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단계적 일상회복과 위드코로나

@서해현 광주 서광병원장 입력 2021.09.23. 19:05

2021년 9월, 유럽 FIFA 월드컵 최종예선 축구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이 환호한다. 마스크도 띄어앉기도 없다. 음식물 반입도 금지하지 않는다. 뉴욕 브로드웨이, 뮤지컬 공연이 정상적으로 개봉됐다. 객석이 관객으로 가득 찼다. 2020년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간 풍경이다. 영국은 2021년 7월 19일 봉쇄 조치를 전면 해제했고, 마스크 착용을 자유화 했다. 싱가포르는 사회적 거리두기 등 규제를 유지하면서 위드코로나를 추진하고 있다.

위드코로나는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기'이다. 코로나19 박멸은 변이바이러스 출현으로 불가능해졌다. 대유행(팬데믹)이 지나면, 지구상에 남아서(엔데믹), 수시로 유행(에피데믹)하며 존재할 것이다. 매년 겨울에 유행하는 독감 같이. 함께 살 수 밖에 없다면 지혜롭고 현명하게 대처해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자동차 이동량이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고 있다. 시민들도 거리두기에 지쳤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만 피해를 보고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무작정 지속할 수는 없다. 코로나19를 특별한 질병이 아닌 보통 질병, 감기나 독감 같이 취급해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도 지난 8월 고령층 90% 이상, 성인 80% 이상이 백신 접종을 완료하면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전환하겠다고 했다. 정부 계획대로 추석 전 1차 접종률 71%가 달성됐다. 10월 말이면 인구 70% 이상 접종 완료가 예상된다. 접종률이 높으면 위중증이 줄고 전염예방 효과도 있다. 10월 말 방역전략 전환이 기대된다.

위드코로나의 3대 전제조건은 백신접종률, 중증이환율, 치료제 개발이다. 질병관리청의 백신접종율 기준은 고령층 90%, 성인 80%이다. 고령자는 감염, 위중증, 사망 확률이 높다. 현재 기준 우리나라 코로나19 사망자 중 50세 이상이 98%를 차지한다. 특히 80세 이상은 확진자의 2.5%이지만 사망자의 50.5%를 차지한다. 반면에 20세 미만 연령층은 확진자가 4만여명이나 되었지만 사망은 1명도 없다.

최근 집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중증이환률 2%, 치명률 0.3~0.5%이다. 수치는 점차 호전돼 7월 한 달간 치명률이 0.19%까지 감소했다. 백신 미접종자 사망률은 0.42%이지만 접종자는 0.01%, 40배 이상 차이다. 현재로서는 백신이 유일한 답이다.

진정한 의미의 위드코로나는 확실한 치료제가 있어야 실현할 수 있다. 현재 치료제로 승인된 몇몇 약들이 있기는 하지만 확실한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2009년 신종플루 팬데믹에서 인류를 구원한 타미플루 같은 특효약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위드코로나라고 해서 마스크와 거리두기를 한번에 없앨 수는 없다. 거리두기를 서서히 완화하되, 단계적으로 규제를 풀어야 한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방안은 4단계로 나누어서 단계별로 1개월 간격을 두고 다음 단계로 이행한다. 만일 확진자가 증가하면 1달 더 단계를 유지한다. 상황이 악화되면 방역 조치를 상향한다. 성공적으로 진행된다 하더라도 일상의 회복까지 4개월 이상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 6월 거리두기 개편 과정에서 방역의 긴장이 풀어지면서 '4차 유행'이 발생했다. 거리두기를 완화하면 인구 이동이 증가한다. 성인 인구의 80%가 접종한다고 하더라도 어린이 청소년을 포함한 미접종자가 1천만명 이상이다. 백신 미접종자를 중심으로 환자가 빠르게 증가할 것이다. 하루 만 명 이상 확진이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제대로 대비하지 않으면 치료도 받지 못하고 사망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방역체계 중심을 위중증 환자 관리에 둬야 한다. 방역 인력을 늘리고, 중환자 치료병상 확대와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의료의 효율을 위해 무증상이나 경증 환자는 생활치료센터나 병원 입원이 아닌 자택격리와 외래치료를 할 수 있는 시스템도 필요하다.

코로나19는 독감과 유사한 바이러스이다. 2019년 이전 우리나라의 독감(인플루엔자)으로 인한 사망자 규모가 폐렴과 같은 합병증을 모두 포함하면 매년 3천여명이라고 한다. 현재 코로나19 사망자는 총 2천427명이다. 문제는 변이바이러스지만 그것도 대책이 있다. 변이에 적합한 백신을 만들어 독감 예방주사같이 매년 접종하면 된다. 과도한 공포에서 벗어나 일상회복을 위한 행진을 시작할 때다. 2009년 독감 팬데믹을 극복한 것처럼 코로나19도 극복할 수 있다. 단계적 일상회복을 통한 위드코로나, 머나먼 터널의 끝을 기대한다. 서해현 서광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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