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폭동”
‘“광주 폭동?”…삼성 빅스비에 ‘황당한 게임 앱’’. 어젯 밤 인공지능(AI)의 부작용을 경고하는 국내 한 방송사의 기사 제목입니다.
삼성 스마트폰에 탑재된 인공지능 스무고개 게임인 ‘아키네이터’가 5·18 민주화운동을 ‘광주폭동’으로 표현했다는 게 주요 내용.
자체 필터링(거름망) 기능이 없는 AI가 다수가 주로 사용하는 단어를 채택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입니다.
지난해 조국 파동으로 극렬하게 분열된 상황에서 특정 정치·이념에 따라 역사 인식 마저 왜곡될 수 있겠다는 두려움마저 들게 합니다.
▲거름망 없는 무분별한 정보 수집이 원인
아키네이터는 인공지능과 사용자 사이의 스무고개 게임의 일종입니다. 마치 인공지능이 사용자에게 독심술을 쓰는 듯 한 느낌을 주면서 한때 인기를 끌었는데요.
아키네이터는 다수의 사용자들을 상대하면서 얻은 정보들을 바탕으로 빅 데이터 창고를 구축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과정을 인공지능의 ‘학습’이라고 합니다.
이 데이터 창고에 축적된 내용이 수정·여과 없이 또 다른 사용자들에게 전달되면서 위와 같은 상황이 벌어진 겁니다. 해당 게임의 개발사가 프랑스에 있다보니 검열이 어려워 왜곡된 사실을 무분별하게 받아들일 가능성은 더욱 커집니다.
▲국내산 프로그램 ‘심심이’도 유사
국내산 프로그램도 마찬가지. ‘심심이’라는 프로그램인데요. 스무고개를 나누는 아키네이터와 달리 이쪽은 인공지능과 직접 채팅을 할 수 있습니다.
실체는 아키네이터와 비슷합니다. 심심이는 사용자와의 채팅을 통해 새로운 낱말과 문구를 학습하는데 이 과정 역시 필터링이 전혀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답에 대한 ‘나쁜말 필터링 옵션’을 설정할 수 있지만, 이를 해제했을 때 5·18을 묻는 질문에는 전부 상스럽고 왜곡된 답변만 돌아옵니다.
이는 ‘일베’ 및 극우 정치세력들이 아키네이터와 심심이 등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사용하면서 학습시킨 결과물로 추측됩니다.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역사적적 사실 왜곡이 인공지능에게까지 침범했습니다. 인공지능이 자체 검증기능을 갖출 때까지 경계는 물론 관심을 가져야 할 새로운 분야가 됐습니다.
이영주기자 lyj2578@srb.co.kr
- 갈수록 걱정되는 5·18 조사위 종합보고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와 광주시의회 5·18특별위원회 등이 지난 25일 오후 광주 서구 쌍촌동 5·18기념문화센터 대동홀에서 '5·18조사위 보고서 평가 간담회를 열고 5·18조사위가 내놓은 직권조사 과제별 조사결과 보고서를 평가하고 있다. 임정옥기자 joi5605@mdilbo.com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작성 중인 종합보고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잘못 알려진 5·18 역사를 바로잡아 왜곡과 폄훼를 근본적으로 막는 수단이 돼야 할 보고서에 5·18의 역사적 배경이나 성격 등이 일절 담기지 않았기 때문이다.27일 5·18조사위에 따르면 5·18조사위는 오는 6월26일까지 대정부 권고안이 담긴 종합보고서를 발간해 대통령실과 국회에 보고한다.5·18 진상규명 특별법 제34조에 '활동이 종료될 경우 6개월 이내에 위원회의 활동 전체를 내용으로 하는 종합보고서를 작성해 보고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어서다.5·18조사위는 대통령실과 국회에 보고를 마친 뒤 종합보고서와 함께 진상규명 의결서, 백서를 공개할 예정이다.또 지난 4년간의 공식 조사 활동 기간 확보한 진술과 수집한 사진·영상 등 모든 자료는 국회 동의를 얻어 국가기록원으로 이관할 계획이다.그러나 작성 완료 기간이 석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종합보고서의 구성이 여전히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전체 1천400쪽 분량의 종합보고서는 제1장 총론(200쪽), 제2장 계엄군의 진압작전(200쪽), 제3장 민간인 희생(350쪽), 제4장 인권탄압사건(300쪽), 제5장 북한개입설(100쪽), 제6장 진상규명 불능 과제(250쪽) 순으로 구성됐다.하지만 보고서 어디에도 5·18이 일어나게 된 역사적 배경과 성격, 진상규명을 시작하게 된 이유, 진상규명이 갖는 의의에 대한 서술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반면 국내 대표적인 민주화운동 중 하나인 부마민주항쟁의 진상조사보고서에는 '유신체제에 대항해 발생한 민주화운동', '유신체제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저항의식 확산' 등 항쟁의 역사적 배경과 '유신체제의 종말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민주화운동'이라는 의의가 자세히 담겨있다.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에도 8·15 광복 전후 제주도의 상황이나 제주도의 지리적 특성, 4·3사건의 도화선이 된 3·1사건에 대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서술돼 있다.이와 관련 정다은 광주시의회 5·18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제1장 총론에 위원회의 설립과정, 조직·예산·연도별 조사 활동, 대정부 권고안이 담기는 데 사실 설립과정이나 조사 활동은 백서에나 들어갈 내용이다"며 "5·18에 대한 왜곡과 폄훼를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5·18이 일어나게 된 배경과 성격, 5·18이 갖는 의의를 종합보고서에 싣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이어 "5·18조사위의 종합보고서가 새로운 왜곡·폄훼의 근거가 될 것 같아 심각하게 걱정된다"며 "지금이라도 종합보고서를 바로 잡을 수 있도록 초안을 신속하게 공개하고 의견을 수렴하길 바란다"고 말했다.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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