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인식 전환 돕는 인센티브제
우리집부터 시작하는 CO₂ 줄이기
8만가구 '앉아서' 8억5천만원 벌어
30년산 소나무 1천660만그루 효과
에너지 절감 넘어 자립도시로 목표
2045년 시민주도 '내에내만' 운동
[생활쓰레기 팬데믹 ⑦탄소포인트제]
쓰레기 중에서도 특히 에너지 문제는 어제 오늘 제기된 화두가 아니다. IMF를 겪기는 했지만 1990년대 이후 이른바 '먹고 살만한 시대'가 도래한 후 지금까지 오랜시간 우리 사회에 던져진 절제절명의 과제다. 코로나19라는 신종 감염병의 지구 습격의 원인이 기후변화로 지목되면서 에너지 과부하 문제는 최근 주목도가 더 상승했다.
지금이라도 기후위기에 따른 대응 자세를 갖추지 않으면 더 강한, 더 센 변이 바이러스가 우리 삶을 집어 삼킬 수도 있다.
탄소절감, 탄소중립을 위한 시민들의 자발적 인식 전환을 돕는 인센티브, 탄소포인트제는 이러한 의미에서 매우 중요하다.
◆에너지 절감만큼 돈 버는 착한제도
탄소포인트제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마련된 정책으로 에너지 사용량을 일정량 이상 줄일 경우 혜택을 지급하는 제도다.
2011년 환경부 주도로 전국화 사업이 시작 됐지만 첫 단추를 꿴 건 광주였다. 2008년 지역 내에서 기후와 생태계 변화를 부추기는 물질의 배출을 줄여 환경을 보호하자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시민 주도 실천 프로그램 중 하나로 시작됐다.
전국에서 가장 먼저 제도가 시행된 덕분에 14년만인 현재 전체 70%에 가까운 가구가 이에 동참하고 있다. 공동주택 단지, 학교, 사업장, 공공기관으로 확대하면 참여율은 더 높다.
전국 단연 선두로 제주(40.32%), 전북(24.80%), 대전(16.16%), 전남(15.72%) 등이 뒤를 잇고 있다.
탄소포인트제는 아주 단순하다. 전기, 상수도, 도시가스 등의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면 현금이나 포인트, 또는 기부가 가능한 인센티브를 지급받을 수 있는 제도다.
단독주택·공동주택 개별 가정은 물론 150세대 이상 아파트 단지라면 관리사무소 차원의 동참도 가능하다. 학교, 일반건물, 상업시설의 실사용자(법인, 대표, 관리사무소 등) 역시 신청한 하면 자격 대상이 주어진다.
지난해부터는 자동차 분야도 신설됐다. 비사업용 승용·승합차 소유자(12승 이하)라면 휘발유·경유·LPG차량이라도 상관없다. 다만 전기, 하이브리드, 수소차와 같은 친환경 수단의 자동차는 제외된다.
실천 방법도 복잡하지 않다. 가정이나 단지는 최근 2년 평균사용량 대비 당해연도 에너지(전기·가스·수도)를 5% 이상 절감하면 연 최대 5만원의 성과금(단지 최대 10만원)이 주어진다.
시설 역시 최근 2년 평균사용량 대비 당해연도 에너지(전기·가스·수도) 절감율·량 평가에서 기준점을 통과하면 최대 300만원의 인센티브를 현금으로 받을 수 있다.
자동차도 당해연도 주행거리 감축실적에 따라 2~10만원을 현금이나 상생카드로 챙길 수 있다.
신청은 한국환경공단 탄소포인트제 인터넷 홈페이지 가입 또는 자치구, 동 주민센터에 방문해서 가능하다.
◆지난해 지급액만 8억5천만원 규모
광주 전체 가구는 59만6천여개(2019년 말 기준), 이 중 60% 가량인 35만9천245가구는 이미 탄소포인트제에 가입해 혜택을 보고 있다. 5개 자치구가 모두 높은 참여율을 기록하고 있는 덕분이다.
운영 실적도 해마다 증가세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라는 변수가 있기는 했지만 5년 전보다 참여가구, 포인트발생세대 비율, 성과금 지금액 등에서 성장했다. 35만6천여 가구가 참여해 23만6천여 가정에서 포인트가 발생했고, 이 중 7만7천여 가구가 8억5천만원의 혜택을 입었다.
2008년 이후 누적 성과금만도 55억원에 달한다.
이렇게 감축된 온실가스는 매년 30년산 소나무를 1천656만그루 심은 것과 같은 효과를 내고 있다.
공동주택 단지 참여율(77%)은 가정 개별 참여율을 훨씬 웃돈다. 지역 785개 단지(150세대 이상) 중 600곳 넘게 이름을 올렸다. 아파트 비율이 낮은 동구와 신규 아파트 건축이 활발한 광산구를 제외하면 90% 이상이다. 930여곳의 학교, 상업, 배출시설 등도 동참하고 있다.
