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계기서 '희망' 자연스럽게 직업으로
10년차 방송인…유튜브로 인지도 수직 상승
지역민과 소통하는 재미에 동기 부여 '가득'
노잼 만드는 '폐쇄성'…열린 분위기 필요해

[지방청년희망보고서⑧] 홍진실 아나운서
홍진실 프리랜서 아나운서는 자신을 '말을 업으로 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직업으로 소개하는 주된 표현은 아나운서이지만, 방송 리포터로 시작해 스피치 강사, 면접 강사, 행사 MC 등 그의 소개말처럼 말을 매개로 한 수많은 직업들이 그를 나타낼 수 있다. 요즘은 광주를 대표하는 유튜브 '대스타'로, 높아진 인지도에 1분 1초가 모자란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는 말로써 사람과 사람을, 정치인과 시민을, 혹은 공공기관과 주민을, 기업과 소비자를 잇는 혹은 간격을 줄이는 역할이 즐겁다고 했다. 서로를 이해하지도, 이해하려 하지도 않은 채 서로를 향한 혐오의 언어가 지배하는 시대에, 홍 아나운서는 단절된 관계를 '소통'으로써 회복하는 꿈을 꾸고 있다.
◆지역 뉴스 보면서 아나운서 '희망'
"어릴 때부터 지역 뉴스를 접할 일이 많았어요. 부모님이 항상 뉴스를 틀어 놓으시면 자연스럽게 광주권, 전남권 방송으로 넘어가잖아요. 광주MBC 홍진선 아나운서가 뉴스를 하고 있을 때인가, 부모님이 이름도 비슷하고 하니깐 지나가는 말로 너도 언젠가 저런 아나운서가 됐으면 좋겠다고…."
아나운서라는 꿈을 갖게 된 계기는 어쩌면 우연이었다. 부모님이 지나가는 말로 던진 그 한마디는 홍 아나운서 깊숙한 곳에 씨앗으로 심어졌다. 끊임없는 우연의 반복은 필연이듯, 지역에서 태어나 지역 뉴스를 즐겨보는 부모님 밑에서 지역 방송을 보며 지역에서 활동하는 아나운서가 된 일은 그에게 너무도 자연스럽게 씨앗에서 싹을 틔우고, 꽃으로 피어나는 필연이었다.
무엇보다 매일 접하는 지역 뉴스는 자연스럽게 지역 이슈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중·고등학생 때 통학을 하면서도 광주MBC 라디오를 들었다. 이 같은 관심은 대학에 진학해서도 학내 방송사 활동으로도 이어졌다. 또 그렇게 목포MBC에서 첫 리포터로 활동하면서 광주와 전남에서 말을 업으로 삼아 살아가고 있다.

◆사명감? 지역에서의 활동 "즐겁다"
"내 고장에 대한 자긍심은 있었지만, 내 고향을 지켜야겠다는 사명감으로 하고 있는 것은 아니에요. 그냥 여기가 터전이고 뿌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기서 활동 영역을 넓혀가게 된 것 같아요.
지역에서 프리랜서 아나운서로 활동하는 이들이 많지 않다 보니, 종종 듣는 질문이 '지역에 대한 사명감으로 활동하는 것이냐'는 것이다. 그런 질문에 대한 홍 아나운서의 솔직한 답이다.
많은 이들에게 서울이라는 공간이 더 나은 선택지가 될 수 있지만, 그에게는 지역이 '최고의 선택지'인 것이다. 물론 서울이 더 많은 기회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나고 자란 지역에서 일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에 그는 만족감과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같은 지역 혹은 인근 지역에서 비슷한 경험을 공유한 이들을 만나 공감을 나누는 게 그의 행복이다. 이곳에서 활동하며 누구를 만나든 친숙하게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는 '연결고리'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서울은 워낙 사람이 많아 저를 기억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테지만, 지역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과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고 누구보다 우리 지역 정서를 잘 이해할 수 있죠. 사투리라든지 이런 것들을 자연스럽게 쓰면서 방송에서 녹여낼 수도 있고요."
◆낯 가리는 아나운서, 광주 '인플루언서' 되다
최근 들어 홍 아나운서를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졌다. 유튜브를 하기 시작하면서다. 행사나 방송에 가면 많은 사람들이 '잘 보고 있다'며 반갑게 인사를 해와 스스로도 신기하고 또 감동하기도 한다. 이전에도 없던 일은 아니지만, 부쩍 늘어난 인지도에 다소 조심스럽기도 하다.
