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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들 "녹차 순이 말라버려 올 농사 망칠 판" 울상

입력 2021.02.22. 17:50 수정 2021.02.23. 14:42
보성 700㏊ 차밭, 폭설로 냉해 '심각'
잎 붉게 말라 상당 부분 잘라줘야
잡풀 제거에 수확도 늦어져 '이중고'
보성군, 농가에 직간접 보상 계획
보성군의 모든 녹차나무 잎이 빨갛게 마르는 냉해 피해를 입었다.

낮 최고기온인 20도 가깝게 오른 22일 오전. 1만여 평의 녹차 잎은 진한 녹색 위로 붉은 색이 퍼져 있어 독특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했다. 하지만 이 모습은 결코 아름다움과 거리가 먼, 녹차나무에게는 가장 무서운 냉해 피해를 입은 상태다.

지난 달 보성군에 폭설이 내리면서 녹차 잎이 빨갛게 말라버리는 냉해 피해를 입었다. 여기까지 추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피해는 더 확산됐다.

보성군의 녹차 밭은 산과 평지, 해안가를 모두 합쳐 700㏊ 정도의 면적이다. 올 폭설과 한파로 보성의 모든 녹차 나무가 냉해피해를 입어 붉게 물들어 버린 것이다.

그 피해도 처음에는 20% 정도의 녹차 잎만 잘라내면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70~80%에 이를 정도로 확산됐다. 자라고 있는 녹차잎 대부분이 말라버렸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고사된 잎들을 잘라내 피해 확산을 막을 수도 없다. 날씨가 풀리고 기온이 올라 나무 줄기의 고사가 멈춰야 전지 작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한달은 더 손놓고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이렇다보니 보성의 600여 녹차 농가는 발만 동동 굴리고 있다.

이날 오전 찾은 임병문다원의 임병문 대표는 빨갛게 변한 녹차 잎을 보며 한숨만 내쉬었다. 지난 2005년부터 1만평의 녹차밭을 가꾸고 있는 임 대표는 말차만을 생산하는 농업회사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정상적인 차 잎(왼쪽)과 말라 죽은 차 잎.

말차는 잎 녹차에 비해 생산 과정이 더 복잡하다. 양질의 말차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3월께 녹차나무에 차광막을 씌워 햇볕을 가려줘야 한다. 이를 통해 쓴맛이 덜하고 아미노산과 엽록소가 풍부한 고품질의 말차 원료가 되는 잎으로 자라난다. 가장 중요한 시기가 2월 말부터 3월 초 까지다.

이런 시기를 앞두고 녹차밭 전체가 냉해 피해로 잎들이 전부 고사돼 버린 것이다. 결국 밭의 모든 차 나무를 10~15㎝ 정도 잘랴 줘야 한다. 이 작업만 수일이 걸리는데다 전지작업을 하면 5월께 첫 잎을 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지작업에 들어가는 비용도 상당한데다, 생산 시기가 늦어지고 생산량도 40~50%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잎을 상당 부분을 잘라내면, 녹차 잎에 가려 햇볕을 받지 못했던 잡초들도 무성해져 차 잎을 따기 전에 잡풀 제거 작업도 벌여야 한다. 하루 20~30명의 인부를 사서 꼬박 일주일은 진행해야 제거할 수 있다.

임 대표는 "우리나라에서 생산하는 말차 중 가장 품질이 좋은 차를 생산한다는 자부심으로 가꾸고 있다"며 "지난해 코로나로 수익이 크게 줄었는데, 올해는 초부터 냉해 피해를 입어, 전지작업에 들어가는 비용, 잡풀 제거에 들어가는 비용을 생각하면 답답하기만 하다"고 밝혔다.

1만여 평의 밭에서 녹차를 생산하고 있는 인근의 원당제다 역시 냉해 피해로 고민이 깊다. 폭설로 냉해를 입은지 한달 만에 전체 밭의 70% 이상의 피해를 입은 이 곳도 말라버린 잎을 제거하고 잡풀도 제거해야 한다.

보성차생산자조합 대표도 맡고 있는 원당제다의 박동호 대표도 다른 농가와 마찬가지로 여러 작업에 드는 비용에 골머리가 아프다.

임병문 다원 대표가 고사된 차잎을 바라보고 있다.

박 대표는 "피해 정도는 차이가 있지만 보성군 600여 개의 녹차 농가 모두 냉해 피해를 입었다"며 "4월 20일 이전에 따는 최고급 녹차 잎을 '우전'이라고 한다. 3월이 가장 중요한 시기인데 올해 냉해로 수확 시기도 늦어지고, 고급차 생산도 줄어 농가의 금전적 손해도 심각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그는 "지난해 코로나19, 올해 냉해로 버티지 못하고 녹차 농사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날까 걱정이다"며 "전국 최고의 녹차 생산 지역이라는 타이틀에 흠집나는 것 아닌가 하는 조바심도 생긴다"고 덧붙였다.

보성군은 보상을 위해 농가들의 피해 상황을 파악, 수집하고 있다. 파악이 끝나는 대로 1㏊ 당 157만원의 농약대와 4인 가구 기준 123만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보성군 관계자는 "차 냉해 피해는 다른 작물에 비해 피해 정도가 늦게 나타나 피해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점에서 조사하고 피해 농가가 없도록 1개월동안 조사할 것"이라며 "농가들이 가입한 보험은 수확과 판매가 끝난 시점에서 지급하기 때문에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선정태기자 wordflow@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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