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광주교도소 터에서 무더기로 발굴된 주검 40여구는 왜 1980년 5월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에 희생된 사람들일 가능성이 제기될까.
현재까지 암매장 유골이라고 가늠해 볼 만한 근거는 크게 세가지로 추려집니다.
첫째 특이한 매장방식과 미기록, 둘째 구멍뚫린 두개골, 마지막 세번째는 민간인 학살 장소였다는 점입니다.
▲시신 담긴 관 위에 무더기 시신
이번에 발견된 유골들이 이슈가 된 이유는 바로 매장 방식때문입니다.
관 속에 제대로 담겨져 있던 다른 유골과 달리 시신이 담긴 관 위에 그것도 마구잡이로 뒤섞인 채 묻혀져 있었습니다.
분묘 작업을 했던 관계자에 의하면 봉분을 허물고 지면에서 10cm 정도 땅을 팠을 때 뒤엉켜 있는 여러 구의 유골을 발견했습니다. 처음엔 법무부 기록에 남아 있는 무연고 수형자들의 합장묘(사망자 여러명을 한꺼번에 묻는 방식)인 줄 알고 수거를 했는데 바로 아래 콘크리트 관이 별도로 있었다는 겁니다.
콘크리트 관 안 유골은 기록상 남아있는 무연고자들이지만 관과 봉분 사이에서 발견된 40여구는 어떠한 기록에도 없는 이들이라는 겁니다.
특히 이 문제의 유골 무더기에서는 이렇다 할 유류품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온전히 시신만 묻힌 셈이지요.
▲교도소에 어린이 유골?
육안상 어린이로 추정되는 유골 최소 1점이 발견된 점도 간과해서는 안되는 대목입니다. 성인들만 수용하는 교도소에 어린이가 수감됐다가 사망했을 가능성은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 5·18 실종자 중 어린이도 수 명 있습니다.
육암 검시 결과 구멍이 뚫린 머리뼈 일부가 발견된 점도 주목해야 합니다.
육안 감식 현장에 입회했던 한 5·18단체 관계자는 2개의 두개골에서 구멍 뚫린 흔적이 발견됐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하나는 동전 크기의 원형, 또 하나는 가로로 길에 패인 자국이라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3공수여단 16대대 주둔지
1980년 5월 계엄군이 도청 앞 집단 발포 이후 광주 외곽 봉쇄에 들어간 21일부터 24일까지, 3공수여단 16대대의 주둔지가 옛 광주교도소 였다는 점도 눈여겨 볼 만 합니다.
당시 이들은 교도소 앞을 지나는 시민들을 향해 총 6차례 무차별 총격을 가해 27명을 학살하기도 했습니다.
5·18 직후 교도소장 관사 주변에서 8구, 건너편 야산(현재 농수산물 공판장)에서 3구 등 11구의 시신은 암매장 상태에서 발견됐지만 나머지는 현재까지 미완의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이 때문에 그간 광주교도소 내부 또는 일대에 5·18 행방불명자가 다수 묻혀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었습니다.
“모든 가능성 열어놓고 확인하고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방부, 국과수 등 관계부처와 협조해 원인관계는 물론 어떤 연유로 법무부 교정부지 안에 묻히게 되었는지 확인하고, 나중에 소상하게 국민 여러분들에게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20일 옛 광주교도소 유골 발견 현장을 찾아 이렇게 말했던 김오수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은 꼭 그 약속 지켜주길 바랍니다.
주현정기자 doit85@srb.co.kr
- 갈수록 걱정되는 5·18 조사위 종합보고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와 광주시의회 5·18특별위원회 등이 지난 25일 오후 광주 서구 쌍촌동 5·18기념문화센터 대동홀에서 '5·18조사위 보고서 평가 간담회를 열고 5·18조사위가 내놓은 직권조사 과제별 조사결과 보고서를 평가하고 있다. 임정옥기자 joi5605@mdilbo.com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작성 중인 종합보고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잘못 알려진 5·18 역사를 바로잡아 왜곡과 폄훼를 근본적으로 막는 수단이 돼야 할 보고서에 5·18의 역사적 배경이나 성격 등이 일절 담기지 않았기 때문이다.27일 5·18조사위에 따르면 5·18조사위는 오는 6월26일까지 대정부 권고안이 담긴 종합보고서를 발간해 대통령실과 국회에 보고한다.5·18 진상규명 특별법 제34조에 '활동이 종료될 경우 6개월 이내에 위원회의 활동 전체를 내용으로 하는 종합보고서를 작성해 보고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어서다.5·18조사위는 대통령실과 국회에 보고를 마친 뒤 종합보고서와 함께 진상규명 의결서, 백서를 공개할 예정이다.또 지난 4년간의 공식 조사 활동 기간 확보한 진술과 수집한 사진·영상 등 모든 자료는 국회 동의를 얻어 국가기록원으로 이관할 계획이다.그러나 작성 완료 기간이 석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종합보고서의 구성이 여전히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전체 1천400쪽 분량의 종합보고서는 제1장 총론(200쪽), 제2장 계엄군의 진압작전(200쪽), 제3장 민간인 희생(350쪽), 제4장 인권탄압사건(300쪽), 제5장 북한개입설(100쪽), 제6장 진상규명 불능 과제(250쪽) 순으로 구성됐다.하지만 보고서 어디에도 5·18이 일어나게 된 역사적 배경과 성격, 진상규명을 시작하게 된 이유, 진상규명이 갖는 의의에 대한 서술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반면 국내 대표적인 민주화운동 중 하나인 부마민주항쟁의 진상조사보고서에는 '유신체제에 대항해 발생한 민주화운동', '유신체제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저항의식 확산' 등 항쟁의 역사적 배경과 '유신체제의 종말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민주화운동'이라는 의의가 자세히 담겨있다.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에도 8·15 광복 전후 제주도의 상황이나 제주도의 지리적 특성, 4·3사건의 도화선이 된 3·1사건에 대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서술돼 있다.이와 관련 정다은 광주시의회 5·18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제1장 총론에 위원회의 설립과정, 조직·예산·연도별 조사 활동, 대정부 권고안이 담기는 데 사실 설립과정이나 조사 활동은 백서에나 들어갈 내용이다"며 "5·18에 대한 왜곡과 폄훼를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5·18이 일어나게 된 배경과 성격, 5·18이 갖는 의의를 종합보고서에 싣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이어 "5·18조사위의 종합보고서가 새로운 왜곡·폄훼의 근거가 될 것 같아 심각하게 걱정된다"며 "지금이라도 종합보고서를 바로 잡을 수 있도록 초안을 신속하게 공개하고 의견을 수렴하길 바란다"고 말했다.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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