지역 전체 등록차량 대비 0.05%에 그치고 있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에너지자립도시로의 안착
광주의 목표는 에너지 절감 넘어 2045년까지 탄소중립, 에너지자립도시로 안착하는 것이다. 기관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기반을 조성하고 '내가 사용하는 에너지는 내가 만들어쓴다'는 이른바 '내에내만' 운동을 비롯한 시민 주도 에너지 전환 활동, 기관 동참, 신재생에너지 및 인프라 보급 확대 등 실현 계획도 속도감 있게 추진중이다.
모성훈 광주시 기후환경정책과 그린뉴딜기획팀 주무관은 "에너지 절약 실천운동 등 기후위기 대응은 선택이 아닌 의무"라며 가가호호 탄소포인트제 가입을 강조했다.
주현정기자 doit85@mdilbo.com
[생활쓰레기 팬데믹ㅣ인터뷰]
이남숙 그린컨설턴트 "사람도 멸종될 수 있다"
광주 온실가스 감축 코디네이터
“기후위기 대응, 선택 아닌 의무
침몰 하고 있다는 위기감 가져야”
"우리는 지금 침몰하고 있습니다. 때 아닌 가을장마, 아열대 기후의 '스콜'과 같은 잦은 소낙성 집중강우, 기록적인 폭염과 폭설이 이제는 익숙해 질 지경입니다. 동·식물만 멸종 위기가 아닙니다. 인간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뜻입니다."
십 수년 간 지역에서 온실가스 감축 민간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남숙(62·광주 남구 그린리더협의회 회장) 그린컨설턴트의 진단은 섬뜩했다. 지금처럼 안일한 환경의식이라면 사람도 지구에서 사라질 수 있다는 그의 경고는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씨는 2009년 광주 남구 봉선1동을 시작으로 현재는 사직동을 중심으로 탄소절감 실천운동을 펼치고 있다. 편의상 활동가로 지칭되지만 재단법인 국제기후환경센터에 소속된 엄연한 직업인, 그린컨설턴트다.
이씨 역시 불과 13년 전만해도 평범한 시민이었다. 활동적인 성격 덕분에 마을에서 주민자치위원 활동을 하기는 했지만 기후, 환경과 같은 사회적 문제에 대한 관심은 크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 2009년 지구의 온도를 줄여보자며 광주시가 추진했던 '그린스타트' 운동의 일환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하면서 삶의 궤도가 바뀌었다고 했다.
그는 "동대표로 관련 교육을 받아보면 좋겠다는 권유로 가볍게 시작한 활동이었다. 그러다 기후변화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실랄하게 알게 되면서 행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주민들에게 탄소 줄이기 활동을 권유하는 일을 하게됐다"고 설명했다.
좀 더 전문성을 키우고 싶어 전남대학교 평생교육원의 환경 관련 프로그램도 이수한 그는 광주 남구 일대의 초등학교, 공동주택 단지, 단체 등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는 지도자로서의 입지도 굳혔다.
이남숙씨는 "강의라고 해서 대단한 교육이 아니다. 지역민들에게 기후변화에 따른 위기감을 인지시켜 생활 속 실천을 독려하는 일 그 뿐이다. '나는 괜찮겠지, 우리 가족은 피해보지 않겠지'라는 안일한 의식을 '지금 당장 내 눈 앞에 재해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가능성으로 바꾸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이씨는 불과 지난해 광주 도심 곳곳의 침수, 중심 하천인 광주천의 범람위기, 구례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피해에서 보듯 기후 변화에 따른 위기는 코 앞까지 다가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기상 이후는 지구가 조금씩 침몰하고 있는 전조증상이라고 까지 말했다.
그는 지구를 지키는 일, 우리 가족과 나를 지키는 일은 아주 단순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집 안 밥솥, 전자레인지, 세탁기, 오븐 등 가전제품에 불필요한 플러그를 뽑아내는 일부터 시작이라고 했다. 집 안의 전등을 LED로 교체하고 여름철 에어컨을 켤 때는 선풍기와 함께, 겨울철 난방 전력은 내복입기로 절감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광역단체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가정용 태양광 기기 설치, '앉아서 돈 버는 착한 제도' 탄소포인트제 가입도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지구 지키기 활동이라고 덧붙였다.
이남숙 그린컨설턴트는 "삶의 질 향상은 먹고 입고 즐길 것들의 풍족을 가져왔다. 늘 넘치는 삶을 살다보니 자원을 낭비하는 일에 대한 양심의 가책도 옅어지고 있다. 나와 가족, 특히 내 아이와 그 후손들이 안전하고 건강한 지구에서 살 수 있도록 시민의식을 키우자. 기후위기 대응, 선택 아닌 의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고 당부했다.
주현정기자 doit85@mdilbo.com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