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들 "난생처음 봐" 꼬부랑 시골마을에 무슨일이

입력 2021.08.23. 14:34 선정태 기자
[공연예술촌 연바람, 보성에 둥지 튼 사연]
오성완 단장 노동면 폐교 빌려 10년생활
정자·회관공연 "시골도 문화 향유 권리"
막걸리 챙겨오고 쌈짓돈까지 쥐어주고
여름밤 기획공연땐 동네사람들로 들썩
임대계약 끝났지만 "눌러앉아라" 요청
단원들 설득해 이젠 '마을공동체' 꿈꿔
연바람은 노동면 마을을 찾아가며 공연을 진행한다. 사진은 '뺑파뎐'.

"많은 관객들의 박수보다 팔십평생 처음으로 보는 연극에 감동받아 박수치는 모습이 더 짜릿합니다. 농촌 어르신들에게는 처음이자 마지막 연극이 될 수 있는 공연을 그 분들과 함께 꾸미려고 합니다."

지난 30여 년 간 광주 연극계에서 잔뼈가 굵은 연극 단체 '푸른연극마을'이 공연예술촌 연바람(이하 연바람)이라는 이름으로 보성군 노동면에 터를 잡았다. 지난 1월 광주에서 이 곳으로 내려온 연바람은 지난 6월부터 노동면사무소를 빌려 연습실과 회의실 등으로 쓰고 있다.


◆ 몸에 새겨진 보성에서의 10년

이들이 농촌으로 내려오게 된 계기는 주민들의 간청 때문. 지난 2019년 광주에서 공연하고 있을 때 노동면 주민들 20여 명이 극단을 찾아 "우리 동네로 내려올 수 없느냐"고 부탁하면서 부터다.

단장이나 단원의 고향이 보성군인 것도 아니다. 7명의 상임 단원과 11명의 비상임단원으로 이뤄진 연바람은 매년 6~7편의 작품을 올린다. 축제나 행사에 올리는 공연까지 포함하면 한해에 30여 편의 연극을 준비하는 셈이다. 연바람은 광주에서는 '푸른연극마을'이라는 이름으로 소극장을 운영하면서 광주문화재단 소속 상임 단체이기도 하다.

지역에서 잘나가는 연극단이 '시골'로 내려간다는 소문에 오성완 단장의 지인들은 '제정신이냐', '미친 것이냐'는 부정적 반응 뿐이었다.

오 단장이 노동면민들의 권유를 고민할 수 밖에 없었던 배경은 지난 10년의 생활 때문이다.

2004년 노동면 한 폐교를 빌려 활동하던 연바람은 연극 공연을 정형화된 '무대'에만 국한시키지 않았다.

농번기에는 정자 아래서 지친 농민들에게 힘을 불어넣는 공연하기도 하고, 마을 회관을 찾아 할머니들 앞에서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보성의 초등학생들에게도 문화 향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펼치기도 했다.

연바람 단원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기억이 있다. 2005년 생활하고 있는 폐교에서 '한여름밤의 꿈'이라는 작품을 준비하고 있을 때 마을 사람들이 음식과 막걸리를 들고 찾아와 응원하기도 했다. 당시 이 공연은 10일 동안 진행됐는데, 주민들은 공연을 앞두고 매일 세트장을 같이 만드는가 하면 티케팅이나 좌석 안내를 도맡아 해줬다. 주민들을 위한 공연이었는데, 주민들은 관객에 머물지 않고 단원 역할을 자처했던 것이다.

어떤 주민은 '잘 봤다. 이런 호사를 누리게 해줘서 너무 고맙다. 용돈하라'며 꼬깃꼬깃한 돈을 쥐어주기도 했다.

오 단장은 "단원들이 준비하고 관객들에게 평가받는 것이 연극이지만 보성에서는 배우와 단원, 관객의 구분이 없던 적이 많다"며 "공연 중 오열하는 할머니나, 흥에 겨워 막걸리를 권하는 아저씨를 보고 나면, 젊은 단원들의 태도가 확 바뀐다. 자주하던 잔소리보다 효과가 컸다"고 밝혔다.

