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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광주'로 만들자

하이다이빙 무대가 조선대학교가 된 까닭은?

입력 2020.08.17. 18:43 수정 2020.08.18. 13:16
이제는 스포츠+관광도시, 스토리 관광도시로 만들자
3. 광주세계수영대회 (하) 경기장


"Very good(아주 좋다)."

2017년 11월 16일 오전 11시10분쯤 광주광역시 동구 조선대학교 본관 앞 운동장. 회색빛 하늘에 진분홍빛 단풍과 만추(晩秋)의 낙엽이 하얀색 본관 건물을 더욱 도드라지게 했다. 완연한 가을빛으로 물든 무등산은 한 폭의 풍경화였다. 국제수영연맹(FINA) 코넬 마르쿨레스쿠 사무총장과 와킨 푸욜 시설위원장의 굳었던 얼굴이 그제서야 환하게 펴졌다. 15일 입국한 FINA 대표단은 17일까지 경기장 점검에 나설 계획이었다.

24일 오후 광주 동구 조선대학교 운동장에 설치된 하이다이빙 경기장에서 2019광주FINA세계수영선수권대회 하이다이빙 남자부 27m 결선 경기가 펼쳐지고 있다. 2019.07.24. 뉴시스

일정은 이날 오전 10시 염주체육관(아티스틱 수영)에서 시작됐다. 경기장 규모·면적 등을 집중적으로 봤다. 개최도시 보다는 수영 선진국인 유럽(EU)의 관점에서였다. 경영·수구 등은 관중 수용능력을 주로 봤다. 10시50분쯤 서구 풍암동 월드컵 보조경기장에서 수구 경기장으로 사용될 남구 진월테니스장(당초 계획)으로 가던 길에 조선대로 방향을 틀었다. 하이다이빙경기장 후보지 중 한 곳을 보기 위해서였다. 버스에서 내려 운동장 쪽으로 걸어가던 코넬과 푸욜은 반색했다.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4일 광주 동구 조선대학교에 마련된 2019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하이다이빙 경기장이 취재진에 공개되고 있다. 이번 대회는 '평화의 물결 속으로!'를 주제로 오는 12일부터 28일까지 17일간 진행된다. 2019.07.04. wisdom21@newsis.com

그날 유독 더 아름다웠다. 조선대 본관 건물은 1947년 착공 8년 만에 5개 박공지붕으로 완공됐다. 한국전쟁으로 건립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몇 차례 증축을 거쳐 현재와 같은 모습(길이 375m의 19개의 박공지붕)을 갖췄다. 2004년 등록문화재 제94호로 지정됐다. 수직 창과 박공 부분의 고딕양식 첨두 아치창이 건축 당시의 자재와 시공 방법을 보여주는 건축적·역사적 의미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무등산을 뒷 배경으로,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5·18민주광장·금남로 등 광주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엄지 손가락을 치켜 들었다. 왼손·오른손의 엄지·검지 손가락을 붙여 직사각형의 TV 모니터 앵글을 만들었다. 전체적인 뷰(View)를 본 뒤 햇 빛의 방향을 체크했다. 지상 27m, 아파트 10층 높이의 플랫폼 위치를 잡기 위해서다. 하이다이빙은 선수들의 안전이 우선 고려된다. 다이빙 추락 속도가 최고 시속 90㎞ 에 달한다. 방향이 정해지면 지름 17m, 수심 6m의 원형 풀과 카메라 설치 장소도 세팅된다. 매뉴얼화 돼 있는 프로세스대로다.

2019광주FINA세계수영선수권대회는 '저비용·고효율'을 지향했다. 경기장 신축 계획은 없었다. 대회를 치러내는 게 중요했다. 기존 시설 활용과 임시수조 설치 등 '짠돌이' 전략을 세운 배경이다. ▲ 대회시설 집중화 ▲ 광주유니버시아드대회 유산 개·보수 활용 ▲ FINA 기준 완화 등 시설비용 최소화가 주요 뼈대였다. 수영대회 유치전(당시 U대회 개최 확정)에 뛰어든 것도 시설 일부인 남부대 수영장 등을 다시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여수=뉴시스】류형근 기자 = 2019광주FINA세계수영선수권대회 개막 6일째인 17일 오전 전남 여수시 엑스포공원 오픈워터 경기장에서 오픈워터 여자 5㎞ 경기가 펼쳐지고 있다. 2019.07.17. hgryu77@newsis.com

