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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토사구팽

@양동호 광주시의사회장(연합외과 원장) 입력 2020.05.20. 13:53 수정 2020.05.21. 11:15

코로나19 감염병이 조금 잠잠해지는가 싶더니 5월 초 이태원사태를 기점으로 다시 크게 확산할 기미를 보이고 있다. 백신 발견은 올해 안에는 힘들다고 하니 강력한 치료제가 나오지 않는 한 올해 일 년 동안은 코로나19 바이러스와 함께 사투를 벌여야 하는 상황이다. 의료도 문제이지만 사회 전반적으로 경기 침체까지 동반하여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해 경기 부양을 꾀하고 있으나 이번 이태원 사태를 기점으로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로 전환할 가능성도 있다.

우리도 이렇게 힘든데 현재 대구의 상황은 어떨까? 얼마 전 전국 시도의사회장단 회의에서 대구시 의사회장을 만나 대구 상황을 물어보았다. 대구시 의사회장은 코로나 19가 지난 2월에 대구에서 급속도로 확산되어 의료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할 때 "아무 보상도 바라지 말고 아무 조건도 없이 나라를 구하는 의병의 심정으로 코로나19로부터 시민들을 구하자"며 본인이 맨 먼저 생업을 팽개치고 대구 동산병원에 자원하여 코로나 19 진압의 선봉에 섰던 친구이다. 대구시의사회원들에게 보낸 이 문자를 보고 대구·경북을 비롯한 전국에서 314명의 의사들이 자원봉사를 하기 위해 몰려들었으며, 광주시의사회에서도 성금 2천만원과 함께 달빛의료 지원단을 편성하여 대구에 파견한 적이 있다. 이들 자원봉사단의 노력으로 대구에서 코로나19가 진정되는데 커다란 도움이 됐던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정신없이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돌아와 보니 병원 경영은 더욱 힘들어지고 개인 의원들은 그나마 인건비 등 기본 지출비용이 적어 근근이 버티고 있으나 중소병원들은 폐업 직전이라고 한다. 정부에서는 3∼6 월의 의료보험 급여를 작년에 기준하여 선 지급한다고 하여 신청했으나 이마저도 8월부터 12월까지 분할해 갚으라고 하니 그렇지 않아도 환자급감으로 경영이 힘든 판에 더욱 더 힘들어질 거라고 걱정이 태산이라고 했다.

대구시 의사회원들은 안 갚는다는게 아니니 선 지급한 보험급여 만이라도 한 2-3년 상환 유예를 요구하며 삭발까지 하면서 정부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또한 지난 2월 코로나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대구동산병원은 입원 환자를 모두 퇴원시키고 463병상을 모두 코로나환자 치료에 사용하여 현재까지 약 70억여 원의 적자를 보고 있는데 정부 지원금은 고작 10억 원에 불과하고 경북지역 6개 코로나전담 병원, 의료원도 사정은 비슷하여 159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으나 손실보상금은 37억 원밖에 보상 받지 못했다고 한다. 전국적으로는 의료기관 3천900여 곳이 보건복지부 긴급 지원자금 융자를 신청했는데 이들 의료기관의 신청 금액은 총 1조 1천억 원이지만 추경 예산은 4천억 원으로 턱없이 부족하여 의료기관별 신청금액의 32~40% 밖에 지급되지 못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이번 코로나 19 사태로 세계가 부러워하는 새로운 선진국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 이면에는 정부를 신뢰하는 국민들의 높아진 시민의식, 그리고 국민건강을 위해 말없이 노력한 의료진들의 희생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지금 자원봉사에 나섰던 그 의료인들이 파산과 부도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고 하니 안타까운 일이다. 정부도 물론 사정이 있겠지만 좀 더 유연성을 가지고 의료기관의 붕괴만은 막아야 한다. 지금 전국에서 의료인들은 대구·경북지역 의료기관에 대한 정부의 처우를 주시하고 있다. 역사는 반복된다. 매 5년 간격으로 바이러스 전염병이 유행되고 있는데 메르스 사태에 이어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까지 국민들을 위해 희생한 의료기관들이 정부로부터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한다면 앞으로 더한 바이러스 감염병이 발발했을 때 발 벗고 나서는 의료기관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는 국민의 생존권과 직결된다. 정부는 이제부터라도 코로나19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의료기관이 붕괴하지 않도록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주어야 한다. 아직 코로나19는 끝나지 않고 현재 진행형이다. 모임에서 만났던 어느 동료 의사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토사구팽 이잖아요, 이제 토끼 사냥이 끝나면 사냥개는 쓸모가 없으니 버려지겠지요."

양동호 광주시의사회장(연합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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