10년차 활동에 접어들면서 무수히 많은 활동을 했지만, 그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아나운서든, 리포터든, MC이든 얼굴보다는 목소리와 전달하는 메시지가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올해 초부터 홍 아나운서는 '노잼광주'라는 유튜브 채널에 메인 얼굴로 활약하고 있다. '노잼광주가 꿀잼이 될때까지'라는 슬로건을 건 이 채널은 지난해부터 광주에 '노잼도시' 이슈가 불면서 덩달아 인기가 수직상승했다.
홍 아나운서의 '1인 얼굴'로 돌아가는 채널 특성상 얼굴이 대중에게 직접적으로 또 노골적으로 노출이 된다. 그런 이유로 처음 섭외가 들어왔을 때는 부담을 많이 느꼈다고 했다.
특히 유튜브라는 1인 미디어 특성상 쌍방의 소통은 익숙한 방식은 아니었다. 댓글 등으로 소통이 이뤄지는 불특정 다수의 평가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에게는 '나름의 도전'이었던 셈이다.
◆레거시 미디어의 위기는 "기회의 확장"
그러나 처음 부담과 달리, 이제는 홍 아나운서 스스로가 더 재밌어 한다고 했다. 기존 방송들이 규격화되고 어쩌면 일방적일 수도 있는 콘텐츠인 것과 달리 '노잼광주'는 광주·전남 사람들이 관심 가질만한 콘텐츠를 만들기 때문이다. 대부분 지역 사람들인 시청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재미가 그에게는 동기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레거시 미디어에서 활동하다 유튜브의 힘(?)을 체감한 홍 아나운서는 복잡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기존에도 중앙 미디어 기업들의 독점 문제가 계속된 데다 1인 미디어 확장으로 지역 방송사들의 운신 폭은 계속해서 좁혀져 왔고 그 변화를 몸소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같은 환경의 변화는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유튜브 등의 1인 미디어 확장은 지역에서 활동하는 이들에게 기회의 확장이 돼 가기 때문이다. 또 채널이 다양해지면서 지역 사람들이 원하는 정보를 전달하고, 그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만들어 즐거움을 준다.
홍 아나운서는 유튜브 등을 통해 활발히 활동하는 로컬 미디어들이 지역에 대한 좋은 인식, 지역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 또한 그런 역할을 하고 싶다는 희망을 드러냈다.
최근 그는 광주시 공식 유튜브 채널인 '빛튜브'에서 신입사원이라는 콘셉트로 광주시정을 비롯한 광주에 대한 많은 이야깃거리를 알리고 있다.
◆노잼도시는 다양성 부족
'노잼광주'에 대한 관심은 한편으로 광주와 광주를 둘러싼 사람들, 특히 청년층에게는 다소 씁쓸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지금의 광주가 오늘날 이곳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단지 공간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홍 아나운서는 이 같은 노잼 담론이 다양성 부족에서 나온다고 진단했다. 인구의 비례가 아닌, 다양성의 비례라는 의미다.
"광주가 노잼도시라는 말을 듣는 게, 재밌게 놀 만한 공간이 없다는 의미도 있지만 저희들끼리 하는 말로 '사람이 없다'는 말이 있어요. 진짜 청년층 숫자가 적어서 그런지, 아니면 뭔가 열정적으로 도전하는 청년이 적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광주는 거의 평균을 쫓아가게끔 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아요."
물론 광주가 기회가 적고, 일할 회사나 창업 등 다양한 일을 할만한 여건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지역사회에서는 '엇박자'를 다르게 보는 경향이 있다는 게 그의 문제의식이다. 튀는 사람들이 나오고 그들을 존중해주는 문화가 형성될 때 도시에 활력이 생긴다는 것이다.
"친구들이 광주에 오면 놀 게 없다고 하는데, 정말 시설적 인프라를말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광주 사람들의 생각이 어떻게 보면 '조금 답답하다, 한정적이다'라는 의미인 것 같기도 해요. 누군가 새로운 길을 갈 때 그걸 특이하게 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게 지역의 폐쇄성이고, 노잼도시를 만드는 하나의 원인이기도 하고요."