부족한 예산이 항상 발목을 잡았다. 대회 유치신청(2013년 6월 27일)에서부터 개최지 최종 확정(그 해 7월 19일), 이후 준비과정은 험난했다. 대회 유치를 위한 공문서 위조 사건이 터지면서 검찰 수사를 받았다. 당시, 여야가 합의한 국제경기 지원법이 있는데도 '국비 지원 불가'라는 강경 입장을 보였다. 박근혜 정부에서 광주 대회는 철저히 외면 받았다.

세계수영선수권대회는 전 세계 수영 국가대표와 동호인이 참가하는 국제 스포츠 이벤트다. 월드컵축구와 하계·동계올림픽, 육상선수권대회와 함께 세계 5대 '메가 스포츠' 대회로 꼽힌다. 국내에서 모두 개최된 5대 메가 이벤트는 물론 대부분의 국제 스포츠대회는 준비과정에서 수 차례 증액 과정을 거친다.

도시 브랜드 제고와 무관치 않다. 대회 개최 및 준비과정에서 도로·철도 등 기본 SOC와 특급 호텔·편의시설, 관련 인프라 확충·도시 환경 정비 등이 이뤄진다. 실제 수영대회와 규모가 비슷했던 육상대회(2011년)는 유치 당시 356억이었던 예산이 3천572억원으로 10배 가량 크게 늘었다.

【광주=뉴시스】이영환 기자 = 21일 오후 광주 광산구 남부대학교 시립국제수영장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400m 자유형 결승전 많은 관중들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2019.07.21. 20hwan@newsis.com

광주는 예외였다. 도시 정비는 물론 브랜드·마케팅 전략을 고려할 여지가 없었다. 총 사업비 2천36억원 가운데 경기장 건설을 위한 시설비는 732억원(운영비 1천304억원)이었다. 대부분 관람석을 늘리거나 기존 시설 개·보수, 임시시설 설치 비용 등에 사용됐다.

경영·다이빙은 주경기장인 남부대 시립 국제수영장을 증·개축했다. FINA는 3천여석 규모인 관람석을 1만1천석 규모로 증축해 줄 것을 요구했다. U대회 준비 과정에서 5만㎡ 부지에 연면적 1만9398㎡ 크기로 들어선 국제공인 1급 수영장이었다. 경영 풀과 다이빙 풀에 들어가는 물의 양만 1만2천t에 달한다. 초대형 스테인리스 수조와 함께 다기능 수심 조절장치 등이 국내 최초로 도입됐다. 수영대회 땐 운영실과 전광판만 추가 설치됐다.

광주대회 유치 당시 검토된 임시수조는 모두 3곳. 싱크로나이즈드 수영(남부대 축구장), 하이다이빙(광주시청 문화광장), 수구(진월국제테니스장) 등이었다. 오픈워터 경기장은 장성호. 경기장 간 거리와 효율성이 주요 잣대였다.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4일 2019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주경기장인 광주 광산구 남부대학교 시립국제수영장이 취재진에 공개되고 있다. 이번 대회는 '평화의 물결 속으로!'를 주제로 오는 12일부터 28일까지 17일간 진행된다. 2019.07.04. wisdom21@newsis.com

부다페스트는 전환점이 됐다. 경기 참관을 계기로 경기장 위치, 더 나아가 도시 브랜드와 마케팅 전략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대표 관광지·랜드마크에 경기장을 만들었다. 다뉴브강 개막공연 덕분에 부다성과 어부의 요새, 세체니 다리가 세계인들에게 각인된 것처럼, 도시의 아름다움은 전 세계에 자연스레 노출됐다. 광주의 전략도 수정됐다.

경기장 2곳과 대회 개·폐회식 장소가 재검토됐다. 광주의 아름다움을 전 세계어 보여줄 하이다이빙경기장은 최대 관심사였다. 대회 최고의 시청률. 부다페스트 국회의사당과 다뉴브강은 강렬했다. 광주시청 문화광장은 도시 브랜드·마케팅 측면에서 매력이 떨어졌다. 장소성·정체성도 깊지 않았다. 일부 문제가 있었다. 지하 매장물 탓에 인공수조 설치가 어려웠다. 공공기관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걸림돌이 됐다.