'연바람'의 공연 고백. 연바람 제공.

◆ '나만의 연극' 위해 보성 선택

계약 기간이 끝난 연바람은 보성에서의 10년 세월을 좋은 추억으로 남기고 다시 광주로 돌아갔다. 그러다 기존의 노동면사무소 인근에 새 면사무소를 크게 짓는데, 한 곳에 큰 공연장을 짓게 됐다.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고민하던 노동면장과 주민들은 인연이 있던 연바람에게 내려오라고 권유한 것이다.

오 단장은 "'내가 최고다'는 자만심이 크기도 했지만 회의감도 강했다. 정체성이 혼란스러운 때도 있었다. 극단이 커지고 인지도가 생기면 대부분 대학로로 진출하지만, 제 방향과 달랐다"며 "남의 연극을 흉내내고 모방하는 것이 아닌 내 목소리와 내 몸 짓으로 내 연극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는데, 그 방법을 '흙'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극단이 보성에 온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10년 간의 보성 생활이 추억으로 몸 속에 쌓여 있었다. 긴 연극 활동때문 인지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했고, 무대에 국한되지 않는 공연을 지향하던 내 방향과도 맞았다"며 "하지만 60세를 앞두고 있어 40대처럼 열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을지 고민이 컸고, 혼자 결정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어서 단장으로서 단원들을 설득할 방법을 찾는데 6개월 이상 걸렸다"고 밝혔다.

긴 고민 끝에 오 단장은 "연극을 하면 밥벌이가 안된다는 것은 알 것이다. 이왕이면 멋지게 배고프면 어떻느냐"고 단원들을 설득했다. 그러면서 "밥벌이가 가능한 길을 만들어 주고 싶다"고도 약속했다. 일부는 오 단장의 선택에 실망해 떠나기도 했지만, 대부분 뜻을 함께 했다.

연바람의 공연 '사평역'.

◆ 주민들 찾아가 무대 펼치고파

코로나19가 길어지며 예정됐던 공연이 다 취소됐지만, 주민들과는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됐다. 단원들이 마을 모를 심는데 자주 도와주며 더 가까워 졌다. 마을 어르신들에게 "마을 벼농사 70%는 우리가 했다. 가을에 추수하면 우리를 잊지 말라"는 농담을 건네기도 한다.

오 단장은 '의병의 고장'인 보성의 특징을 살린 공연을 계획 중이다. 보성군교육지원청과 함께 보성의 의병역사를 조명하는 연극을 준비, 11월부터 지역 초중고생들에게 선보인다.

또 노동면 14개 마을을 찾아가는 공연도 준비 중이다.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보성군 모든 마을과 학교를 하나하나 찾아가면서 공연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먹고 살 수 있는 직업'일 될 수 있는 방법도 고민 중이다. 그 중 하나가 마을기업이다.

오 단장은 "단순히 공연을 보는 것이 아니라 가족, 학생들의 체험학습도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며 "또 공연을 위해 마을을 찾을 때 보성군의 보건·행정·민원 서비스도 함께 진행하는 방법도 제안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연극이 마을공동체 회복에 도움될 수 있길 바란다.

그는 "연극공연 덕분에 혼자 살아 집 나올 기회가 별로 없는 할머니를 주민들이 뵙기도 하고, 10년 만에 주민들이 다 모인 곳도 있었다"며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위해 공연장으로 모이라고 하는 대신, 우리가 찾아 다니며 문화 복지를 실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역민의 목소리를 연극으로 만드는 방법도 찾고 있다. 서울에서나 가능한 품질의 연극을 준비해 서울에서, 도시에서 우리 공연을 보기 위해 찾는 날이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선정태기자 wordflow@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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