◆갇혀있지 않으려는 노력 필요
지방의 청년들은 더 많은 기회를 찾아 서울이나 수도권으로 떠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지역에서 홍 아나운서와 같은 꿈을 꿨던 많은 이들 또한 이 지역에 없다.
홍 아나운서라고 지방 청년들이 마주하는 고민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어쩌면 '용기가 부족했다'고도 생각했다. 이미 지역에서 자리를 잡아서 활동을 하고 있는데, 다시 서울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은 쉬운 결정은 분명 아니었다.
하지만 기회의 총량에서 차이가 있는 걸 제외하고는, 지역이나 서울이나 크게 다를 게 없다는 게 홍 아나운서의 생각이다. 무엇보다 굳이 공간을 분리하면서 지역 스스로를 고립하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고 한다. 지역에 활동한다고 서울에서 활동하는 이들보다 역량이 부족하지 않음에도 간혹 공간을 구별하며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지역에만 있으면 아무래도 우물 안 개구리처럼 어떤 바운더리에 갖춰지게 되는 순간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역에서 활동하는 이들의 실력이 떨어지거나 하진 않아요."
대신 홍 아나운서는 갇혀 있지 않으려는 노력이 많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지역에서 나고 자라고, 살면서 형성되는 사투리와 같은 언어를 교정하기 위해서 일부로라도 서울에 한동안 있다 오기도 한다고 전했다. 또 배움의 기회가 서울에 더 많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간다. 대치되는 공간이 아닌, 서로를 보완하는 공간으로 보는 것이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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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의 땅' 광주에 선 개발자 "설렘을 드리겠습니다" 양유빈 이그노스트㈜ 대표가 지난 2일 광주 북구 한 카페에서 무등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지방청년희망보고서⑩] 양유빈 이그노스트㈜ 대표양유빈 이그노스트㈜ 대표는 전북 정읍의 아이에서 목포의 대학생으로, 현재는 광주의 청년으로 살아가고 있다. 유년과 청소년 시기 게임에 푹 빠져 지내던 그는 즐기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게임을 직접 만들어보자고 했다. 돈을 벌고자 함이 아닌, 스스로가 만족할만한 게임을 만들기 위해 수년씩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시간과 비용이 들어갔다. '왜 힘든 길을 가냐'는 주변 지인들의 만류를 뿌리치는 게 일상이 돼 버린 '프로 무시러'는 최근 수년간의 결실이 빚어낸 작품을 세상에 선보였다. 유저로서 게임을 처음 접할 때의 '설렘'을 파는 게 꿈이라는 양 대표의 이야기를 최근 광주 북구 이그노스트㈜ 사무실에서 들어봤다.광주 북구 광주역 인근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양유빈 이그노스트㈜ 대표가 자사의 대표적 '유어 블라이트' 전시 모형을 보여주고 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타고난 개발자 성향…"끝을 봐야 완성""정읍에서 출생해 대부분의 생활을 전북과 전남을 오가면서 했어요. 옛날부터 게임 콘텐츠를 무척 좋아했고, 직접 개발하는 것도 즐겨했고요.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직업으로 삼고 싶어졌고 결국 광주에서 제 나름대로의 큰 도전을 하고 있어요."양 대표는 어릴 때부터 게임 콘텐츠를 무척 좋아하던 평범한(?) 아이였다고 한다. 그러나 대중적인 게임을 좋아하기만 하던 또래들과 달리 그는 스스로 만들고 싶어 했던 욕구가 강했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혼자 인터넷 속 세상을 휘젓고 다니며 게임 개발에 대해 배워갔고, 작은 프로그램을 하나씩 만들어갔다."혼자 깨작거리는 걸 좋아했어요. 누가 알아주지는 않지만 자기만족 성향이 강한 것 같아요. 실력이 좋진 않았는데 일단 시작하면 끝을 봐야 하는 성격도 있었고…. 그래서 남들보다 하나만큼은 잘한 게 있다면 완성을 한다는 거예요. 완성을 안 하면 끝이 아니니깐."