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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광주'로 만들자

워밍업은 끝···세계인의 눈길, 광주로 향했다

입력 2020.04.28. 19:19 수정 2020.05.06. 17:34 @김현주 5151khj@hanmail.net
이제는 스포츠 관광도시 '스토리 광주'로 만들자
제1부 스포츠와 스토리텔링 ① 프롤로그

'루틴대로 하자'. 2019년 7월 12일 제18회 광주FINA세계수영선수권대회 개막식 날 아침. 이른 시간인데도 공기가 덥다. 오전 8시, 동구 호남동 조직위원회 사무실은 한산했다. 4월부터 현장 운영체제로 전환됐기 때문. 200여 명 가운데 절반 이상은 남부대학교 주경기장 입구 종합상황실과 선수촌(광산구 우산동)·경기장·호텔 등으로 출근했다.

상황실은 24시간 가동됐다. 매일 오전 8시30분 회의는 일일상황과 주요 이슈를 공유하는 시간. 의사결정을 위한 회의도 수시로 열렸다. 상황실은 일주일 전인 7월 4일 설치됐다. 조직위와 문화체육관광부·기상청·한전 등에서 파견나온 직원 33명이 3교대로 근무했다. 경기장 6곳을 실시간으로 연결하고, 상황이 발생했을 때 콘트롤 타워 역할을 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7월 12일 오후 광주 광산구 광주여대 시립유니버시아드체육관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개막식에서 각 국 기수단이 입장하고 있다.


◆한 치의 오차도 용납 안돼
홍보팀은 2곳으로 나뉘었다. 팀 서무에게 "상황실·송정역 등 현장 들렀다 개막식장으로 가겠다"고 했다. 수리·달이 마스코트 조형물·옥외광고물 담당인 이명호 주임(광주시 파견)과 사무실을 나섰다. 광주엔 200여개 국에서 선수단·미디어 관계자 등 1만3천여 명이 왔다. TV중계만 145개 국(시청자 총 11억여 명)에서 이뤄졌다. 광주를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상황실 전면의 대형 모니터가 경기장과 관중석 등을 모두 잡아준다. "홈페이지 괜찮죠?". PC와 모니터를 번갈아 보고 있는 노승필 주임에게 습관처럼 물었다. 대회 얼굴 격인 공식 홈페이지와 소셜미디어 관리·운영 담당자인 그는 오후 10∼11시쯤 퇴근해서 새벽에 불려나오기도 한다고 했다. 일주일 만에 핼쑥해졌다. 혹여 발생할 지 모를 해킹 탓에 신경이 온통 곤두서 있다. 며칠 전, 순간적인 접속 장애는 예방약이었다. 신속한 복구와 함께 용량 확보 등 개선책이 마련됐다.

점심무렵 송정역으로 갔다. 첫 인상을 좌우 할 승강장과 역 주변부터 살폈다. 현수막에 쓰인 "Welcome to Gwang-Ju"가 맞는 지, "Welcome Gwang-Ju"와 어떻게 다른 지 등을 통역요원에게 물었다. 가로등 배너도 확인해야 했다. 시내 주요 도로변에는 총 2천550세트의 선수권대회(파랑색)·마스터즈대회(주황색) 배너가 설치됐다. 경기장 5곳과 선수촌·본부호텔 등 주요 동선 위주로 살폈다. 현수막(440개)·꽃 장식물(17개소) 등도 챙겼다. 며칠 뒤 태풍 예보가 나온 터였다.

지난해 7월 12일 오후 광주 광산구 광주여대 시립유니버시아드체육관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개막식에서 문화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마지막까지 긴장, 또 긴장

오후 4시쯤, 늦은 점심 겸 저녁을 먹고 광주여대 시립유니버시아드체육관으로 향했다. 차량 통제 탓에 정체는 이미 시작됐다. 배너가 눈에 잘 띄는 곳에 설치됐는지, 떨어지거나 찢어진 것은 없는지 꼼꼼하게 봤다. 1시간여 만에 들어선 입구 쪽, 그린색 상의의 조직위와 핑크빛의 자원봉사자들이 길게 늘어서 수신호를 한다. 수송부장·수송주차팀 직원 등 반가운 얼굴들이 보인다.

30도의 찜통더위에 이글거리는 아스팔트의 기운이 훅 들어온다. 고맙고 미안했다. 시커멓게 변해버린 얼굴 위로 굵은 땀방울을 쏟아낸다.

광주대회 자원봉사자는 총 3천726명. 이들이 왜 '대회의 꽃'으로 불리는지 다시 한번 절감했다. 의전팀은 초청 VIP 동선 체크와 좌석 배정 등으로 분주했다. 대상은 국내·외 인사 1천535명. 문재인 대통령과 훌리오 마글리오네 세계수영연맹(FINA) 회장 등 국가·스포츠·지역 대표들이다.

소외계층도 함께 했다. 의전팀과 자원봉사자·지원요원 등 총 47명이 주차장에서부터 비표교부, 라운지, 좌석에 앉을 때까지 밀착 의전했다. 이날 입장객은 총 5천400여명.


◆17일간의 대장정 막 올라

오후 8시20분. 광주 어린이들이 지구촌 곳곳에서 가져온 물을 5·18 민주광주 분수대에 붓는 합수식. 5·18 민주화운동과 수영대회가 통(通)했다. 미래를 향한 '생명과 평화'의 메시지는 인상적이었다. '빛의 분수'를 주제로 펼쳐지는 공연에 광주의 초등학생·대학생·예술단체 등 784명이 참여했다.

윤정섭 총감독은 "광주시민들의 참여는 감동적이었다"며 "광주는 '시민의 도시'로 기억될 것이며, 공연은 길이 남을 광주의 유산"이라고 했다. 애국가가 흐르는 동안 체육관 가장 높은 곳에 태극기가 오른다. 뭉클하다. 눈앞이 흐려진다.

2년 전, 헝가리 부다페스트 개막식의 감동이 떠올랐다. '수 천억 원의 예산을 들여 광주가 얻어야 할 것은 무엇일까'. 대회기 인수 이후 쉼 없는 여정이 파노라마처럼 흘러간다.


◆복권이라도 사둘 걸 '감동 쓰나미'

오후 9시20분쯤. 바로 옆 통로 쪽이 갑자기 부산해진다. 문재인 대통령. 개회 선언을 위해 이동 중이었다. 관객들이 환호와 함께 휴대폰 셀카를 찍는다. 환한 웃음에 손까지 흔들어 주신다. 기대 못했던 행운. '복권이라도 사야 하나…'.

자정무렵,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 책임자인 박기홍 문화홍보본부장과 통화했다.

개·폐막식은 그를 포함해 문체부 파견 공무원 3명이 전담했다. 벌써 2년째다. "고생 많으셨다"는 말에, 관객들 반응부터 되물어온다. 그 간의 마음고생이 짐작된다. 부다페스트에서부터의 고민. '광주의 진정한 레거시는 뭘까'. 개최 1년이 지나 그 답을 찾아 나서려 한다.

유지호기자 hwaone@srb.co.kr


내러티브 저널리즘

이 기획기사는 2019광주FINA세계수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에서 홍보(마케팅)팀장으로 일했던 현장업무 경험 등을 바탕으로 서사적 글쓰기인 '내러티브 저널리즘(narrative journalism)'을 활용했습니다. 관찰자로서 기자 자신이 직접 일하면서 보고 느낀 감정과 인간관계 등을 단순 사실 전달식 기사 형태에서 벗어나 소설처럼 이야기하듯 구성할 계획입니다. 독자 여러분들께 사실을 현장감 있게 전달하기 위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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