'광주의 상징성이 극대화 된 장소는 어디일까'. 슬로건·엠블럼·마스코트 등 대회 상징물과 관계도 고려됐다. 개최도시의 브랜드, 대회의 철학·방향성 등도 담겨야 했다. 경기장 선정에 고민을 거듭했던 이유다. 광주의 랜드마크를 다시 살폈다. ▶ 무등산 서석대·장불재 ▶ 월드컵경기장·풍암호수 ▶ 5·18 민주광장·전일빌딩·금남로 ▶ 담양 가사문화권(무등산 배경) 등이 기억에 남는다.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4일 2019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주경기장인 광주 광산구 남부대학교 시립국제수영장이 취재진에 공개되고 있다. 이번 대회는 '평화의 물결 속으로!'를 주제로 오는 12일부터 28일까지 17일간 진행된다. 2019.07.04. wisdom21@newsis.com

'수영 마라톤'인 오픈워터 경기장도 원점에서 재검토됐다. 지난 2012년 해양공원 일대에서 엑스포를 치렀던 미항(美港) 여수는 특급호텔과 볼거리·먹을거리 등 관광 인프라가 탄탄했다. 국내·외 관광객 유치와 대회 흥행을 위해선 여수 개최가 필요했다. 부다페스트는 벤치마킹 사례였다. 그들은 차로 2시간 거리(137㎞ )인 대표적 휴양도시 발라톤퓨레드에서 경기를 치렀다. 통상 '20분 이내 이동 거리'를 권고하는 FINA에 '여수 카드'를 들이밀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줬다.

반면 장성호는 관광객 편의시설과 TV중계를 위한 주변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했다. 한 여름 30도가 넘는 수온도 문제였다. 5㎞에서 길게는 25㎞를 헤엄쳐야 하는 오프워터 수영은 적정수온(26∼28도) 유지가 중요하다. 대회 기간 평균 수온 등을 감안할 때 장성호보다는 바닷물이 드나드는 여수 앞 바다가 적절하다는 논리로 FINA를 설득했다.

비용 절감 효과도 있었다. 여수엑스포해양공원에 2천석 규모의 관람석과 운영실 등만 설치했다. 당초 FINA는 대회 본부가 설치된 광주와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했다. 하지만 여수 해양공원과 특급호텔 등에 대한 현장 점검 이후 기류가 바뀌었다.

수구 경기장은 이견이 있었다. FINA측은 진월테니스장의 관람석 규모를 문제삼았다. 그동안 협의를 거쳐 3천석으로 조정했으나 5천석 규모가 필요하다고 말을 바꿨다. 헝가리·그리스·크로아티아 등 EU와 미국·캐나다 등에서 인기가 많다는 이유에서였다. 루마니아 수구 국가대표 출신인 코넬 사무총장이 수구 경기에 각별한 관심을 쏟는다는 말도 돌았다. 결국 시설 집적화 전략에 따라 주경기장 인근 남부대 축구장에 임시수조를 설치해 경기장을 만들었다.

실현되진 않았지만, FINA 대표단은 2015년 러시아 카잔의 사례를 들어 월드컵 주경기장 활용안을 제안했다. 경기장 한 쪽에 임시풀을 설치해 경영·수구·아티스틱(Artistic) 경기장을 만들자는 안이었다. 이럴 경우 남부대수영장에서는 다이빙 경기만 치르게 된다.

FINA와 줄다리기는 계속됐다. 정근섭(현 광주시청 사무관) 조직위 경기시설팀장은 "경기장 위치 선정은 물론이고, 설계단계에서부터 운영실·선수관중 동선 등 내용 하나하나까지 협의를 해야 했다"며 "국내 인프라가 열악하고 경기 설비 관련 경험이 부족하다보니 힘들었던 순간도 많았지만, 국제대회를 완벽하게 치러낼 수 있는 시설을 만들기 위해 지난 3년간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그는 2016년 11월부터 대회가 끝날 때까지 경기시설 점검·관리를 담당하는 실무 팀장으로 일했다.

유지호기자 hwaone@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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