그런 개발자 성향은 군 복무 중에서도 이어졌다. 오히려 그때가 가장 열렬하게 게임 제작에 몰두했던 시기라고 회상했다. 24시간 게임 만드는 생각만 할 정도였다. 낮에는 산업체에서 근무하면서, 밤에는 게임을 만드는 반복이 수년간 이어졌다. 그렇게 4년간의 노력으로 탄생한 작품이 2013년작 '샤덴 프로이데'였다.인디게임인 탓에 대중적 흥행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그에게는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다.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 작품이지만 당시에는 그런 생각도 안 할 정도로 게임 제작이 그의 인생의 전부였던 때였다.◆기회를 찾아 수도권 갔지만…으레 지방 청년들이 그렇듯 그 또한 취업 문제로 인해 서울로, 천안으로 향하게 됐다. 부모님은 정읍에, 대학교는 목포에서 나왔지만 그가 원하는 회사는 지역에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때의 취업 경험은 오히려 그의 창업 욕구를 강하게 자극했다."어릴 때부터 자기 세상이 강하다고 해야 할까요. 아니면 자존감이 세다고 해야 할까요. 아무튼 제가 하고 싶은 걸 하는 데는 거리낌 없는데, 취업하니 집단에서 시키는 부분만 해야 했고 만족을 못 하겠더라고요. 이렇게 하면 더 재밌을 수 있는데 그렇게 해주질 않으니깐.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할까요?"그순간 창업 결심을 굳힌 양 대표는 광주로 발길을 돌렸다. 광주가 태어나 나고 자란 지역의 중심도시이기도 했고, 창업을 위한 지원사업도 있었기 때문이다. 스스로 게임 개발만 했던 그였던 탓에 창업 준비가 쉽지만은 않았다. 익숙하지 않은 서류를 만들기 위한 작업에 시간을 쏟다 보니 '괜히 했나'라는 생각까지도 들었다.특히 주변에서의 만류가 컸다. '아직도 게임을 만드느냐'는 일상적 반응은 그에게 '백색 소음'에 가까웠다. 오히려 게임 제작에 집중할 수 있는 동기가 됐다."사실 누구에게나 큰 도전으로 비칠 거예요. 고등학생 때 만든 컴퓨터 동아리때부터 자연스럽게 써오던 이름을 회사에 그대로 적용한 '이그노스트'가 우연찮게 주변의 만류를 무시한다(ignore)는 의미가 돼버렸네요. (웃음) 무시하고 거침없이 나가겠다는 의미인가. 하하하."지난 10월 19일 열린 제2회 광주게임오디션에서 양유빈 이그노스트㈜ 대표와 그의 동료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그노스트㈜ 제공◆광주게임오디션 연속 '우승'…지역 대표 게임개발사로하지만 '찐 개발자'가 광주에서 빛을 발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수년간 동료들과 진행해 온 프로젝트인 '유어 블라이트'가 지난해 '제1회 광주게임오디션'(2021 Good Game Gwangju)에서 우승하면서다. 화려한 경쟁작들을 제치고 대상을 수상하면서 일약 광주의 '샛별 기업'으로 관심을 모았다.이에 그치지 않고 지난 11월 열린 '제2회 광주게임오디션'에 출품한 '백야기담'이 대상을 차지해, 광주게임오디션 최초 우승과 연속 우승이라는 영광스러운 타이틀을 손에 쥐었다. 그에게 광주가 '약속의 땅'이 된 셈이다.특히 지난해 받은 상금 3천만원은 '유어 블라이트'가 세상에 빛을 보는 데 귀중한 씨앗이 됐다. 광주게임오디션에서 수상한 지 1년 만인 지난달 10일 스팀에 출시됐다. 턴제 RPG 방식인 유어 블라이트는 기대 이상으로 많은 호응을 받았다. 국내외 인디 게임 개발사들이 참가하는 '방구석 인디 게임쇼 2022' 추천 기대작으로 선정되기도 했고, 지난달 부산에서 열린 '지스타 2022'에서도 국내 게임 마니아들에게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현재까지는 다행히 100% 긍정적이예요. 홍보가 안 되고, 가격이 비싼 것에 비하면 판매 실적도 좋고요. 게임하신 분들은 '이런 게임 만들어줘서 좋다'고 말씀 많이 하시고, 지인들에게도 소문을 많이 내주세요. '오늘도 친구 하나 꼬셔서 팔았다'며 메시지 보내주시고요. 물건 파는 입장에서는 성취감을 느껴서 좋죠."양유빈 이그노스트㈜ 대표가 최근 출시한 인디게임 '유어 블라이트'(YOUR BLIGHT). 이그노스트 제공◆즐길 게임 부족…"만들어 보자" 결심"게임을 즐기는 것도 물론 즐겁지만, 처음에는 참견하고 싶었던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이렇게 하면 더 재밌지 않을까. 게임을 뜯는다고 해야 할까요. 