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전 "재판부 각성하라" 성토 집회
"광주 재판 다시 출두하겠나" 부글
항소심 법정에 출석한 전두환은 이날도 삼엄한 경비 아래 법정으로 유유히 들어갔다. 재판에 정상적으로 임할 줄 알았던 전두환은 시작 30여분만에 호흡곤란을 이유로 퇴정하고 서울로 돌아갔다. 여전히 뻔뻔한 전두환의 태도와 퇴정을 허락한 재판부를 향해 시민사회가 응분을 표출하고 있다. 이들은 "전두환이 원하는 방식대로 진행된 재판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고 비판하면서 "재판부는 전두환의 이번 출석의 강제성을 부여한 만큼 보다 강력하게 재판을 이끌어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9일 5·18기념재단과 5월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는 오후 1시 광주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주의의 최대 수혜자 전두환을 적법하게 재판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단체들은 "전씨가 여전히 반성 없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회고록 관련 민사재판에는 출석하지 않고, 형사 피고인으로서 출석 의무가 있는 형사재판에도 단 3번 출석했다. 항소심 재판에는 아예 출석하지 않았다가 불이익을 예고한 재판부 경고에 출석했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피고인 전씨의 방어권을 과도하게 보장해서는 안 된다. 전씨 측이 원하는 방식대로 진행된 재판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며 "재판부는 일반 국민과 동일한 기준으로 전씨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이들의 요구는 재판 시작 30분만에 물거품이 됐다. 오후 2시30분께 전두환이 호흡곤란을 빌미로 휴정을 요청한데 이어 재판부가 퇴정까지 허가하면서다. 재판부의 이 같은 허가에 5월 단체들과 관련 인사들은 저마다 비판을 쏟아냈다
김영훈 5·18민주유공자유족회장은 "재판부가 불출석에 따른 불이익을 내놓자 전두환측이 즉시 반응했다. 개정 30분만에 호흡곤란을 이유로 떠났지만 전두환으로 하여금 움직이게 할 수 있는 힘이 있었던 것 아니냐"며 "재판부가 향후 일정에 대해서는 심사숙고해 피고 전두환을 법정으로 불러들여 재판을 진행시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명자 오월어머니집 관장은"재판이 있을 때마다 허전하고 답답하다"며 "악만 쓰고 전두환을 보내는 심정이 말도 아니다. 광주시민에게 용서를 빌지 않고 버티는 두환을 용서할 수 없다"고 했다.
김정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전 광주지회장은 "재판부가 그동안 전두환 재판에 대해 너무 기계적으로 해석해온 끝에 궐석재판이 수어 번 허락되온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때문에 대중들의 눈높이와 맞지 않는 입장을 여태 내온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향후 재판부는 전씨측이 주장하는 '피고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다시 정한 기일에 출정하지 아니한 때에는 피고인의 진술 없이 판결을 할 수 있다'는 형사소송법 365조 2항을 재차 용인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전두환이 다시 광주를 찾을 일을 드물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영주기자 lyj2578@mdilbo.com
- 갈수록 걱정되는 5·18 조사위 종합보고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와 광주시의회 5·18특별위원회 등이 지난 25일 오후 광주 서구 쌍촌동 5·18기념문화센터 대동홀에서 '5·18조사위 보고서 평가 간담회를 열고 5·18조사위가 내놓은 직권조사 과제별 조사결과 보고서를 평가하고 있다. 임정옥기자 joi5605@mdilbo.com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작성 중인 종합보고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잘못 알려진 5·18 역사를 바로잡아 왜곡과 폄훼를 근본적으로 막는 수단이 돼야 할 보고서에 5·18의 역사적 배경이나 성격 등이 일절 담기지 않았기 때문이다.27일 5·18조사위에 따르면 5·18조사위는 오는 6월26일까지 대정부 권고안이 담긴 종합보고서를 발간해 대통령실과 국회에 보고한다.5·18 진상규명 특별법 제34조에 '활동이 종료될 경우 6개월 이내에 위원회의 활동 전체를 내용으로 하는 종합보고서를 작성해 보고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어서다.5·18조사위는 대통령실과 국회에 보고를 마친 뒤 종합보고서와 함께 진상규명 의결서, 백서를 공개할 예정이다.또 지난 4년간의 공식 조사 활동 기간 확보한 진술과 수집한 사진·영상 등 모든 자료는 국회 동의를 얻어 국가기록원으로 이관할 계획이다.그러나 작성 완료 기간이 석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종합보고서의 구성이 여전히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전체 1천400쪽 분량의 종합보고서는 제1장 총론(200쪽), 제2장 계엄군의 진압작전(200쪽), 제3장 민간인 희생(350쪽), 제4장 인권탄압사건(300쪽), 제5장 북한개입설(100쪽), 제6장 진상규명 불능 과제(250쪽) 순으로 구성됐다.하지만 보고서 어디에도 5·18이 일어나게 된 역사적 배경과 성격, 진상규명을 시작하게 된 이유, 진상규명이 갖는 의의에 대한 서술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반면 국내 대표적인 민주화운동 중 하나인 부마민주항쟁의 진상조사보고서에는 '유신체제에 대항해 발생한 민주화운동', '유신체제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저항의식 확산' 등 항쟁의 역사적 배경과 '유신체제의 종말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민주화운동'이라는 의의가 자세히 담겨있다.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에도 8·15 광복 전후 제주도의 상황이나 제주도의 지리적 특성, 4·3사건의 도화선이 된 3·1사건에 대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서술돼 있다.이와 관련 정다은 광주시의회 5·18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제1장 총론에 위원회의 설립과정, 조직·예산·연도별 조사 활동, 대정부 권고안이 담기는 데 사실 설립과정이나 조사 활동은 백서에나 들어갈 내용이다"며 "5·18에 대한 왜곡과 폄훼를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5·18이 일어나게 된 배경과 성격, 5·18이 갖는 의의를 종합보고서에 싣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이어 "5·18조사위의 종합보고서가 새로운 왜곡·폄훼의 근거가 될 것 같아 심각하게 걱정된다"며 "지금이라도 종합보고서를 바로 잡을 수 있도록 초안을 신속하게 공개하고 의견을 수렴하길 바란다"고 말했다.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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