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우리 모두를 위한 세상

@무등일보 입력 2021.03.04. 11:20

"굿모닝, 일어날 시간이에요." 새벽 5시, 요란한 알람소리에 겨우 몸을 일으킨다. 대부분의 이들이 아직 단잠에 빠져 있을 시각, 문을 나선다. 아직 매서운 칼바람이 얼굴을 때린다. 한산한 도로를 따라 20여분을 걸어 인력대기소에 도착했다. 먼저 온 서너명의 남성이 깊은 한숨을 내뱉듯 담배를 피운다. 따뜻한 믹스커피 한 잔으로 아침 요기 겸 얼어붙은 몸을 녹여본다. 인력대기소는 금세 사람으로 북적인다. 코로나19 사태가 1년 넘게 이어지며 일자리도 대폭 줄었지만 이곳을 찾는 이들은 오히려 늘고 있다.

이날도 단 2명만이 '팔려나갔다'. 대부분 전문경력이 있는 이들이었다. 나처럼 믿을게 몸 밖에 없는 이들은 2시간이 넘는 기다림에도 결국 선택받지 못했다.

무거운 발걸음을 되돌리면서도 다시 생각한다. '더 나은 내일이 있을거야. 좌절하지 말자'.

소위 바닥층 생활을 이어가던 내가 이러한 긍정 생각을 하기까지는 참 오랜시간이 필요했다.

불우한 가정에서 태어난 나는 여려운 어린 시절을 보냈다. 젊은 나이에 호기심과 유혹에 빠져 죄를 지었다. 입버릇처럼 '친구를 잘못 만난 탓'이라고 말하고 다녔지만 사실은 내가 잘못된 친구였는지도 모른다. 죄 값을 치루고 세상에 나왔지만 나를 반겨주는 이는 없었다.

순간의 선택이 낳은 낙인은 사회에서의 내 자리를 모두 빼앗았다. 모두를 원망했다. 부질없는 투정이라는 걸 알았지만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것 밖에 없었다. 그러다 또 유혹에 빠져 '그곳'에 다시 들어갔다. 두 배의 죗값을 치러야했다. 수 천 번을 후회하고, 또 후회했다. 이번에는 사람답게 살겠다 다짐했다. 남은 인생을 허비하고 싶지 않아서다.

그렇게 제 발로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광주전남지부를 찾았다. 처음 사람에게서 위로와 따뜻함을 느꼈다. 눈물이 왈칵 났다. 낯선 나를 대하는 표정과 말투에는 진정성이 묻어났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회의 일원으로서 할 수 있는 일, 하고 싶은 일에 대해 고민했다.

이곳에서는 나에게 숙식과 자격증 취득 지원, 취직 알선 등을 제공해줬다. 삶에 대한 의지, 자립 계획만 굳건하다면 심사를 거쳐 앞으로 2년 더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내 몫은 내가 벌자'는 생각에 매일 일터를 찾아 거리로 나선다. 코로나19 사태로 모든 여건과 환경이 녹록치 않지만 내일도, 그 다음날도 또다시 인력시장 문을 두드려 볼 것이다.

위 사례는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광주전남지부에서 생활하고 있는 이의 실제 이야기다. 이곳에서는 형사·보호처분을 받았지만 자립에 의지가 있는 이들에게 거주와 재범방지 프로그램, 기술교육 등과 같은 제도를 제공하고 있다.

봄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전히 현실은 한겨울 추위다. 모두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럴 때 일수록 사회 보상 시스템의 사각지대가 없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들의 외면으로 생긴 여파가 결국 우리 자신에게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자립하여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그리하여 안전하고 밝은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시민들의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김명선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광주전남지부 주말실장

슬퍼요
0
후속기사 원해요
0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