그런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또 재밌는 게임을 하면 나도 이런 걸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양 대표는 대중적인 게임보다 인디게임에 관심이 컸지만, 국내에는 이를 만족시켜줄 만한 게임이 많지 않았다고 했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찾는다'는 말처럼 그가 원하는 게임을 찾기보다는 그가 원하는 게임을 만들어 보자는 욕심이 생겼다.그의 최종 목표는 '설렘을 주는 게임'을 지속적으로 만드는 것. 기대치를 웃도는 콘텐츠로 유저들에게 만족감을 주는 게 그의 바람이다. 그의 목표처럼 그가 출시한 게임마다 즐겨주는 유저들이 많다. 비교적 두터운 '팬층'이 생긴 셈이다."돈이 많으면 홍보라도 열심히 하겠지만, 그러지 않다 보니 제 게임을 해오셨던 분들이 가장 큰 마케팅이에요. 꾸준히 지켜봐주신 분들이 게임을 해보고 장문의 리뷰를 남겨주세요. '당신의 예전 어느 게임부터 지켜봐왔다'는 그런 말들을 해주시면서 응원해주시고 개인적으로도 연락해주시고, 후원해주실 때 큰 힘이 됩니다."실제 '유어 블라이트' 출시를 위해 크리에이터를 위한 크라우드펀딩인 '텀블벅'을 통해 펀딩을 시도했을 때 목표치를 훨씬 뛰어넘는 금액이 모이기도 했다. 리워드가 딱히 있지도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만든 게임 출시를 바라는 이들이 십시일반 후원해준 덕분이었다. 그중에서는 30만원, 50만원씩 후원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지난달 17일부터 3일간 부산 벡스코에서 진행된 '지스타 2022'에 참가한 이그노스트㈜의 부스. 이그노스트㈜ 제공◆소프트웨어 창업에 완벽한 곳은 없다"무엇인가 완벽히 갖춰져야만 해낼 수 있다는 것은 조금 비겁해요. 인프라 탓할 것은 아니라고 봐요."소프트웨어 창업 인프라가 좋은 서울이나 판교 등에서 시작하지 않았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하는 그의 답이다. 소프트웨어 창업에 장소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사실상 개발하는 데 있어 광역시 단위에서는 어디든 충분한 여건이 된다는 것.다만 인재를 구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그가 1인 개발자로 있을 때는 문제 될 게 없었지만, 창업하고 회사 규모를 커가면서 어쩔 수 없이 맞닥뜨리는 문제다."약간 괴리감 같은 건데…. 저희도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당장 가용할 수 있는 실력자가 필요한데 (지역에서는) 대부분 취업준비생이 포트폴리오를 넣어주세요. 이분을 가르칠 여력과 시간도 부족하지만, 만들어 놓는다고 해도 내 사람이 아닐 것이란 생각이 우선 드는 거죠."그런 면에서 양 대표는 지역에 인재풀이 다양해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력 있는 이들이 지역에서 기업들과 매칭될 수 있도록 하는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또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도 몇개월 단위로 성과를 요구하는 게 아닌, 충분한 시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지원해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게임이 몇개월 만에 뚝딱하고 나오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오히려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종사자들이 많다는 것. 그는 창작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창작 욕구를 가진 이들이 많이 몰릴 것이라고 했다. 달리 말해, 지역을 떠나지 않아도 될 만큼의 '메리트'를 충분히 줘야 한다고도 덧붙였다.또 그는 지역의 청년들에게 기회 총량의 자체는 수도권이 크지만, 경쟁도 그만큼 심하기 때문에 오히려 지역에 기회가 있을 수 있다고도 말했다."인터넷이 발달하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언제부터인가 비교하고, 그러다 보니 너무 방어적이고 재고…. 그게 사람을 주눅 들게 하더라고요. 시작하기도 전에 지치게 하지 않나. 짧게 얘기하자면 너무 재지 말고 일단 해보고 뭐라도 이뤄내 보세요. 그러면 본인에게 엄청 가치가 있는 일일 거예요."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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