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열병(熱病)과 열정(熱情)

@손미경 조선대치과병원장 입력 2021.01.28. 14:10

지난 한 해는 아프리카 돼지열병, AI 조류독감, 그리고 신종 코로나라는 바이러스 질환으로 작은 동물부터 인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감염병 질환이 경제적, 사회적으로 심각한 해를 끼치며 어려움을 주었습니다. 세균이나 바이러스로 인한 감염성 질환들의 대부분의 특성은 고열을 일으키면서 증상이 시작됩니다. 병에 대한 진단이 잘 안되었던 시절에는 열이 몹시 오르고 심하게 앓는 병을 통틀어 열병(熱病)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새해 연초에 새로운 열병으로 겨울 한파가 무색할 만큼 여기저기가 뜨겁게 불타오르고 있습니다. 열병은 열이 나는 병이라는 뜻 외에도 어떤일에 몹시 흥분한 상태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기도 합니다. 부동산 열병, 주식열병, 코인열병이라는 말이 온통 인터넷뉴스를 뒤덮고 있고 이러한 흐름에서 소외되어 불안해하는 포모(FOMO)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기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돈이나 재산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을 욕심 많은 사람, 부정한 사람으로 보일까 봐 꺼려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전문서적이나 많은 매체들을 통해 스스로 경제적 지식을 쌓고 자신의 재산을 잘 분배하고 증식하여 노후를 준비하는 것이 자랑이 되고 능력이 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세상의 변화를 읽지 못하고 경제적 관념이 너무 없는 것도 문제지만, 자칫 본연의 업무를 잊어버리고 살고있지는 않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삶에는 '제 때' 즉 시기라는 것이 있습니다. 치과의사로서 저의 삶을 돌아보면, 치과의사가 되기 위해 그저 열심히만 공부했던 치과대학생 시절, 환자를 보면서 배우고 더 전문적인 의료를 익히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하루하루 최선을 다했던 레지던트 시절, 그리고 외롭고 생소한 환경속에서 적응하기 위하여 치열하게 살았던 미국 유학시절 등 그 시기시기 마다 많은 유혹들도 있었지만 다른 것에 눈 돌리지 않고 열정을 다했던 시간들이 모아져서 지금의 나의 모습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대학의 교수로서 또 병원을 운영하는 원장으로서 이 시기에 나에게 주어진 일, 내가 해야하는 일들을 가장 우선으로 최선을 다해 하는 것이 10년 후, 20년 후에 가장 소중한 자산으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학생이 공부를 해야하는 때를 놓치면 그 시기는 다시 오지 않습니다. 회사원도,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본연의 업무를 소홀이 하게 되면, 실수를 하게 되고, 신뢰를 잃게 됩니다. 신뢰는 돈으로 사고 팔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한 번 잃게 되면 쉽게 되돌릴 수가 없습니다. 당장 눈 앞에 보이는 이익과 목적을 추구하다 정말 소중한 지금 이 순간을 놓치지 않아야겠습니다.

새해가 시작되었습니다. 새로운 계획과 희망으로 가슴을 채우고, 또 지난해 나보다 더 어려웠던 주변을 살피며 서로 덕담을 주고받는 시기입니다. 2021년 신축년 새해는 흰 소띠 해입니다. 소는 우직하고 근면하며 또 풍년과 평화를 상징하는 동물입니다. 소와 관련된 속담에 '소가 말이 없어도 열 두가지 덕이 있다'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묵묵하게 자신의 일을 행하는 사람에게 덕이 따른다는 뜻입니다. 올 한해는 열병이 아닌 열정을 가지고 소처럼 성실하게 살아가는 한 해가 되기를 바라며, 우리 삶에 소중한 일상이 돌아오고 건강과 평화가 함께하기를 기원합니다.

손미경 조선대학교치과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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