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부터 韓 연대 민주화투쟁
광주 참상 새긴 연작 해외에 알려
위안부·강제징용 피해도 큰 관심
5·18광주민주화운동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문제 의식 등을 화면에 담아내 온 일본인 화가 도미야마 다에코가 지난 18일 100세의 나이로 영면했다.
도미야마 다에코는 80년 5월 광주의 상황을 해외에 가장 빠르게 알린 인물이다. 그는 많은 시민들이 희생 당한 후 신군부가 광주에서 물러간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 광주의 실상을 판화로 남겼다. 당시 그의 판단으로 판화는 가장 빠르게 제작할 수 있고 메시지를 가장 강렬하게 전달할 수 있는 매체였다. 그만큼 그는 국가 폭력이 일어나고 있는 한국 내 실상과 이에 저항하는 시민들의 정신을 널리, 빨리 알리고 싶었다. 그가 이때 남긴 작품은 '쓰러진 사람들을 위한 기도_1980년 5월 광주' 연작. 크게 5월의 참상과 자유를 외치는 군중의 모습, 남겨진 자들의 아픔 등 3개의 테마를 구성해 작품을 제작했다. 80년 5월의 모습을 다각도로 들여다 본 것이다.
그는 이 연작을 7월초 슬라이드로 제작해 다음해 4월에는 동료들과 함께 영화 '자유광주'를 제작한다. 이 영화와 판화는 당시 일본 내 다양한 시민운동 그룹에서 전시, 상영됐으며 1982년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작가 윤이상의 초대로 전시를 가지며 당시 광주의 참혹했던 실상을 해외에 널리 알리는데 역할했다.
그의 80년 5월 광주에 대한 관심은 1970년 김지하 시인 체포로부터 시작됐다. 김지하 시인 등 한국 내 민주화 운동가들과 손을 잡고 일본 지식인으로서 활동한 것이 이어져온 것이다. 한편으로는 인권 의식 고취 등에 대한 국민들의 자발적 움직임이 상대적으로 조용했던 일본 내부적 상황에 대한 아쉬움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80년 5월 광주의 실상을 알리는데 역할한 판화 연작 '쓰러진 사람들을 위한 기도' 46점은 현재 하정웅콜렉션을 통해 광주시립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다.
도미야마 다에코는 5·18 이전부터 일찍이 한국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일본 작가로서 일본의 전쟁 책임과 예술가의 역할에 대해 고민해왔던 터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나 강제징용 문제를 끊임 없이 다뤄온 그다.
홍윤리 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분관 학예연구사는 "도미야마 다에코는 일본이 전쟁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 것에 대한 참회와 반성을 촉구하는 그림을 그리는 등 한국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며 "1970년대부터는 한국의 청년들과 연대해 민주화를 위해 투쟁했고 한국 내 상황을 일본 내부에도 알려 많은 이들을 각성하게 하고 싶었던 지식인이다. 특히 그의 오월 판화연작은 순회전과 집회장, 해외 대학 등에서 전시되며 5·18을 알리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고 하정웅콜렉션에서 빠져서는 안될 중요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 연세대박물관에서는 지난 3월부터 도미야마 다에코의 100살 회고전을 열고 있다.
김혜진기자 hj@mdilbo.com
- 갈수록 걱정되는 5·18 조사위 종합보고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와 광주시의회 5·18특별위원회 등이 지난 25일 오후 광주 서구 쌍촌동 5·18기념문화센터 대동홀에서 '5·18조사위 보고서 평가 간담회를 열고 5·18조사위가 내놓은 직권조사 과제별 조사결과 보고서를 평가하고 있다. 임정옥기자 joi5605@mdilbo.com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작성 중인 종합보고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잘못 알려진 5·18 역사를 바로잡아 왜곡과 폄훼를 근본적으로 막는 수단이 돼야 할 보고서에 5·18의 역사적 배경이나 성격 등이 일절 담기지 않았기 때문이다.27일 5·18조사위에 따르면 5·18조사위는 오는 6월26일까지 대정부 권고안이 담긴 종합보고서를 발간해 대통령실과 국회에 보고한다.5·18 진상규명 특별법 제34조에 '활동이 종료될 경우 6개월 이내에 위원회의 활동 전체를 내용으로 하는 종합보고서를 작성해 보고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어서다.5·18조사위는 대통령실과 국회에 보고를 마친 뒤 종합보고서와 함께 진상규명 의결서, 백서를 공개할 예정이다.또 지난 4년간의 공식 조사 활동 기간 확보한 진술과 수집한 사진·영상 등 모든 자료는 국회 동의를 얻어 국가기록원으로 이관할 계획이다.그러나 작성 완료 기간이 석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종합보고서의 구성이 여전히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전체 1천400쪽 분량의 종합보고서는 제1장 총론(200쪽), 제2장 계엄군의 진압작전(200쪽), 제3장 민간인 희생(350쪽), 제4장 인권탄압사건(300쪽), 제5장 북한개입설(100쪽), 제6장 진상규명 불능 과제(250쪽) 순으로 구성됐다.하지만 보고서 어디에도 5·18이 일어나게 된 역사적 배경과 성격, 진상규명을 시작하게 된 이유, 진상규명이 갖는 의의에 대한 서술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반면 국내 대표적인 민주화운동 중 하나인 부마민주항쟁의 진상조사보고서에는 '유신체제에 대항해 발생한 민주화운동', '유신체제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저항의식 확산' 등 항쟁의 역사적 배경과 '유신체제의 종말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민주화운동'이라는 의의가 자세히 담겨있다.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에도 8·15 광복 전후 제주도의 상황이나 제주도의 지리적 특성, 4·3사건의 도화선이 된 3·1사건에 대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서술돼 있다.이와 관련 정다은 광주시의회 5·18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제1장 총론에 위원회의 설립과정, 조직·예산·연도별 조사 활동, 대정부 권고안이 담기는 데 사실 설립과정이나 조사 활동은 백서에나 들어갈 내용이다"며 "5·18에 대한 왜곡과 폄훼를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5·18이 일어나게 된 배경과 성격, 5·18이 갖는 의의를 종합보고서에 싣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이어 "5·18조사위의 종합보고서가 새로운 왜곡·폄훼의 근거가 될 것 같아 심각하게 걱정된다"며 "지금이라도 종합보고서를 바로 잡을 수 있도록 초안을 신속하게 공개하고 의견을 수렴하길 바란다"고 말했다.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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