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탑건
아주 어렸을 적 석양을 배경으로 이륙하는 비행기와 함께 달리는 오토바이를 영화에서 본 적이 있었다.
초등학생 때였던 것으로 기억하는 그때 그 장면은 성인이 돼서 한 아이의 아빠가 된 지금도 추억 속에 남아있을 정도로 강렬했었다. 바로 영화 '탑건'이다.
너무나 유명한 영화이기에 따로 설명할 필요도 없지만 36년 만에 후속편 '탑건: 매버릭'이 개봉하면서 화제가 된 영화를, VOD로 나온 시점에서야 볼 수 있게 되면서 다시 옛 추억에 빠져들었다.
젊은 날의 주인공인 '톰 크루즈'는 60살을 넘어선 환갑의 나이가 되고, 라이벌이었던 또 다른 배우인 '발 킬머'는 후두암 투병 중에도 출연을 강행하는 등 다시 만난 주인공들은 여전히 나에겐 지금의 나이 든 모습보단 1편의 젊은 모습이 오버랩되는 신기한 경험을 하기도 했다.
영화야 당연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지만 영화에서 주는 '또 다른 시대상'은 씁쓸함을 안겨줬다.
바로 인간을 대체하는 무인화, 자동화 이야기다.
극 중에서 파일럿이 전투기를 조종하기보단 무인기 시대가 도래했다며 더는 인간이 비행기를 몰지 않는다는 내용이 나온다.
인간보단 기계, 인공지능에 의존하는 시대가 왔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셈이다.
영화에서는 결국 자동화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을 인간이 직접 해결한다는 식으로 결론을 내린다. 어찌 보면 '아직 인간의 영역을 기계가 대신할 수 없다'라는 말을 하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시대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지만 인간의 영역이 급속도로 사라지기보다는 더 천천히 오래갈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 걸 보면 '나도 옛날 사람은 옛날 사람이구나'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아직은 차갑기만 한 자동화의 세상보다는 덤도 주고, 인정도 가끔 만날 수 있는 인간의 세상이 좋다.
서로 언성도 높이기도 하고, 화해도 하고, 같이 웃고 같이 우는, 그런 인간적인 모습을 보다 오래 느끼고 만나고 싶다.
그래서인지 '탑건: 매버릭'에서 나온 "It's not the plane, It's the pilot."(비행기가 중요한 게 아니라 조종사가 중요한 거야)이라는 대사가 가장 기억에 남는지도 모르겠다.
도철원 취재1본부 부장대우repo333@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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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원기자 ahk755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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