의식도 확산될 것으로 본다. 코로나를 전후한 반성과 성찰도 필요하다. 이것이 나은 삶을 위한 길이다. 인류 역사는 질병의 역사다. 지혜로운 대처 방법이 있었다. 모두 이겨냈다. '언택트' 도 새로운 장르가 생겨난 것이다.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

새로운 전환의 시대 논리를 만들어내야 한다. 절망감을 뒤로 하고 희망을 가져야 한다. 지킬 것은 지켜야 이겨낼 수 있다.감염예방수칙 모두가 철저히 준수하고 지켜야 한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어려움을 극복해야 한다. 청년들에 대한 관심과 배려도 기성 세대들이 가져야 한다.

대담=조덕진 문화체육부국장 겸 아트플러스 펀집장 mdeung@srb.co.kr

정리=최민석기자 cms20@srb.co.kr


성진기

성진기 전남대 철학과 명예교수는 지역 대표적 철학자이자 인문학 지성으로 꼽힌다.

그는 기초학문인 '철학'의 의미와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80년대 철학과 '대학원 세미나' 프로그램과 청강 위주의 '철학특강' 프로그램으로 학생과 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이를 책으로 펴낸 '우리 시대 철학 얘기'는 스테디셀러로 지금도 널리 읽히고 있다.

지방대 교수로는 드물게 한국철학회회장을 맡아 뚜렷한 연구 업적과 학문적 성과로 학계에서도 '대학자'로 인정받고 있다.

지난 2001년 전남대 초대 인문학연구원장을 맡아 인문학 대중화의 기초를 세웠고 '카페 필로소피아'를 개소, 철학 등 다양한 강좌를 열어 삶 속에 인문학 진흥과 발전의 전령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이곳을 기반으로 강의와 집필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전남대 명예교수

▲전남대 인문학연구원 초대 원장 역임

▲한국철학회 회장

▲전남대 문화예술특성화사업단 단장 역임

▲현 카페 필로소피아 대표

▲ 저서 '철학이 숨쉬는 세상을 염원하며'

'눈오는 밤에 듣는 인문학 이야기'

'니체 이해의 새로운 지평'

'내가 간직하고 사는 것들'

'희망은 고통과 함께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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