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사랑니

@손미경 조선대치과병원장 입력 2020.12.03. 13:50

사랑니는 아래와 위 턱의 영구치 중 가장 안쪽에서 나는 3번째 어금니를 속칭하여 부르는 말입니다. 사랑니는 보통 사춘기 이후인 17~25세 무렵에 나기 시작하고 1개부터 4개까지 사람마다 그 숫자가 다르게 납니다. 실제 인구의 약 7%에서는 사랑니가 아예 없기도 합니다. 사랑니는 영어로는 위스덤 투스(wisdom tooth), 프랑스어로는 돈드 세저스(dent de sagesse), 중국어로는 찌시(知齒), 베트남어로는 랑꼰완(Rang khon ngoan) 이라고 하며 '지혜로운 치아, 분별있는 치아' 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 어원을 보면, 17세가 되면 어린아이와 다르게 어른으로서 역할을 하며 분별을 할 수 있는 나이에 나는 어금니라고 하여 이렇게 이름이 붙여졌다고 하며 동서양을 막론하고 그 어원과 뜻은 대략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예전에는 중국의 영향을 받아 지치(知齒)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그러면 사랑니라는 어원은 어디에서 왔을까요? 국립국어원에서는 '사랑니의 정확한 어원 정보는 없다'라고 하지만 '사랑을 시작하는 나이에 나온다' 그리고 '첫사랑을 앓듯이 아프다'고 하여 사랑니라는 명칭이 붙게 되었다고 추정되고 있습니다. 치과에서는 전문용어로 제3대구치라고 하지만, 아직도 일반인들은 사랑니라는 표현에 더 익숙하고 또 사랑니라는 표현이 조금 더 가장 재치있게 들립니다.

그런데 사랑니는 이름만큼 그렇게 사랑스럽지만은 않은 치아입니다. 치과에 오시는 환자분들이 가장 많이 물어보는 질문중의 하나가 '사랑니를 꼭 빼야하나요?'입니다.

사랑니는 대부분 정상적인 크기나 형태를 갖지 않고, 비뚤어지게 나거나 경사져서 누워있는 경우, 뼈 안에 묻혀서 나오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칫솔질이 잘 안되어 충치나 잇몸 염증이 잘 생기며, 옆에 있는 치아까지도 좋지 않은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이렇게 사랑니가 실제 씹는 기능에 사용되지도 못하면서 오히려 구강위생관리를 어렵게 하며, 질병의 원인이 된다면 발치를 하는 것이 추천됩니다. 반면에, 사랑니가 반듯하게 나서, 잘 관리가 되고 어금니의 씹는 기능을 보조해주는 역할을 한다면 당연히 남겨두는 것이 좋습니다. 최근에는 사랑니를 자가치아 뼈 이식재로 사용하거나, 다른 어금니를 빼고 그 자리에 사랑니를 옮겨 심는 치료, 틀니가 잇몸으로 파고드는 것을 막아주도록 사랑니를 남겨두는 치료 방법 등 사랑니를 최대한 활용하여 치료하는 방법들도 효율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즉, 문제가 되는 사랑니는 빼는 것이 원칙이지만, 건강한 사랑니, 다른 치아의 수명과 치료에 도움이 될 수도 있는 경우에는 빼지 않고 두는 것이 추천됩니다.

현대인의 밥상에서 최대한 오랜 시간 갈아서 먹어야 하는 식물류의 음식이나 씹는 힘이 많이 필요한 음식이 사라지고, 패스트푸드와 같은 정제음식들로 채워지면서, 구강과 얼굴의 형태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우리 신체의 모든 기관이 사용하지 않으면 퇴화하듯이 빨리 먹고 적당히 씹고 삼키는 식습관은 치아의 씹는 기능을 약화시키고 턱뼈의 크기와 근육의 양을 줄어들게 합니다. 많이 씹을 필요가 없으니 많은 수의 치아가 필요 없어지고 턱뼈의 크기가 줄어드니 치아가 날 공간이 없어지면서 사랑니는 아예 없거나 또는 그 크기가 매우 작아지고 있으며, 점차적으로 사라지고 있는 인간의 대표적인 흔적기관중의 하나가 되고 있습니다.

아마도 100년 후에는 치과에 오시는 환자분들이 '사랑니를 꼭 빼야하나요?'라는 질문 대신에, '사랑니가 무엇인가요?' 라고 물어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간혹 사랑니를 빼고 나면 더 이상 사랑이 오지 않는 거 아니냐고 우스갯소리를 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입안에서 사랑니가 점차적으로 퇴화하고 없어져 흔적이 되고 있듯이 개인주의로 점차 삭막해지고 있는 시대의 변화안에서 함께 나누며 베푸는 사랑마저도 흔적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손미경 조선대학교치과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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